[과학 놀이터] 지구를 위한 새해 목표

입력 2022-0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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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연말이 되면 다이어트나 금연, 운동 등 이런저런 새해 목표를 세우고 각오를 다지기 마련이다. 다들 자신을 위한 목표다. 그런데 올해에는 여기에 더해 지구를 위해서도 새해 목표 하나씩을 정해 실천해 보면 어떨까. 바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생활 습관이다.

학술지 ‘사이언스’는 연말에 ‘올해의 과학 성과’를 선정하고 후보 성과 9가지도 소개한다. 지난 연말에는 인공지능으로 아미노산 서열에서 단백질 구조를 거의 정확히 예측한 연구가 뽑혔다. 같은 호에 ‘올해의 실패’ 3가지도 실렸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2100년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내로 한다는 2015년 파리협약(COP21)의 목표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나라가 2030년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0~40%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6년의 추세를 보면 회의적이다. 202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예상)은 364억 톤으로 2015년의 355억 톤보다 오히려 약간 늘었다. 각국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음에도 온실가스 배출이 줄지 않는 건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먼저 관련 과학기술 발전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비용이 만만치 않고 입지 조건이 여의치 않은 나라들이 많다. 배터리 효율도 많이 높아졌지만 재료값도 엄청나게 올라 생산에 한계가 있다. 수소에너지도 아직은 도움이 안 된다. 대부분은 메탄에서 수소를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에너지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꿈의 에너지라는 핵융합은 여전히 꿈이다.

다음은 구조적인 문제로 세계 인구가 여전히 늘고 있고 생활 수준이 꾸준히 향상되면서 1인당 에너지 소비량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 발전과 재생에너지 비율 증가로 에너지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3%씩 줄더라도 ‘세계 인구×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3%씩 는다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학술지 ‘네이처 음식’ 사이트에 최근 공개된 논문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9년까지 불과 16년 사이 세계 농지 면적이 11억4230만 헥타르에서 12억4420만 헥타르로 9%나 늘었다. 늘어난 1억 헥타르는 우리나라 면적 10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대륙별로 보면 아프리카가 34%, 남미가 49%나 늘었다. 아프리카는 급증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이고 남미는 중국 등으로 수출하는 사료 작물 재배 증가가 주된 이유다.

뜻밖에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0%가 음식과 관련된 활동에서 나온다. 게다가 그 비율이 늘고 있는데, 육식 증가가 주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고기는 같은 칼로리의 콩을 생산할 때보다 온실가스가 수백 배나 배출된다. 지구촌에서 사육되는 되새김질 가축(소 15억 마리, 양 11억 마리, 염소 9억 마리)이 트림과 방귀로 내뿜는 메탄(온실가스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25배다)이 인류 활동으로 나오는 메탄 배출량의 30%,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를 차지한다.

잡식동물인 사람은 본능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인 고기에 끌리기 마련이다. 인류학자 마저리 쇼스탁이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쿵족(오타가 아니라 표기법이다) 여성 니사의 관점에서 수렵채취인의 삶을 그린 책 ‘니사’에는 고기에 대한 인류의 갈망이 잘 묘사돼 있다. 낮에 채집으로 먹을거리를 구한 여성과 아이들은 사냥에 나간 남자들이 돌아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 빈손인 날은 낙담하며 식물성 음식으로 배를 채우지만 어쩌다 큰 동물을 가져오는 날은 잔치가 벌어진다.

따라서 인도처럼 종교가 식단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나라가 아닌 이상 어느 수준까지는 소득 증가와 육류 소비 증가가 비례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만 봐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90년 19.9㎏에서 2020년 54.3㎏으로 2.7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쌀 소비량은 119.6㎏에서 57.7㎏으로 반토막 났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밥보다도 고기를 더 많이 먹는 원년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2020년 ‘사이언스’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지구촌 사람들의 1인당 육류 섭취량을 현재 하루 122g에서 3분의 1 수준인 43g으로 줄인다면 음식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하루에 149g으로 세계 평균보다 많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 세대 전 육류 섭취량으로 돌아가면 음식 관련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아무리 지구를 위한다지만 고기 섭취를 지금의 ‘3분의 1로’ 줄이는 건 무리한 목표일 수 있다. 그렇다면 ‘3분의 1을’ 줄이는 건 어떨까. 다른 건 다 양보해도 고기만은 안 된다는 사람들은 실천할 자신이 있는 다른 목표를 세우면 될 것이다.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거나(우리나라 사람들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3위로 일본인의 2배다) 냉난방을 약하게 한다거나 자가용 이용을 자제한다거나, 찾아보면 있을 것이다.

정부와 업계가 좀 더 노력해 에너지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년 5%씩 줄이고 지구촌 사람들이 자제력을 발휘해 ‘세계 인구×1인당 에너지 소비량’ 증가세를 멈춘다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대비 37%가 줄어 COP26의 목표가 이루어진다. 저명한 기후 전문가들조차 이런 시나리오에 회의적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2022년에는 각자 지구를 위한 새해 결심을 하나쯤 세우고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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