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 군복무]③ 변희수 하사 비극을 막으려면…“군 복무 맹점 보완해야”

입력 2021-12-21 11:50 수정 2021-12-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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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변희수 하사.  (연합뉴스)
▲고 변희수 하사. (연합뉴스)

국방부가 '성전환자 군 복무' 연구에 돌입한 가운데 징병 등 한국군 특수성을 고려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전환자 등 군대 내 성소수자를 어떻게 처우할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제도적 지원도 함께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군인 선발 기준인 ‘질병, 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 기준’은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성 주체성 장애’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복무 중이거나 복무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지침이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변 하사처럼 복무 중 성전환을 택한 군인에 대한 지침도 없다.

국방부는 고 변희수 하사에게 내린 전역 조치를 비롯해 기존 법령과 규정을 모두 재검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군이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기회 박탈은 개인의 생존권뿐만 아니라 행복추구권ㆍ직업행사의 자유ㆍ직업수행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해야 하는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서다. 군내 트랜스젠더 수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함께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보장하는 대안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인권위는 복무규정을 손봐야 한다고 권고한 바가 있다. 인권위는 변 하사 전역조치와 관련, "군인사법 37조 제1항 1호에 따라 성전환 수술을 한 사실을 심신장애의 한 사유로 명문으로 규정하게 된다면 이는 유엔인권최고대표의 의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정체성에 기초한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인권법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며 "군인사법과 관련 규정들은 소수자를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한 바가 있다.

법령 개정이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면서 병역판정 신체검사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군인으로서 군 복무는 성별이 아닌 복무 수행능력을 바탕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용민 배재대 공무원법학과 박사는 '성전환 수술 부사관 강제 전역의 의미와 과제' 논문에서 "캐나다나 이스라엘 사례를 참고해 복무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신체적 조정력, 기능 등을 반영한 '의료표준지침'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 규칙 별표3은 종국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복무 가능한 범위를 설정하는 절충점도 찾아야 한다. 재판부에 따라 판결이 다르게 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대법원 예규상 성전환 시 수술은 의무사항은 아니다. 김용민 박사는 "군이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차치하더라도 트랜스젠더임을 증명하도록 하지 않을 경우, 징병제 형태를 취하고 있는 한국 특성상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하는 것이 병역 회피의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 이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던 미국에서도 기존 군인에 대하여는 성전환수술을 마쳤다는 전제로 선호하는 성별의 군인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또한, 새로 군에 입대하는 군인은 의사의 진단을 받거나 성전환수술을 받고 호르몬요법 등 의학적 치료를 병행, 약 18개월 이상 추구하는 성별로 임상적인 안정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료적 증명을 요구하도록 한 바 있다.

의료 지원과 함께 혐오ㆍ차별을 차단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국방부 지침을 통해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제복, 샤워시설, 독립된 숙소계획 의료비 지원정책 등을 시행 중이다. 이를 참고한다면, 국방부도 국방부령을 제정해 숙소정책, 성 중립 화장실, 젠더리스 제복, 군대 내 차별 및 혐오금지방안 등과 같이 안정적인 근무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낮은 성소수자 인권 감수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군 인권업무 훈령' 제18조 제1항을 살펴보면, 성 소수자의 인권도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만 국방부 인권교재에는 관련 내용이 누락된 상태다. 지난 16일 국회입법조사처는 '군 인권 제도 현황과 개선 과제'에서 누락된 교육 내용을 주목해 "인권 예방 및 피해 구제 조치 시 인권 감수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인권교육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민사회에선 이번 정책 검토를 다양성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투데이에 "지금도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복무하고 있다"면서 "특히나 한국처럼 징집되는 현실에선 본인이 커밍아웃했냐 안 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이들이 성범죄를 저지른다든가 물의를 빚지 않고 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성소수자의 군 복무 허용에 연구 초점을 두기보다 어떻게 하면 우리 군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방향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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