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겨울 짧다" 한숨 돌린 반도체 업계

입력 2021-11-30 15:06 수정 2021-11-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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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현물가 5달 만에 반등
메모리 반도체 반등 기대감 높아져
비대면 수요 재개로 주요 서버 고객사 주문 증가 가능성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빅5 재고, 9개월 만에 증가세

▲(신화/뉴시스)
▲(신화/뉴시스)

반도체 산업 전반에 드리운 수급 불균형 리스크가 완화 국면에 들어섰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급격한 가격 하락을 겪었던 D램은 저점을 찍고 반등 기조로 돌아서는 양상이다. 시장 우려를 불러일으킨 '메모리 다운사이클'이 예상보다 빠르게 지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도 회복 궤도에 접어들었다.

'겨울' 온 메모리 반도체, 이른 봄맞이 하나

3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가격 지표로 인식되는 DDR4 8Gb의 전날 현물거래가격은 평균 3.226달러를 기록했다. 28일보다는 0.28% 상승했고, 지난 24일(3.214달러)보단 0.37% 올랐다.

이 제품 현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건 7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상승 폭이 크지는 않지만, 가격 오름세가 한 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제품인 DDR4 16Gb의 가격도 지난 26일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6월 17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반년 만에 3달러 선 위로 올라온 D램 현물가(DDR4 8Gb 기준)는 올해 상반기 4달러대를 돌파하고 5달러대 초반까지 고공행진 하다 하반기 들어 내림세에 진입했다. 시장 고점이었던 3월 말(5.3달러) 가격과 비교해보면 30%가량 차이가 난다.

현물 가격이 통상 시장 분위기를 먼저 반영하기 때문에 고정거래가격 하락 현상도 뒤이어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의 고정거래가격 평균값(3.71달러)은 9월(4.1달러)보다 9.51% 하락했다. 2019년 7월(-11.18%) 이후 최대 낙폭이다. 당시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선 D램 가격이 올해 4분기부터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줄지어 나왔다.

그러나 D램 현물가 가격 상승 조짐이 비치며 ‘메모리 다운사이클’ 폭이 애초 전망보다 깊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고개를 든다. 8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 모건스탠리는 지난 18일 3개월 만에 “(메모리 반도체) 4분기 가격은 예상보다는 '덜 나쁜'(less bad) 편”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물 가격 반등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경우, 내년 2분기 이후 고정거래가격 반등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비대면 수요 다시 고개 들 듯"…4분기 PC D램 주문량도↑

▲삼성전자의 14나노 D램 제품 사진.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14나노 D램 제품 사진.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 산업 사이클의 주기가 짧아진 건 극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글로벌 시황이 수시로 뒤바뀌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며 비대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PC 주문 증가세가 꺾였고, 스마트폰과 서버 부문도 수요 증가 폭이 완만해졌다.

그러나 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19 종식 시점이 지연되며 비대면 수요 재개 기대감이 높아졌다. 아마존, 메타 등 서버 고객사의 메모리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긴 하지만, 코로나19 종식 지연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주문을 늘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북미 클라우드 사업자와 델, HP 등 PC 업체들의 4분기 D램 주문량은 기존 전망치를 30%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산업 자체 흐름도 바뀐 것도 사이클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사는 2010년대 후반 쇼티지와 공급과잉 상황에 대처하면서 극심한 실적 변동을 겪었다”라며 “이러한 과정에서 고객사와 공급사 간 가격 협상 패턴도 이전과는 바뀌었고, 리스크 관리 능력도 많이 향상했는데 이 점이 반도체 사이클 축소와 연관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하반기부터는 차세대 제품인 DDR5 보급률이 상승하며 가시적인 고정거래가격 상승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DDR5 제품은 기존 DDR4 제품보다 가격이 20~30%가량 높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D램 업체는 DDR5로의 전환 준비를 일찍이 마친 것은 물론, 최신 기술을 적용해 성능 끌어올리기에 한창이다.

수급 균형 찾아가는 차량용 반도체…9개월 만에 재고총액 늘었다

▲6월 14일 미국 미시건주에 위치한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2021 포드 레인저 트럭이 생산되고 있다. (AP/뉴시스)
▲6월 14일 미국 미시건주에 위치한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2021 포드 레인저 트럭이 생산되고 있다. (AP/뉴시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30일 전 세계 메이저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업 5개사의 9월 말 기준 재고 총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늘어나면서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일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네덜란드 NXP세미콘덕터·독일 인피니온·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 5개 업체 중 4곳의 재고가 생산 능력의 회복 등에 따라 증가하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 긴장이 완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평가다.

아직 높은 수준의 수요가 이어지면서 수급 불균형에 따른 반도체 부족 리스크가 불식됐다고 말할 순 없다. 자동차 기업들이 그동안 감산한 만큼 만회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차량용 반도체의 왕성한 수요가 계속되면서 불확실성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닛케이는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 불균형이 올여름까지 이어졌던 수준보다는 한층 누그러들면서 자동차 생산 회복에 힘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독일 자동차 부품 대기업 콘티넨탈은 “반도체 부족 최악의 시기는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부품사 등 조달망 전체에 반도체 재고가 충분하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벳츠 NXP 최고재무관리자(CFO)는 “보유 재고와 시중 재고를 목표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몇 분기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리서치업체 옴디아의 미나미카와 아키라 반도체 산업 애널리스트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내년 봄쯤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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