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서비스업의 혁신성장이 절실히 필요하다

입력 2021-06-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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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코로나19의 종식이 가까워지면서 세계 경제의 회복이 빨라지고 있다. 백신 접종을 일찍 시작한 미국과 유럽연합이 대대적으로 부양책을 시행함에 따라 우리 제조업의 주력 품목인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의 수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출 경기 덕분에 국내 제조기업의 실적은 대폭 개선되었으며, 종합주가지수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수출 호황에도 불구하고 내수와 고용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괴리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불균형에 기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물경제에서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36.3%(2015~2020년 평균)인 반면, 서비스업은 51.4%나 된다. 고용에 있어서 서비스업(67.3%)은 제조업(18.6%)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서비스업이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내수와 고용이 회복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수출제조업이 선도하여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제조업의 강점은 우리나라가 몇 차례의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나라가 경제위기에 봉착하는 것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1997년의 외환위기도 근본적인 원인이 서비스 분야의 낙후성에 있다. 당시 우리 정부에 의해 위기 진단을 의뢰받은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약점으로 서비스업이 발달하지 않은 것을 꼽았다. 금융, 유통, 행정, 법률, 의료, 교육 등의 서비스가 효율적이지 않은 것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이런 서비스가 선진화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경제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정치도 일종의 공공서비스이며 정치적 후진성이 경제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런 컨설팅 결과를 받아들여 역대 정부에서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큰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국회에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10년째 표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제조업 중심의 전통적 경제정책에서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었다. 경제개발을 시작할 당시에 제조업은 생산, 서비스업은 소비라는 인식이 강했다. 서비스업이 활성화되면 자본과 노동이 생산에 투입되지 않고 낭비되는 것으로 간주했다. 당시 구호가 ‘저축은 미덕, 소비는 악덕’이었다.

권위주의적 개발경제에 대항해 펼쳐진 노동운동과 시민운동도 좌파적 유물론을 신봉하면서 서비스업을 깎아내리는 것에 힘을 보탰다. 유물론은 실체를 가진 재화만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믿는다. 사회주의에서 농민과 노동자가 기층계급이며, 서비스업은 농민과 노동자를 착취하여 부를 축적하는 기생산업으로 치부한다. 현재 금융업, 유통업, 임대업에 대한 편견도 그 뿌리는 유물론적 사고에 있다.

여기에 민주적 평등성을 추구하는 가치관도 한몫한다. 교육, 의료, 대중교통과 같이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는 평준화가 대세이며 비영리성이 강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택시, 청소, 수리, 배달 등의 생활서비스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을 위한 생계형 서비스로 간주한다. 이와 같은 편의서비스는 소상공인의 생업 보호 차원에서 적합업종이나 생계형 업종으로 분류되어 대기업의 진입이 규제된다.

서비스업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필요하거나 매우 불필요한 서비스 두 가지로 양분하여 이원화한다.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의료, 교육 등의 서비스는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하므로 공익성이 우선시되며 영리성이 배제된다. 반대로, 경제적 사회적 필요성이 낮은 위락, 여가, 중개 등의 서비스는 엄격히 규제한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이유로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가 촘촘하고 인허가 요건이 까다롭다. 한마디로 서비스업은 규제산업인 것이다. 이제 더는 서비스업을 내버려 둘 수 없다. 고용 없는 성장을 그대로 두면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대립갈등은 더는 봉합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할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부르짖은 4차 산업혁명도 단적으로 서비스의 혁신성장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가 제품에서 서비스로 변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가가치의 원천은 제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보다 앱스토어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편승해야 우리도 진정한 혁신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

과거 50여 년을 제조업이 먹여 살렸다면 앞으로 50년은 서비스업이 먹여 살려야 한다. 서비스업의 혁신은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묘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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