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의 꼼수?…상속ㆍ기업분할에 이용

입력 2021-05-3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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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다만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사주의 꼼수’를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기업은 54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급락해 자사주 매입이 급증했던 작년을 제외하고 2010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자기자금으로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사고팔 수 있는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게 돼 주식 가치가 높아지는 간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자사주 매입은 배당 정책과 함께 주주 친화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사주 일가의 이익을 위한 ‘꼼수’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되팔 때 의결권이 생긴다. 대주주가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후 우호세력에 지분을 팔면 대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물론 상법에는 원칙적으로 자사주 취득을 금지하고 있고 주식을 매입한 뒤 소각하는 경우나 회사의 합병, 주주들의 매입 청구가 있는 경우 등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되지만, 문제는 자사주를 매입하고 매각하는 시차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자사주의 마법’이라는 말이 있다. 회사가 인적 분할을 할 때 분할되는 자회사의 신주가 자사주에도 배정되면서 의결권이 부활하게 된다. 그 결과 지배주주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주회사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이 지주회사를 설립한 것도 자사주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의 합병 과정에서도 자사주의 마법이 나타났다. 소멸하는 피합병법인이 보유한 자사주에 합병신주가 배정되고, 이에 따라 합병 법인의 지배주주 지배력이 크게 강화되기 때문이다. 연초 한국앤컴퍼니가 한국아트라비엑스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금융소비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조현범 등 지배주주가 인수합병(M&A)을 본래의 목적이 아닌 계열사 자진상장폐지를 위해 사용하면서, 회삿돈 2700억 원으로 매입했던 자사주를 모두 가져간다”며 “아트라스와 소액주주의 돈을 약탈하는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자사주 매입은 상속세를 낮추는 꼼수로도 이용된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기업의 순이익을 유통 주식 수로 나눈 주당 순이익(EPS)이 상승한다. 따라서 EPS와 반비례 관계인 주가 이익비율(PER)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하지 않으면 주당 내재가치는 상승했지만 상승한 내재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EPS는 높지만 낮은 PER로 저평가된 주식을 상속하면 상속세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하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주가를 저평가 상태로 만들어서 상속세 절감에 이용하는 대주주가 많다”면서 “상속 이슈가 있는 회사가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인다면 주가 상승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가 저평가를 위한 매입임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매입과 소각 사이 시차에서 발생하는 대주주의 이익 편취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홍콩 거래소는 자사주 매입 즉시 자동 소각이 되도록 규정이 만들어져 있다.

(자료 = 미래에셋증권)
(자료 = 미래에셋증권)

지난 2016년 당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사주 의무소각 또는 주주배분’, ‘자사주 취득 및 처분 제한’ 의안을 발의했다. 주권상장법인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경우를 주식 소각, 회사의 합병이나 인수 등으로 제한하고, 취득한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소각 또는 주주에게 배분하도록 방법을 정하자는 것이다. 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사주에 신주발행, 주식교부 금지’ 의안을 제출했지만, 자사주에 대한 국회 논의는 제자리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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