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의 원견명찰(遠見明察)] 기후변화 이야기 ②위대한 타협, 파리의 약속

입력 2021-05-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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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렉트릭 사장

2015년 12월 12일 ‘파리 협정 타결의 현장은 희열과 감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협상을 주도한 당시 유엔 기후변화위원회(UNFCC) 사무총장이었던 피게레스(Christiana Figueres)는 기억한다. 그날 파리에서 국제 사회는 오랜 대립을 넘어서는 창의적 협력을 통해 195개국이 참여하는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했다. 이날의 합의를 세계 주요 언론은 “최고의 외교적 성과(the greatest diplomatic success)”, “지구를 위한 대타협(compromise work for the planet)” 등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에 대한 책임 논쟁을 극복하고 인류가 다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대승적 합의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파리 협정문은 21세기에 만들어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권리장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1992년 리우에서 ‘공통의 차별화된 책임’에 합의한 이후 국제 사회는 ‘어떻게 책임을 차별화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협상은 특별한 진전 없이 진흙탕 싸움을 거듭하였고 특히 2009년 코펜하겐의 당사국 회의는 처참할 정도의 실패라고 평가받고 있었다. 협상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입장 조율이었다. 미국, 유럽 등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일수록 더 많이 감축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이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30%를 배출하는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인도 등은 다른 입장일 수밖에 없었다. 10년 이상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 간 협의체(IPCC)’의 의장을 맡았던 인도의 라젠드라 파추아리(Rajendra Pachuari)는 4억 명이 넘는 인구가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경을 이유로 석탄 발전을 하지 못하게 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환경보다 생존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중국은 누적량(accumulation)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0년 동안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들이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1인당 배출량을 기준으로 해도 중국이나 인도가 더 많은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그 편익을 인류가 공유하고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은 각각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이런 주장을 하고 있었고, 각 진영의 획기적인 입장 전환이 없이는 협상의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인류는 빠른 속도로 기후변화 대응의 기반을 쌓아가고 있었다. 신재생 에너지 기술, 에너지 효율화 기술 등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다양한 녹색 기술(Green Technology)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온실가스 감축이 자신의 이익과 부합된다는 기업, 환경단체, 그리고 각국 정부의 광범위한 참여가 확대됐다. 셰일가스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한 미국은 자신감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고,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제 정책 방향을 전환한 중국도 대승적으로 협상의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2014년11월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공동선언을 통하여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고 마침내 극적인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모든 나라가 의무적인 감축량을 부여받는 형태로는 타협이 어렵다고 생각한 협상단은 개별국가가 자발적으로 감축을 약속하는 방식(NDC :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을 도입해 대타협을 만들어낸다. 중국의 원 단위(Intensity) 감축 약속은 경제 성장을 계속한다면 온실가스의 절대적 배출량을 줄이지 않아도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방법론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했다는 중국의 주장을 부분적으로라도 인정한 것이다. 중국도 본래 입장에서 한발 양보하여 과감한 감축 계획을 제시했다. 이렇게 각자의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여 합의를 만들어냈기에 파리 협정을 위대한 타협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타협의 정신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2016년 새롭게 집권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협정 탈퇴를 선언한다. 탈퇴의 논리와 그렇게 작동할 수 있는 기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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