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성수동 수제화 거리...수제화 업체는 폐업하고 카페만 늘어

입력 2021-03-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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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3-17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16일 성수동 카페거리. 구두, 피혁 공장이 있던 자리가 카페 거리로 조성됐다. MZ세대(밀레니얼(Millennials)의 M과 제네레이션(Generation)의 Z,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출생 세대) 핫플레이스로 주목받으면서 성수동 제화거리 까지 카페로 잠식되고 있다. (사진=고종민 기자)
▲16일 성수동 카페거리. 구두, 피혁 공장이 있던 자리가 카페 거리로 조성됐다. MZ세대(밀레니얼(Millennials)의 M과 제네레이션(Generation)의 Z,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출생 세대) 핫플레이스로 주목받으면서 성수동 제화거리 까지 카페로 잠식되고 있다. (사진=고종민 기자)

성수동 수제화 거리가 몰락하고 있다. 수십 년 경력을 보유한 ‘장인’들이 모여 있는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도심형 소공인 집적지로 선정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수제화 생산단지다. 하지만 명맥이 끊기기까지 오랜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17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최근 성수동 수제화 거리 근처 카페의 성장과 가구, 실내장식 소품, 생활용품, 패션 등의 브랜드 입점이 늘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수제화 거리는 높아진 월세와 인건비 등으로 폐업 가게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폐업한 자리엔 새로운 상권의 배후 효과를 노린 식당과 카페들이 입점하고 있다. 리모델링이 한창인 건물도 즐비하다. 시장경쟁과 변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흐름이지만 한국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성수동 수제화 거리 몰락 가능성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성수동에서 수제화 제작공으로 오랜 기간 현직에 종사해온 A사의 대표이사는 “수제화 거리에 있는 업체 사장님들 사이에선 수제화 거리 수명을 길어야 10년 정도로 보고 있다”며 “대부분의 수제화 판매업체들이 직원을 두지 않고 사장이 나와서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이탈리아 등 국가에선 수제화같이 도제 장인 업종의 경우 직계 자손 승계를 할 수 있을 만큼 가치를 인정받지만 우리나라는 대·중·소기업의 하청 노동자 취급을 한다”고 지적했다.

성수동 수제화 업체는 유명 장인이 만들어 파는 고유 브랜드 공장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제품을 만드는 유명 구두 회사의 하도급 업체로 나뉜다. OEM 업체는 대부분 공장·창고를 팔거나 문을 닫고 성수동을 떠났다. 국내 유명 수제화 기업들이 대부분 해외 생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십여 년간 수제화 가게를 운영해온 B사의 대표이사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월세는 오르는 데 손님은 줄어들고 수제화의 가격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며 “오랜 기간 수제화 거리에서 구두를 제작하거나 팔아온 업체 사장님들이 사업을 접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단골손님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단골이 적은 업체의 경우,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명 장인 브랜드 공장도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날 오랜 시간 동안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돌아다녔으며, 카페거리에선 방문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으나 수제화 거리와 매장은 한산했다.

1990년대만 해도 수제화 거리는 약 1000여 개의 구두 제작 관련 업체들로 가득 찼다. 2017년에도 성수동 수제화 사업체는 493여 곳 정도 됐다. 2019년은 200여 업체로 줄었으며 지난해와 올해도 폐업 업체가 줄을 잇고 있다.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피혁 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제화 업체가 몰락하고 있는 가운데, 피혁업체의 일감도 줄고 있다.

오랜 기간 수제화 업체에 납품했다는 피혁업체 C사 관계자는 “많은 업체가 수제화 거리를 떠나고 있다”며 “가게에 나와 있지만 (나 또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수제화 업체들이 줄어드는 만큼 많은 피혁 업체도 뒤따를 것”이라며 “수제화 업체와 피혁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까지 진출한 카페. 수제화 거리 내 빈 건물에 식당, 카페 등이 식음료 시설 입주가 잇따르고 있다. 성수동 카페거리의 영향권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사진=고종민 기자)
▲성수동 수제화 거리까지 진출한 카페. 수제화 거리 내 빈 건물에 식당, 카페 등이 식음료 시설 입주가 잇따르고 있다. 성수동 카페거리의 영향권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사진=고종민 기자)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도시재생 우수 현장으로 지방자치단체단체들의 현장 견학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수제화 거리 업체들은 서울시, 성동구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전시 행정이라고 꼬집는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 수제화 아카데미 교육과정이다. 이 과정은 지난해 제작 전문가 과정(수제화 기술자 양성) 6개월 코스로 진행됐다. 올해는 제작 기초과정 4.5개월, 제작 심화 과정 2개월이다.

수제화 제작공 D 씨는 “제작 기술자는 패턴·갑피·저부(바닥) 등 각각 분야에서 최소 1년씩 경험을 쌓아야 신발 한 켤레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완성도를 갖출 수 있다”며 “성수IT종합센터의 성수 수제화 아카데미는 실질적인 기능공을 육성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작 기술자를 꿈꾸는 희망자가 실제 구두 제작 공장에서 일을 해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며 “구두 제작 공장 업체가 정부 지원금을 받아 구직 희망자를 중장기적으로 안정된 임금으로 고용케 해주는 것도 좋은 지원책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폐업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구인난은 심각하다. 대부분 기능공이 50∼60대이며 기술을 전수 할 젊은 층이 거의 없다. 장인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적절한 보수를 받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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