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합리·공정·신뢰 팽개친 김해신공항 뒤집기

입력 2020-11-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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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김해신공항 계획 백지화는 한마디로 국가대계마저 지난 정권의 일은 무조건 뒤엎어 분열을 획책하는 파괴의 정치이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악성(惡性) 포퓰리즘이다.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도 합리성과 상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정략적 표계산만 있을 뿐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서두른다. 어째서 가덕도인지 논리도 설득력도 없다. 부지 재선정, 사전·예비 타당성 조사 등 국책사업의 정상적 추진 절차를 무시하고 가덕도로 밀어붙이는 속도전이다. 성추행 혐의로 오거돈 전 시장이 물러나 내년 4월 치러야 할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해 다급한 여당이다. “오거돈 성추행이 죽은 가덕도를 살렸다”는 비아냥이 그래서 나온다.

동남권 신공항은 오랜 기간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영남지역의 ‘희망고문’이었고 분열을 키운 화약고였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논의에 들어가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후보지로 압축됐다. 부산은 가덕도를, 대구·경북과 울산·경남도 밀양을 밀었다. 갈등이 깊어지자 2011년 이명박 정부는 두 곳 모두 경제성이 부족하다며 백지화했다. 그러나 다음 박근혜 정부가 신공항 재추진에 나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지 선정을 위해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공항설계·감리의 세계적 전문기관이다. 여기서 나온 결론이 기존 김해공항의 활주로 확장이다. ADPi 평가는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의 대안이었고, 다음이 밀양, 가덕도는 꼴찌로 부적격이었다. 가덕도의 결정적 흠결은 해양 매립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접근성이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한 안전성 평가인 비항공적 위험도에서도 점수가 가장 낮았다.

그 결과 2016년 김해신공항으로 매듭지어졌다. 이 결정을 5개 시·도 단체장들도 수용했다. 그런데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이 김해 확장 계획 폐기와 가덕도신공항을 다시 들고 나왔다. 같은 여당의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도 가세했다. 논란을 키운 건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2월 국무총리실이 검증하겠다며 재검토의 멍석을 깔았다. 줄곧 김해에 문제가 없고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던 국토교통부도 입장을 바꿔 대구·경북을 뺀 부·울·경 단체장들과의 합의로 총리실에 떠넘겼다.

결국 총리실에 검증위원회가 설치돼 작년 12월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11개월 만에 그 결과가 지난주 발표됐다. 예상대로 답은 정해져 있었다. 검증위 결론은 “김해신공항의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였다.

검증위는 안전과 시설 운영·수요, 소음, 환경 등 4개 분야에 대해 관문공항으로서의 적정성을 평가했다. 기술적 검증 결과를 요약하면 “김해신공항이 관문공항의 기본여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미래 환경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어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본 재검토’ 결정이다. 정해진 백지화 방향에 꿰맞추는 무리수로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자의적 잣대와, 김해신공항 계획 발표 때 인근 산을 깎아내는 문제를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았다는 절차상 하자가 동원됐다.

터무니없다. 어떻게 ‘보완 필요성’이 ‘근본적 재검토’로, 또 ‘백지화’의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나. 백지화의 결과가 왜 가덕도인지 이런 모순도 따로 없다. 김해가 관문공항의 기본여건은 갖췄고 큰 문제가 없으니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면 된다. 4년 전 ADPi 평가에서는 용량확장성도 김해의 점수가 가장 높고, 밀양, 가덕도 순이었다. 무엇보다 부산시와의 협의라는 행정절차 미비가 신공항 타당성 평가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검증위 논의의 졸속과 부실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러니 무슨 신뢰성과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 건가.

신공항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국가적 대역사(大役事)다. 김해신공항 투자 비용은 4조7320억 원, 가덕도는 8조5850억 원 규모라는 것이 ADPi의 과거 추산이었다. 가덕도에 활주로를 2개 지을 경우 11조 원 이상으로 불어난다. 지금 계산을 새로 하면 돈이 얼마나 더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없다.

어렵게 갈등이 정리됐고,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할 대형 국책사업을 지역이기주의와 정치 술수가 헝클어 놓았다. 다시 혼란과 소모적 국론분열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야당까지 여권이 판 가덕도 덫에 갇혀 허우적대고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은 정말 한심하다. 모두 미래에 크나큰 해악(害惡)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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