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통신비밀보호법안 개정 논의에 대한 소고

입력 2008-11-24 10:10 수정 2008-11-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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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언론을 통해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으로 지칭)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고 동 법안의 개정과 관련, 여야를 비롯하여 정보기관,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란과 의견대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감청”의 정의가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도청”과 달리 범죄수사 및 산업기술 유출 방지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국가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행하는 합법적인 행위를 지칭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권력기관으로부터 행하여진 불법 감청과 사생활 노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감청”이란 단어자체가 우리의 머리 속에 매우 부정적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더구나, 이번 통비법 개정안에서는 휴대폰, 인터넷전화 등으로 감청 범위를 확대한다고 하니 개인 사생활 침해 및 정치적 목적 등을 위한 불법 감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좀 더 합리적인 시각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식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피해규모가 최근 5년간 188조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만 예상 피해액이 91조에 이르는 등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이는 기술유출 사실이 밝혀진 경우에 국한되며 잠재적 피해액까지 고려한다면 기술유출로 인한 우리경제에 대한 영향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해외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방법으로 우리 산업체에서는 직원교육, 시스템 점검 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의도적인 유출행위에 대해서 이를 사전 인지하기에 많은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조선업의 경우도 기술유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중국은 2015년 이내에 우리를 추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줄기차게 조선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선박 건조능력에 있어 우리의 기술력이 월등하다고 하지만 이 역시 안심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천연액화가스선,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 선박 69척을 만들 수 있는 규모의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건이 있었으며 이러한 기술의 개발비만 5,175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조선업, 반도체, LCD, 자동차 등 우리가 가진 세계수준의 기술력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 등 여러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 성장국에 조만간 추월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무조건 개인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휴대폰, 인터넷전화에 대한 감청을 억제하기에는 우리가 지불해야 할 경제적 비용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93년 통비법 제정 당시 주요 통신수단이었던 유선전화에 대한 감청을 허용한 법 제정 취지를 재차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이번 통비법 개정에 있어 불법 감청에 대한 억제장치 마련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어야 하며 국가기관의 감청은 반드시 법원의 영장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불법 감청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은 정보•수사기관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여 발생한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44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오바마의 당선연설 중 “당신과 나의 의견이 다를 때, 보다 더 귀를 기울이겠습니다.”(I will listen to you, especially when we disagree)라는 부분이 있다. 이번 통비법 개정과 관련하여 여야 정치인은 물론 이해관계자들이 서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합리적인 개정안을 도출하여 우리 경제의 기초인 소중한 산업기술 등 지적 가치를 보호하는 데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으로 본다.

법무법인 서현 변호사 강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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