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돈방석 앉은 말레이 고무장갑업체...그 이면엔 외국인 노동자 눈물

입력 2020-09-13 17:02 수정 2020-09-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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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에 위치한 고무장갑 생산업체 탑글로브 생산공장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에 위치한 고무장갑 생산업체 탑글로브 생산공장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특수로 돈방석에 앉은 말레이시아 고무장갑 생산업체들의 그늘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눈물이 있었다.

1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말레이시아 고무장갑 생산업체 경영진이 세계 부호 명단에 새롭게 진입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가팔라지면서 전 세계 의료용 고무장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말레이시아 고무장갑제조업협회(MARGMA) 분석 결과, 전 세계 고무장갑 공급의 60%가 말레이시아에서 나왔다. 올해 팔려나간 말레이시아산 고무장갑은 2200억 개로 벌어들인 돈만 52억 달러(약 6조1700억 원)에 달했다. 이에 탑글로브를 비롯한 말레이시아 현지업체들의 주가도 덩달아 폭등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특수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특히 업계 선두주자인 탑글로브의 경우, 46개 공장에서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장갑의 25%를 생산했다. 6월 11일 기준, 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0% 급증한 8400만 달러를 기록, 회사 설립 이래 최고의 분기 순이익을 달성했다. 올초 이래 탑글로브 주가는 5배 폭등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탑글로브 창업자인 림위 차이의 자산도 25억 달러로 불어났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씁쓸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들이 돈방석에 앉아 축포를 터트리는 동안, 정작 고무장갑을 생산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삯조차 벌지 못한 채 희망을 잃어가고 있어서다.

고무장갑 생산업체들은 노동환경의 열악함 탓에 말레이시아인 노동자를 구하기 힘들어 대부분을 해외에서 고용하고 있다. 탑글로브와 함께 주요 생산업체인 하르타레가, 코산 등 3개사의 고용 인력만 3만4000명인데 대부분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네팔, 미얀마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생산업체들이 브로커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구조인데, 브로커들은 여권 발급, 취업 비자, 비밀취급 인가, 건강검진, 항공료 등 명목으로 노동자들에게 소개비를 요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2000~5000달러, 네팔 800~2000달러, 미얀마 800~1200달러 정도다.

문제는 소개비조차 충당할 수 없는 벌이가 이어지면서 해당 비용까지 고스란히 노동자의 빚으로 남게 된다는 데 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의 월 최저임금인 287달러를 받고 있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초과근무를 하지만 이마저도 이런저런 이유로 떼이기 일쑤다. 담배를 피우다 걸리거나 하루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또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벌금 명목으로 월급에서 공제된다.

네팔 출신 27세 노동자는 2013년 마을을 찾아온 브로커에게 빚을 내서 소개비로 1390달러 주고 왔는데 7년이 지나도록 이를 다 갚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네팔 출신 노동자도 2014년 슈퍼마켓에서 좋은 보수에 일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소개비로 1011달러를 주고 말레이시아에 도착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고무장갑 공장으로 보내졌고 임금도 형편없었다. 그는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돈만 적은 게 아니다. 노동환경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작업장 기온은 섭씨 60도로 찜통이어서 보호장비조차 짐이 될 정도다. 환기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소음은 공해 수준으로 일부 노동자들은 청각에 이상을 느낀다. 또 장갑을 산성 물질과 염소가 담긴 탱크에 담그는 작업 과정에서 위험한 화학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관리인에 의한 학대도 부지기수다. 탑글로브에서 일했던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를 개처럼 다뤘다”면서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사정없이 소리를 질렀다”고 회상했다. 48명을 수용하는 숙소에서는 25명이 하나의 욕실과 화장실을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행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가 금지하고 있는 강제노동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실태를 파악한 미국 관세청은 7월 탑글로브와 그 자회사가 만든 제품이 강제 노동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입증하는 증거를 찾았다며 미국 내 유통을 금지시켰다. 미국은 말레이시아의 글로벌 고무장갑 공급량의 3분의 1 이상이 수출될 정도로 핵심 국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생산업체들은 조치에 나섰다. 탑글로브는 8월 성명을 통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소개비를 배상해주기 시작했고 숙소 상황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 관세청에 독립 감찰 보고서를 제출, 금지 해제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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