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닥시장, 신뢰 없인 미래도 없다

입력 2008-11-0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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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위해 마련된 코스닥 시장. 그러나 개장한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코스닥(KOSDAQ)시장은 여전히 한탕주의의 대표적인 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일부이기는 하지만.

코스닥시장은 지난 1996년 7월에 설립됐다. 당시 벤처기업의 육성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하에 증권업협회가 주관, 유망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보다 쉬운 직접자금 조달을 돕고자 설립된 것.

시장의 설립취지 만큼은 훌륭했다. 기업규모는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을 거래소시장에 비해 완화된 기준으로 자금조달을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들 기업들을 보다 건실한 회사로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1990년대 말 벤처산업 붐이 조성됐고 그 열풍에 휩싸여 많은 기업들이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코스닥 시장을 드나들게 됐다. 그러한 가운데 일반 투자가에게는 코스닥이라는 자체가 애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개장 이후 10년이 넘는 현재, 코스닥시장은 한층 투명해짐으로써 거래소시장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과 통신주가 시장을 주도했던 90년대를 지난 지금, 업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다.

그로 인해 경영실적과 재무구조를 파악하면서 테마주만을 선호하는 경향을 넘어 이제는 실적투자로 전환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치러야 했던 수업료는 너무 비쌌다. 게다가 현재도 일부에서는 '환상만을 좇다가는 쪽박차기 십상' 이라는 교훈을 여전히 던져 주고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한때 잘나가던 A기업의 경우 대주주 지분이 명동사채시장의 넘어가서 원금을 갚지 못 하자 대규모 물량으로 시장에 나온 사례가 있다. 주가는 단 며칠만에 반토막이 났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회사측에서는 주가 하락에 악영향을 미칠만한 내용이 없으며 회사는 더욱 좋아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 뿐이었다. 이른바 허위 과장광고였다. 이후 대주주 물량이 사채시장에 넘어간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면피성 보도자료만 내기에 급급했다.

그러면서도 회사 고위 관계자는“회사 책임이 아닌 대주주 개인적인 책임이다”며“대주주 물량이 사채시장에 넘어가 반대매매로 나오는 것을 회사가 책임 질 이유가 없다”고 억지 주장만 늘어 놓았다.

얼마 전까지 신제품 출시로 회사 매출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를 권유했던 회사가 돌연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화려한 변신을 한 것이다. 이런 점이 바로 '신뢰의 문제'다. 이 처럼 회사가 몰염치하고 뻔뻔스럽게 투자자를 호도하는데 어떻게 신뢰가 쌓여지겠는가.

물론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이 같은 기업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릇된 허위 정보에 따른 큰 손실은 고스란히 개미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코스닥에서 가장 큰 거래처인 개인들에게 매번 사기를 치는 형국이 되풀이 되다 보니 당연히 투자자들로 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장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제 운용 차원에서 코스닥시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속에서는 시장 발전은 커녕 되레 시장이 퇴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최우선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바로 기업가의 '책임과 사명'이다. 이 책임과 사명은 대기업에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코스닥 시장에 들어와 있는 기업들은 이미 자신들의 책임과 사명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기업공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말이다.

코스닥시장은 기업가의 책임과 사명, 투자자의 건전한 양식을 주요 먹거리로 하면서 한층 발전할 해 갈 수 있다는 의식은 현시점에서 우리나라 코스닥시장이 깨달아야 할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기업이 진정 기업가치 창출에 매달리고,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한 냉정한 심판관이 됨과 동시에 돈도 벌 수 있는 세상. 이게 그렇게 꿈꾸기 어려운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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