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의 오! 마이 마켓] 1700억원 소비쿠폰, 효과 있을까?

입력 2020-08-1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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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7월 말부터 정부가 한턱을 쏘겠다고 했다. 숙박, 관광, 공연, 영화, 전시, 체육시설, 외식, 농수산물 분야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내놓아 소비 진작에 나선 것이다. 일단 소비쿠폰 배포를 계기로 시장에서 마케팅의 4요소 즉 상품, 가격, 유통에 이어 촉진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정부가 관여하게 되었다. 재난지원금을 나누어 주면서 특정 유통업태를 배제함으로써 의도 여부를 떠나 해당 매장만이 취급하는 브랜드의 판매에 영향을 주었다. 부동산 등의 분야에서 가격 통제는 더이상 이야기할 필요도 없으며, 의무휴업의 대상이 되는 유통업태를 확대함으로써 면세점이나 쇼핑몰도 규제 대상이 될 참이다. 그나마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있던 촉진 분야에서도 정부가 직접적인 관여를 한다고 하니 정말 이래도 되나 의문이 든다. 그러나 최근 며칠 사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해 정부는 농수산물 이외의 분야에서 소비쿠폰의 배포를 일단 중지했다. 여러모로 섣부른 정책이라 불릴 수 있는 결함이 수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아 일면 다행이라 생각한다.

무엇인가 공짜로 혹은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관심을 보일 수는 있으나 우선 공짜가 아니다. 애초에 1700억 원의 예산, 아니 국민의 세금이 생짜로 들어간다. 판매 촉진에 별다른 지식이 없는 사업자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놀랍게도 왜 판매촉진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무턱대고 돈만 축낸다는 것이다. 즉 판매 촉진으로 초래되는 비용을 감당할 만한 이익이 어떤 경로를 통해 발생한 것인지를 사전에 파악하지 않는 것이다. 부총리는 소비 회복 모멘텀 강화가 이번 소비쿠폰 판매 촉진의 목표라고 하였는데, 부총리가 생각하는 모멘텀이 어떤 경로를 통해 달성 가능할까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우선 8개 분야에서 소비 진작을 위한 소비자 행동의 수정 방향이 일치되어 있지 않다. 일반 소비자가 농수산물 구입을 늘린다면 이는 집에서 재료를 사다가 직접 요리를 해서 먹으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외식을 줄이게 될 것이고 이는 외식에 대한 소비 진작 효과와 상충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일정 수준의 외식 빈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아 정책 효과는 집에서 돼지고기를 먹을 것을 업셀링 즉 더 비싼 상품의 구매, 예를 들어 국내 소고기 등으로 대체하는 효과만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축산업자 중 국내 한우 축산업자의 이익만 증진될 뿐 돼지나 닭의 축산업자의 이익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외식에 대한 소비쿠폰은 일종의 대량 구매에 대한 보상 형식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대규모 구매자들은 특별히 별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아도 유사한 구매 행태를 보이는 만큼 판매 촉진책은 불필요하다. 어차피 구매할 사람에게 판매 촉진을 하는 것은 한마디로 낭비다. 또 다른 문제는 사업자의 직접적 이해가 관련되어 있지 않다면 ‘가격 인상 후 할인’ 현상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인건비와 세금이 올라가고 임대료의 경직성이 강화되는 가운데 남이 제공하는 할인은 가격 인상의 호기이며 가격 할인의 효과는 무색해진다.

소비쿠폰이라고 칭하지만 마케팅에서는 가격 할인을 기반으로 한 흔한 판매 촉진 행사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판매 촉진의 법률적 정의와 실무적 정의에 커다란 차이가 있는데, 법률적 정의는 논외로 하고 실무적 정의를 살펴보면 판매 촉진이 성공적이라고 말하려면 판매 촉진 비용보다 더 많은 이익이 창출되어야 한다. 즉 구매하지 않던 상품을 가격 할인의 계기로 소비자가 구매하게 되거나, 미래의 소비를 위해 더 많이 구매하거나, 그동안 해당 상품을 취급하지 않던 점포가 판매를 개시하게 되거나, 바뀐 새로운 매장으로 소비자를 유도하는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판매 상승이 유지될 때 성공적인 판매 촉진 행사라고 불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수산물만을 대상으로 한 소비쿠폰은 이와 같은 경로의 이익을 창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모든 가격 할인이 그렇듯이 할인기간 동안의 매출은 잠깐 반짝 증가하지만 이후 소비자가 구매해 놓은 물건이 소진될 때까지 새로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업자들은 재고 소진을 위한 불가피한 수단으로 판매 촉진을 활용한다. 8월이나 9월이 과연 농수산물의 재고가 넘쳐나는 때일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 또한 쉽게 상하는 상품 특성상 농수산물은 지속적인 할인 판매의 대상으로 부적절하다. 통상적으로 할인 농수산물의 역할은 매장으로 소비자를 유도하여 교차판매 즉 다른 상품의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농수산물만 취급하는 매장에서의 할인판매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만큼 일회성 돈잔치로 끝날 개연성이 크다.

정부에서는 1700억 원 규모의 할인쿠폰으로 1조 원의 매출을 올릴 것을 예상하고, 이를 성공이라 결론 내리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확한 계산은 예년과 비교한 1조 원 규모의 추가적인 매출 신장과 이에 따른 이익 증가분이 1700억 원보다 많은가를 따지는 것이다. 1700억 원이면 1조의 17%에 해당되는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이 같은 수준의 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를 달성할 수 있다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시장 자체가 더 세련된 판매 촉진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아직 코로나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외출 시 사람 간 접촉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두려움이 판매 부진의 원인이지 부족한 가격할인이 원인이 아니다. 따라서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실내에서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칸막이 설치, 여유 있는 테이블의 공간 배치, 공조시설이나 개방성 확대에 필요한 시설 개선 등의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자원 이용이라고 본다. 1800만 명이라는 대규모 수혜자를 염두에 두었다고 하니 차라리 그 동안 올렸던 세금을 할인하는 것이 정부만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판매 촉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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