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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이 시대의 지식노동자, 배려와 존중을 갈망하며

입력 2020-08-05 18:02

최소현 퍼셉션 대표

대기업과 벤처기업을 거쳐 크리에이티브 컨설턴시를 창업해 20여년 넘게 일하면서 디자이너를 비롯한 창의활동 지식노동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나 생태계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곳곳에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얼마 전,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으로부터 ‘미래를 위한 디자인전략 구축’에 대한 제안요청서(RFP)를 받았다.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라 부담스러웠지만 의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아 간략제안서(과제에 대한 이해, 프로세스/일정, 참여인력, 포트폴리오, 견적)를 준비해 발송했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기술노임단가’ 기준으로 견적을 수정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디자이너, 소프트웨어기술자, 건설/기타 엔지니어링에 관련된 노임단가가 존재하나 현업에 적용하기에 부적절한 부분이 많아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정확한 근거 없이 디자이너 단가가 제일 낮게 책정되어 있어 많은 에이전시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당 기준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역량이 전공분야나 연차와 정비례하지 않는 크리에이티브 직종의 경우 시장 변화와 내규에 맞춰 보수에 대한 자체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견적은 보통 과제 수행에 필요한 최적의 프로세스와 방법론, 여러 전문가들의 참여를 고려해 단계별 혹은 기능별로 산정한다. 정답 없는 답을 찾기 위해 디자인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그 아웃풋이 프로세스, 서비스모델, 가시화된 결과물 등으로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매번 동일하게 찍어내듯 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론으로 끊임없이 가설을 검증하며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위해 확산과 수렴을 반복한다. 다학제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 전공학과, 연차에만 맞춘 노임단가의 적용은 한계가 많다. 이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건축, 문화 기획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모든 영역에 해당된다.

클라이언트에게도 각자 규정이 있고 이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같은 일을 대상으로 해외에는 적용하지 않는 구매과정이나 정부기술노임단가를 국내 팀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매우 구시대적이지 않은가. 이 문제에 대해 클라이언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제안과 실제 진행 담당자가 다르거나 결과물에 대한 무책임함으로 난감한 경험을 한 기업들은 최선이 어렵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하겠다며 무리한 평가기준을 제시하게 된다. 일의 성격에 따른 다른 형식의 외부팀 섭외는 보수적인 기업 내부의 벽에 가로막혀 융통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누구의 일방적인 책임이나 희생이 아니라 제대로 존중받으며 일하고 그만큼의 성과를 내야 하는 건 양방의 책임이자 권리일 텐데, 여전히 ‘지식재산’과 ‘무형의 노동’에 대한 평가와 보상 기준의 합의점이 없어 안타깝다. 일에 대한 편견, 무늬만 글로벌인 조직문화, 약한 프로젝트 오너십, 합리적 의사결정의 부재로 만들어진 결과다. 여러 규제는 혁신을 꿈꾸는 이들을 해외로 이탈하게도 하니 관련 업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러다 정말 나라가 갈라파고스화가 되는 건 아닌지 우울한 상상도 하게 된다.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의 가속화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로 모두가 더블쇼크를 극복하는 중이다. 일의 정의/일하는 방법이 바뀌고 분야를 막론한 인디펜던트 워커가 증가하고 있다. 이종간 교류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며 다양한 조직의 유기적 협업 등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앞으로의 일들을 준비하는 때이다.

프로젝트의 이유와 목표/어떤 팀들과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지와 각자의 역할과 책임(R&R)을 명확히 정의하고, 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합리적 예산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식노동자는 점점 늘어나고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일을 선택하게 되면서 이해와 공감, 존중 없이는 어떤 일도 진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투정과 비판만으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성공사례를 남기려는 각자의 노력과 함께 변화가 필요한 이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작더라도 해결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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