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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아의 라온누리] 참 좋은 말 ‘자존심’

입력 2020-07-29 17:39

편집부 교열팀장

#1980~90년대엔 ‘타임’이나 ‘뉴스위크’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둘 다 지구촌 뉴스를 다루는 미국의 정통 시사 주간지로, 고급 영어의 대명사였다. 대학에선 이들 잡지를 읽고 토론하는 동아리 회원들이 인기였다.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 영문(?)도 모른 채 잡지를 끼고 다니는 젊은 남녀가 생겨났다. 다방에선 거꾸로 들고 읽는 척하다 망신당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유는 하나. 똑똑함을 과시해 이성의 관심을 끌고 싶었던 것이다. 요샛말로 ‘있어빌리티(‘있어 보인다’+‘Ability’) 몸짓이었다.

#1990년대 기자 초년병 시절, 신문 제작 후 술자리에 가면 선배들은 “우리가 쩐(錢)이 없지 가오가 없냐! 쪽팔리게 살지는 말자”라며 호기를 부렸다. 이후 20여 년간 다른 조직 사람들과도 술을 마시면서 안 사실 하나. 기자뿐만 아니라 검사, 교수, 영화제작자, 외교관 등도 술자리에서 이 말을 한다. ‘가오(顔)’는 일본어로 사람의 얼굴을 뜻하지만 체면, 명예의 의미가 더 강하다.

#“명함도 못 내밀었다”라는 말이 있다. 도저히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해 감히 나서지도 못할 때 적당한 말이다. 여기서 명함은 종이 이상의 의미로, 그 사람의 정체성이자 신분이며 인격이다.

자존(自尊)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모두 귀한 존재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게다. 간혹 누군가에게 자신의 능력보다 더 뛰어나 보이고 싶어 잘난 척하거나, 더 아름답게 보이려 치장하고 돈을 쓰는 것도 ‘자존’ 때문이다. 그래서 자존엔 “자기 인격성의 가치와 품위를 스스로 깨달아 아는 일”과 함께 “자기를 높여 잘난 체함”이란 두 가지 뜻이 있다.

‘잘난 체하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은 자존심이다. 자존에 마음(心) 하나가 붙었을 뿐인데, 의미가 크게 달라졌다. 나는 ‘자존심’이란 말이 참 좋다. 남에게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살면서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 시인 정연복이 들꽃을 보고 노래한 ‘자존심을 굳게 세우는 시’를 읽으면 자존심이 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길가의 작은 들꽃 한 송이를 보라/사람들의 눈에 겨우 띌까 말까 하면서도/기죽음이나 움츠림이 전혀 없다./넓디넓은 세상에 꽃들 무수히 많이 있어도/나와 똑같은 모양과 빛깔의 꽃은 단 하나도 없다며/당당히 제자리 지키고 서 있는 들꽃 한 송이.”

남들 눈엔 비록 작고 부족해 보여도, 자신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그런 마음이 바로 자존심이다. 따라서 자존심 있는 사람은 모함에 빠지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잘 이겨낸다. 또한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늘 인정하고 존중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까지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진정한 자존심이다.

자신의 가치나 능력을 믿고 당당히 여기는 마음은 자부심이다. 최선을 다해 목표를 성취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자부심이 있는 사람은 항상 노력하고 활기차기 때문에 그 옆에만 있어도 힘이 난다. 그런데 자부심도 지나치면 자만감으로 변해 타인과의 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거만하게 구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자부심은 스스로 사랑하는 과정에 생기는 자신의 과대평가다”라는 스피노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경제 탓인지, 질병 탓인지 요즘 ‘자존’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자존감을 잃은 이들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직장인의 자존, 개인의 자존 등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다. “사랑을 책으로 배웠다”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자존심도 책으로 깨달을 수 있을까. 내가,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이가 귀한 존재임을 안다는 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느껴야 한다.

당신은 자존심이 있는가? 당당하면서도 겸손하게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믿으시라. jsjy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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