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부동산 ‘불패’의 경제학

입력 2020-07-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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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요즘 세간의 화두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집값과 엄청난 부동산 세금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열심히 저축해온 30·40대 젊은이 사이에 “아빠 찬스 없이 이생에 내 집 갖기는 틀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떠돌고 있는 한편,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들은 급증하고 있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부담으로 힘들어하면서도 고율의 양도세 부담과 집값 상승의 기대로 매물을 거두어들이고 있어 시장은 개점휴업 상황이다.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희망을 약속하고 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출발한 이 정부가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결론은 애초부터 잘못 선택된 정책에 또다시 꼬인 대책을 얹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효과적인 정책수단은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있을 때 선택이 가능하다. ‘규제는 절대로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에 무지한 사람들이 선택한 대책에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0.5%의 낮은 기준금리와 시중에 3000조 원의 자금(이 중 가계부채는 1500조 원 정도)이 풀린 상황에서 집값을 잡는 것, 특히 선호하는 지역의 주택가격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경제를 아는 사람의 상식이다. 마땅한 대체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집값을 잡으려면 수요 억제와 함께 공급 증가가 있을 것이라는 명확한 신호를 시장에 보냈어야 가능했다.

경제의 작동원리를 모르는 비전문가를 정치적으로 임명하여 국가의 패망을 초래한 사례를 그동안 많이 보아왔다. 베네수엘라가 그렇고,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평균 5년에 한 번꼴로 경제위기를 겪는 나라들이다. 이들에게 시장을 이겨보라고 한들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니 대책이 나올 때마다 ‘코로나19 퍼주기로 필요한 재정 소요를 충당하기 위해 때리는 세금이다’, ‘정권집단의 다주택 기득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니 기다리면 된다’는 등의 루머가 난무하고, 시장은 기대했던 정책효과와 반대로 작동해 결국 인근 경기 지역까지 투기처로 만들었다.

경제학에서는 분석의 편의상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이라는 가정을 한다. 그러나 정책이 다루는 것은 실물경제이다. 공급 측면을 무시하고 수요에 대한 처방만을 해온 현재의 정책은 경제를 실험대 위에 올려놓고 시험해 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실험은 시장참가자의 기대를 정책결정자의 사적 목표와 결부하여 의도한 정책과 반대로 형성하게 된다. 이른바 공공선택 이론이 예측하고 있는 결과다.

정책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효과적인 공급 확대 대책을 마련하여 주택공급, 특히 선호 지역의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용적률의 상향 조정, 재건축의 허용과 그린벨트 해제 등 공급용지를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그린벨트를 건드리는 것은 신규 건설 가능 주택 수가 작아 별 효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풀린 토지보상비로 인해 폭발적 부동산 광풍의 가능성이 큰 하수의 정책으로 보인다. 살인적 주택가격 상승의 대표적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최근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고액 연봉 엔지니어들의 주택 수요가 감소하여 집값이 안정을 찾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의 경우 실물경제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방법은 용적률의 획기적 상향 조정과 재건축의 조기 허용 및 공공용지의 택지 전환에 의한 공급 확대 세 가지밖에 없어 보인다. 현재 300% 수준으로 34층까지만 허용하고 있는 서울 도심의 고밀도지역 주택 용적률이 도쿄와 런던의 경우 1800~2000% 수준인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분배의 세대 간 공정성 차원에서 다주택자로부터 거둔 세금을 재원으로 하여 청년층, 신혼부부 등 현금자산이 부족한 계층에 금융 혜택을 부여하고, 일정 물량을 할당하는 특별분양 방법을 제안한다. 이것이 집값도 잡고,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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