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칼럼] 아인슈타인이 탔을 노벨상은 몇 개?

입력 2020-07-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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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아인슈타인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과학자로 부각된 것은 1905년 스위스 특허국 직원으로 있으면서 발표한 세 가지 주요 논문인 상대성이론, 광전효과, 브라운 운동 때문이다. 논문을 발표한 이후 아인슈타인은 1909년 5월 취리히주립대학의 원외교수(정교수와 조교수의 중간)에 임명되면서 특허국을 사임한다. 그 후 프라하대학의 교수로 잠시 있다가 1914년 베를린대학 교수로 연구에만 전념하지만, 독일인들의 유대인에 대한 반감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1929년 헤브론에서 반유대인 폭동이 일어나고 1930년대 초 히틀러의 나치스가 득세하자 아인슈타인은 군국주의와 파시즘에 적극 반대했는데, 유대인인 그가 투옥되지 않았던 것은 당시 스위스 시민인 데다 노벨상 수상자였기 때문이다. 1932년 히틀러가 정권을 잡을 때 그는 다행히 미국에 있었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고 망명했다. 1933년 프린스턴 고급학술연구소의 수학부장으로 임명되어 망명생활이 정착되면서 계속 연구에 몰두했다.

아인슈타인은 20세기 최대 과학자로 칭송받았지만 그의 생활은 매우 검소했다. 백발이 제멋대로 자랐고 신사복과 넥타이 대신 스웨터와 가죽 재킷을 애용했다. 연주가 뺨치는 바이올린 실력과 요트 조정이 그의 취미이자 낙이었다. 그는 첨단 과학자로서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전지전능과 조화의 신을 믿었다. 덴마크의 유명한 물리학자 보어와 불확정성 원리에 대해 논쟁했을 때도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보어를 화나게 했다는 이야기는 전설 아닌 전설이다.

그가 위대한 과학자의 표상으로 애니메이션이나 공상과학영화에서 모델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허세를 부리거나 자신을 뽐내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에나 개방적이고 차별하지 않았다. 때로는 이웃에 사는 고교생에게 기하학 문제를 풀어주기도 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가 풀어준 문제의 답이 항상 정답은 아니었다고 한다. 영화감독들이 아인슈타인을 진정한 과학자의 상으로 만들기에 주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했을 때 대통령으로 취임해 줄 것을 요청받았지만, 대통령은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며 재빨리 사양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1955년 4월 3일 동맥류가 파열되어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주치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몫을 다했습니다. 이제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상대성이론은 곧바로 물리학자들의 주목을 끌어 1908년부터 연이어 노벨물리학상 후보자로 추천되었다. 그러나 노벨상 위원회는 실험에 의한 검증을 강조했기 때문에 천하의 상대성이론이지만 절대적 확증 없이 노벨상을 수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아인슈타인은 1910년부터 1922년까지 1911년과 1915년을 제외하고 노벨상 추천을 받았지만 계속 탈락하였다. 아인슈타인이 계속 탈락하자 학자들도 노벨상 위원회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위원회는 결국 그의 수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드디어 1921년, 1915년에 미국의 밀리컨에 의해 실험적으로 검증이 완료된 광전효과 연구로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수여했다.

광전효과가 결코 상대성이론에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TV, 컴퓨터, 태양전지, 광통신이나 리모컨의 수신부, 광센서 등에 사용되는 광다이오드,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에 사용되는 DDD 칩 등 현대 문명의 이기들이 모두 광전효과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문도 그의 광전효과로 작동한다.

아인슈타인이 워낙 여러 가지 독창적 이론을 도출했기 때문에 그의 이론으로 몇 개의 노벨상을 받았겠느냐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사실이다.

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이 장수했다면 1961년 뫼스바우어와 함께 상대성 이론 검증으로, 1964년 메이저와 레이저에 대한 기초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2005년의 노벨상은 ‘양자광학적 결맞음 이론으로 현대 양자광학의 토대를 마련하고 광주파수 및 빗 기술로 정밀분광학 발전에 기여’한 미국과 독일의 과학자 3인이 받았는데, 이는 간단히 말해 현재 우리 실생활에 깊이 침투해 있는 내비게이션의 기초원리에 대한 연구다. 내비게이션을 움직이는 위성항법장치(GPS)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옳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시킨 것으로, 내비게이션에서 생기는 오차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로 정확하게 교정시킨다. 2017년 노벨상은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측한 중력파를 2015년 실험적으로 검증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1879년생인 아인슈타인이 2017년까지 살았다면 5개의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가정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은 있지만, 여하튼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못 받은 것은 그의 이론이 워낙 앞서므로 당대에 검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너무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이 손해 본다는 것은 영재 과학자에게도 예외는 아니라는 뜻이다.

참고문헌 :

「다시 돌아보는 천재의 삶」, 유디트 라우흐, 리더스다이제스트, 2005년 4월

「1.2kg 아인슈타인의 뇌, 여전한 미스테리」, 이나무, 팝뉴스, 2008.1.12.

「올 노벨과학상이 주목한 건 생체시계·중력파」, 박근태, 한국경제, 2017.10.09

『과학의 사기꾼』, 하인리히 창클, 시아출판사, 2006

『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모든 것』, 한국과학문화재단, 미래M&B, 2006

『기발한 지식책』, 리처드 혼 외, 웅진주니어,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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