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세계경제 또 하나의 불확실성 ‘신종 바이러스’

입력 2020-02-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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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2020년 벽두부터 세계경제는 이미 전에 없던 제도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비록 1단계 합의에 도달했지만,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또 어떤 돌발행동으로 불확실성을 키울지 우려되었던 바다. 탄핵 논의가 미국 상원에서 어떤 형태로 마무리되더라도, 트럼프의 사후적인 행동이 미국의 정치적 불안정성뿐만 아니라 경제적 불확실성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어 왔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말 영국의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서 영국 및 유럽연합(EU)발 불확실성이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형이 되어버렸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중국발 신종 바이러스 사태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에 불은 지르면서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에 따른 위기국면은 이번이 4번째로, 역학(疫學) 전문가들은 마치 새로울 것이 없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1918년 발생했던 스페인독감의 경우 전 세계에 걸쳐 50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미국에서만 67만5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국내총생산(GDP)은 약 4.25%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1957~58년에 걸쳐 유행했던 아시아독감 때는 전 세계적으로 110만 명이 사망했으나, 미국의 GDP는 약 1% 감소에 그쳤다. 비교적 최근인 2002~2003년 중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사스는 전 세계적으로 8100명이 감염된 가운데 774명이 사망했으나, 중국 및 홍콩의 GDP는 1.1~2.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과거 경험에 근거해서 이번 신종 바이러스 사태의 영향을 너무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신종 바이러스 사태가 한 달을 넘기고 2월에 접어들면서 과거의 경험에 기반한 낙관론은 점차 퇴조하고, 세계경제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첫째 이유는 최근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이 사스와 메르스 사태 때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속도와 규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중국 광둥성과 베이징, 홍콩 등 중국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병했던 2003년 사스 사태 때 세계경제에서 중국경제가 차지하던 비중은 4% 수준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훨씬 더 강력하게 전 세계적 전염력을 보이고 있는 현재 중국경제의 비중은 세계경제의 16%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순 GDP 비중보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중국이 세계 모든 주요 산업의 최대 생산기지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신종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추정되는 우한의 경우 세계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산업의 핵심기지로, 신종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반도체, 전자 및 기계부품 등 핵심 중간재 산업의 조업 중단이 벌써 세계 제조업의 생산 차질로 나타나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 사태는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촉발된 중국 내 생산기지의 제3국 이전을 더욱 가속화시키면서, 중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확대 재생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은 후, 하반기에 회복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2020년 전체 경제성장률은 전년보다 2%P 낮은 4%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들이 제시되고 있다.

경제적 악영향보다도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번 사태의 결과 중국 공산당 정권의 상황 장악 능력에 대하여 중국 인민들 사이에 회의가 확산할 경우, 그 이후의 정치적 불안정을 중국정부가 안정적으로 수습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권위주의적인 중국 정치제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2008년 이후의 세계 금융위기 국면에서 중국처럼 일사분란하게 위기를 극복했던 나라가 흔하지 않다는 국가적 자부심이었다. 만약 중국 정부의 이번 신종 바이러스 사태 대응이 현재까지와 같은 무력함을 계속 보일 경우 공산당정부는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 사태 이전부터 세계경제는 수습 불가능할 정도의 불확실성에 노출된 위기국면이었다. 이에 더해서 신종 바이러스 사태가 보탠 추가적인 위기는 세계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의 붕괴뿐만 아니라, 중국 정치경제 시스템의 불안정화가 가져올 추가적인 위협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세계경제가 이미 충격흡수 능력을 거의 상실한 마당에 중국발 위기의 최소화를 위하여 전 세계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한다. 행여 이번 사태가 중국 정치경제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경우 국제사회와 경제에 감당하기 힘든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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