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4차 산업혁명] AI 국가전략, 민간이 시큰둥한 이유

입력 2019-1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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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지난 17일 정부가 내놓은 AI(인공지능) 국가전략은 그간 발표된 어떤 전략보다도 포괄적이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총집결이라는 점과 종전의 IT(정보기술) 강국에서 AI 강국으로 대전환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국가전략에 대한 세평(世評)은 그다지 좋지 않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민간 측에서 보자면 완전한 마케팅 실패다. 몇 가지 점에서 실패 원인을 분석해 본다.

정책(전략)은 ‘타이밍’이다. 모든 것을 정리하는 연말에 국가의 새로운 전략을 발표하는 일은 드물다. 사안이 매우 급하고 위중할 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 여간해선 피하는 시기다. 게다가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인 부동산 대책과 하루 차이를 두고 발표함으로써 AI 국가전략에 대한 주목도가 뚝 떨어졌다. 차라리 13일 4차산업혁명위원회 2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AI를 치고 나왔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2017년 10월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대한 평가가 매우 낮은 터라 AI로 새 출구를 찾을 수도 있었을 터다. AI 국가전략도 살고, 위원회도 살리는 멋진 한 수(手)가 아닐까 싶다. 아예 해를 넘겨 2020 새해에 희망찬 뉴스로 AI 강국을 선포해도 좋을 듯했다.

정책(전략)은 ‘박자’다. 강약중강약이 있어야 한다. 수많은 정보를 백화점 식으로 나열해서는 높은 수용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떤 것이 최대 중점사업이고 어떤 것이 야심적 사업인지, 희망사업인지 등등의 박자를 실어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머리에 부담도 적고 이해하기 쉬워진다. AI 국가전략이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비아냥을 듣게 된 이유다.

정책(전략)은 ‘상징’이다. AI 국가전략은 국무회의에서 발표됐다. 2030년까지 디지털 경쟁력을 세계 3위에 올려놓겠다는 마스터플랜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 ‘인공지능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 구현’ 등 3대 분야 아래 9개 전략과 100개 실행 과제를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발표는 소위 좌학(座學)적 태도다. 책상머리 발표라는 얘기다. 요즘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실천의지와 실행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부는 AI 클러스터(집적단지)를 만들겠다며 첫 지역으로 광주를 꼽았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로 5년간 무려 4000억 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광주가 전국에서 가장 발빠르게 AI 경제에 도전하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광주에서 AI 국가전략 선포식을 했다면 정책(전략)의 ‘상징’을 잘 살렸을 것이다. 한 지역에서 범부처가 만든 국가전략을 발표하는 게 모양새가 나쁘다고 판단했다면 그야말로 축소지향적인 사고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판교를 ‘대한민국 판교’로 부담 없이 부르듯이 전남 광주를 ‘대한민국 AI 클러스터’로 여기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은 이제 지역 경쟁력에서 나오는 시대다. 한국과 중국의 싸움이 아니라 예컨대 판교와 중관촌의 싸움, 광주와 선전의 싸움으로 승패가 가려지는 시대다.

정책(전략)은 ‘관료 문학’이다. 관료들의 보고서는 무미건조하다. 어떤 때는 거만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논리정연하고 수미일관하다. 공정계획도 명확하다. 보고서의 신뢰를 담보하는 요소들이다. 그러기 때문에 사무관, 과장, 국장, 실장을 거쳐 최종적으로 사무차관에서 매듭을 짓는 공저(共著)의 문학작품이 되는 것이다. 부처의 특성들이 보고서에서 묻어난다. 최근의 부처 보고서는 천편일률적이다. 내용은 하나도 빠짐없이 꼬깃꼬깃 다 들어가 있다. 책잡을 게 없다. 그러나 감투정신(fighting spirit)이 없다. 치열함이 없이 그냥 여기저기 것을 끌어다가 한 상에 올려놓은 모양새다. 이는 AI 국가전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AI 국가전략은 그 자체가 한 국가 경제발전 전략이란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실행력과 진정성을 담보로 계속해서 팔로업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과 AI 국가전략을 책임지는 주무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차관 인사를 비롯해 조직개편까지 했다. 새로운 각오로 AI 국가전략을 새해부터 제대로 추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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