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ㆍ삼보컴 "우리가 인텔 '검은 돈' 받았다고?"

입력 2008-06-05 16:56 수정 2008-06-0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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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아닌 마케팅 펀드, 앗! LG전자는 빠졌네

공정거래위원회가 5일 인텔이 그간 삼성전자, 삼보컴퓨터가 경쟁사인 AMD 제품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밝히며 인텔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60억원을 부과한 것에 대해 국내 양 PC제조사가 발끈하고 있다.

이들은 리베이트라는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들과 함께 국내 대표 PC업체중 하나인 LG전자는 공정위가 밝힌 인텔의 리베이트 제공 대상기업에서 빠져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드러내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세계 최대 PC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업체인 인텔은 지난 2002년부터 3년동안 국내 PC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에 각각 3000만 달러(약 306억원)와 750만 달러(약 77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왔다는 것.

삼성전자는 2002년 5월 인텔과 합의에 따라 2002년 3ㆍ4분까지 AMD CPU 구매를 완전히 중단하고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것. 실제로 2002년 4ㆍ4분기 이후, 2005년 6월까지의 기간 중에는 AMD 사용실적 자체가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공정위는 주장했다.

삼보컴퓨터에게 인텔은 2004년 4ㆍ4분기부터 2005년 2ㆍ4분기까지 국내 판매 PC에 대한 시장점유율 70% 유지를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공정위는 2003년 9월에는 인텔이 시장지배력 및 리베이트를 이용해 삼보컴퓨터가 AMD의 데스크탑용 64비트 CPU의 국내 출시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AMD의 CPU(중앙처리장치)는 인텔의 제품보다 10% 정도 저렴하다. 그럼에도 인텔의 한국 내 시장점유율은 91.3%로 세계시장 평균점유율인 79.6%보다 유독 높아 왔다.

장득수 공정위 시장감시정책과 과장은 "AMD사가 인텔사의 리베이트를 고려해 가격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CPU를 컴퓨터 제조업체들에게 무료로 공급한다고 해도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서 특기할 점은 LG전자는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상준 공정위는 "LG전자의 경우 인텔 CPU를 100%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보컴퓨터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LG전자는 시장 점유율이 2위로 확대됐지만 여전히 AMD CPU를 사용하는 PC를 생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AMD 제품 사용 배제 조건과 관련 인텔의 리베이트 수령 업체로는 거론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AMD의 CPU 제품을 각각 15%, 10% 정도를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가 불공정 거래에 연루된 상황이 됐다.

양사는 리베이트가 그야말로 '뒷돈' 혹은 '검은 돈'이라는 뉘앙스가 강한 부정적인 단어로 이번에 거론됐다는 자체만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양사는 인텔로부터 수령한 금액은 리베이트가 아니라 마케팅 펀드로 이를 통해 제품 광고와 마케팅에 사용한 금액이며 AMD역시 AMD CPU를 사용하는 PC 업체에게 마케팅 펀드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도 MS 운영체제를 설치하면 마케팅 펀드를 지원하는 등 이는 PC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는 주장이다.

양사는 이번 공정위 조사가 인텔의 시장 점유율이 정점에 달하던 2005년 전까지의 기간을 집중 조사한 것도 문제시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인텔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컸던 때가 2005년 이전이었다. 이후에는 성능이 좋아진 AMD제품을 탑재하는 제품도 늘리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공정위가 간과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인텔코리아 측은 "공정위의 이날 결정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할인 가격을 제안하면서 경쟁으로 몰고간 AMD의 입장만 받아들인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법정에서 진위글 가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제재 결정은 일본 공정위가 2005년 인텔의 같은 혐의에 대해 시정 권고했고 유럽연합(EU)과 미국 경쟁당국은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EU와 미국은 우리 공정위의 조치 내용을 참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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