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경유, 휘발유값 역전…"대안 없다"

입력 2008-05-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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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경유 판치고…소비자만 '봉'

국제 경유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서울 일부 주유소 판매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지난 2월만 해도 경유가격은 휘발유의 87% 수준이었으나 최근 들어 휘발유가격을 추월하는 등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체감 증가율은 더욱 높은 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을 이미 역전했거나 이번주 가격조정에서 역전할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이날 0시부터 경유가격을 리터당 30원 정도 높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에쓰-오일(S-Oil)도 지난 19일부터 경유가격을 휘발유가격보다 높게 책정해 공급하고 있다.

SK에너지는 22일 0시를 기해, 현대오일뱅크도 23시 0시를 기해 공급가격 조정, 휘발유가격보다 경유가격이 더 높아질 예정이여서 그동안 일부 주유소에만 나타나던 '경유값 역전현상'은 전국 주유소로 확대될 전망이다.

◆경유값 역전 왜?

지난 3월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에 붙는 유류세가 10% 인하됐지만 치솟는 경유가격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경유가격이 국제 석유상품시장 가격을 그대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경유 가격은 배럴당 164.63달러로 휘발유(92 옥탄가) 가격 130.79달러보다 26% 가량 비쌌다.

이는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경유의 비축을 늘리고 지난주 쓰촨성에서 발생한 지진 복구에도 쓰이기 때문에 경유의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 경유 차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유럽 지역에서도 공급 부족 등으로 미국에서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게다가 아랍에미리트와 인도네시아도 지역적인 공급 문제로 경유의 수입을 늘릴 계획으로 알려져 상승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경유가 지나치게 급등하고 경유에 부과되는 세금도 늘어나면서 이젠 정유사들도 비싼 가격에 경유를 공급할 수 밖에 없다"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역전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유, 휘발유보다 싸지 않다

오히려 정유업계는 '경유값 역전' 현상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인식이다. 정부가 그동안 국내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을 차등 적용해 휘발유 가격이 비싸게 보였을 뿐,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오히려 경유가격이 높거나 비슷하다는 것.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유값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 이전에도 국제 시장에서 경유는 항상 휘발유보다 비쌌다"며 "하지만 국내에 수입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휘발유에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자 소비자 입장에선 '경유는 휘발유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휘발유 소비가 높은 4월부터 7월까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에서 경유가격이 오히려 더 비쌌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유값 역전은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 동안 정부는 두 차례에 걸친 에너지 세제 개편을 통해 휘발유와 경유가격 비율을 100대 85로 조정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비율이 깨지면서 정부를 믿고 연비가 높아 에너지비용 절약에 좋은 경유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또 에너지 세제 개편이 유명무실해 지면서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트럭이 생계 수단인 영세사업자들에게는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 "대안없다"

정유업계는 경유가격을 낮추는 방법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도 국제시세보다 낮게 공급을 하는 만큼 추가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경유가격을 낮추면 다른 유종에서 이를 보전해야 하지만 이는 그 유종의 경쟁력을 낮춰 악순환만을 되풀이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또한 책임을 떠넘기거나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석유가격을 총괄하고 있는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는 "경유가격 하락을 위해서는 유류세 인하나 생계형 소비자에 대해 보조금을 인상해 줄 수 밖에 없지만 둘 다 소관 부서가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유류세를 총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는 "최근의 경유가격 상승은 세금과는 상관이 없는 상황"이라며 "경유에 붙는 유류세에 대한 조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가짜 경유 등장…소비자만 '봉'

경유가격이 치솟자 가짜 휘발유에 이어 가짜 경유도 등장해 소비자 피해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주유소에서 경유에 값싼 보일러 등유, 용제류 등을 혼합해 판매하는 수법이다. 보일러 등유에는 교통세가 붙지 않아 경유보다 리터당 400원 정도 싸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러한 가짜 경유는 대형사고를 가져올 수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석유품질관리원 관계자는 "등유는 난방용 연료라서 자동차 고압펌프에 이상을 일으켜 엔진 정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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