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확실성에도 멈추지 않는 LG화학의 ‘성장동력’ 대산공장

입력 2018-03-11 11:00 수정 2018-03-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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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55만㎡ (47만평) 규모의 수직 계열화 된 LG화학 대산공장의 전경(사진제공=LG화학)
▲약 155만㎡ (47만평) 규모의 수직 계열화 된 LG화학 대산공장의 전경(사진제공=LG화학)

“환경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주변 모두가 포기한다 하더라도 LG화학은 성장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9일 충남 서산시 LG화학 대산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포부를 내비쳤다. LG화학 대산공장의 규모는 박 부회장의 포부만큼이나 컸다. 공장 입구에서부터 멀리 있는 대산공장의 생산설비들이 끊임없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을 나타내듯 흰 연기를 뿜어내는 걸 볼 수 있었다. 파이프들이 얽혀있는 공장은 흡사 정글과 비슷한 느낌을 자아냈다. 최신식 설비를 갖췄다는 대산공장은 어수선하고 어지럽기보단 하나하나 계획돼서 만들어진 산업단지라는 느낌을 받게 했다.

◇핵심 사업 ‘NCC 증설’로 성장동력 마련한다= LG화학 대산공장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의 포부만큼이나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LG화학 대산공장의 총면적은 약 155만㎡(약 47만 평) 규모다. 기자는 이 넓은 부지를 투어버스를 타고 돌아다녔다. 47만 평의 공장부지에서는 어딜 가든 하얀색 원료 탱크와 정제 시설들, 파이프라인들을 볼 수 있었다. 850℃의 열분해를 통해 나프타에서 에틸렌으로 크래킹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LG화학 대산공장은 새하얀 수증기 같은 것이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약 155만㎡ (47만평) 규모의 수직 계열화 된 LG화학 대산공장의 전경(사진제공=LG화학)
▲약 155만㎡ (47만평) 규모의 수직 계열화 된 LG화학 대산공장의 전경(사진제공=LG화학)

넓은 대산공장 부지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곳은 바로 나프타분해시설(NCC)이다. NCC설비는 LG화학과 함께 성장해 온 대표적인 설비다. 1991년 LG화학 대산공장은 당시 현대석유화학 1단지 완공 후 이어 2단지 준공 중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매각 절차를 밟게 됐다. 한동안 매수자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었던 대산공장은 2003년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구성한 컨소시엄에 인수받게 됐다. 이후 2004년 LG화학이 1단지를 인수키로 최종 결정을 했고 2005년 LG대산유화가 공식 출범, 2006년 LG화학으로 흡수합병됐다.

생산설비가 늘어나는 만큼 NCC 생산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1991년 당시 35만 톤이 생산됐던 에틸렌은 2017년 기준 104만 톤까지 700%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것이 김범식 대산공장 NCC 생산팀장의 설명이다.

NCC는 총 네 가지 공정으로 이뤄진다. LG화학은 정유업체로부터 받은 부산물인 납사를 NCC에 넣어 열분해, 급랭, 압축, 정제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한다. 김범식 팀장은 이러한 과정에서 NCC 생산팀만의 독특한 미션을 공개했다. 김 팀장은 “대산 NCC 공장은 LG화학 내의 후속공장에 원료를 공급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원료를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생산해 후속 공장들이 고부가제품을 생산하는 데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미션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700%의 성장률을 보인 LG화학의 생산팀장으로부터 LG화학의 성장에 대한 뚜렷한 신념을 엿볼 수 있었다.

▲LG화학 임직원들이 콘트롤룸(상황실)에서 공장 내 설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사진제공=LG화학)
▲LG화학 임직원들이 콘트롤룸(상황실)에서 공장 내 설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사진제공=LG화학)

LG화학의 거대한 NCC 공정은 조정실에서 컨트롤이 가능하다. 김 팀장은 “조정실에서 현장의 모든 타워와 펌프, 각종 설비들의 온도, 압력, 조성 등을 제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비들의 변수들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지를 체크하고, 허용 범위를 넘어섰을 경우 조정실에서 이를 원상태로 돌려놓는 등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NCC 조정실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은 모두 설계회로처럼 보이는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정실의 벽 한 면에는 NCC 대산공장을 비추는 CCTV 화면들이 걸려 있었다.

◇고부가가치 ‘엘라스토머’로 경쟁력 강화=LG화학 대산공장의 남쪽으로 내려가면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를 생산하는 설비가 한창 증설 중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올 한해 석유화학 업계는 북미 셰일가스 기반의 ECC 출회, 환율하락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글로벌 경제상황의 어려움이 예고돼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LG화학을 비롯한 석유화학 업계는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는 작년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올해 1분기 지난해 대비 소폭 악화된 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이같은 위험을 과감한 투자를 통한 선제적 대응으로 헤쳐나갈 방침이다. 이날 박 부회장은 “연평균 15% 이상의 고도 성장 추진”과 “2020년 매출 36조4000억 원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POE 공장 증설은 박 부회장의 목표를 실현 중인 대표적인 예다. 4만 9000평 위에 지어지고 있는 POE 설비는 작년 3월부터 계열사인 서브원과 계약을 맺고 증설을 진행 중이다. 올해 7월 기계적 준공을 앞둔 이 설비는 현재 토목ㆍ건축ㆍ철골 공사를 진행 중이다. 비록 넓은 부지에 철골밖에 심어져 있지 않았지만 그 규모는 거대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크레인들이 사방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대산공장 POE 증설 TF팀장을 맡고 있는 강동일 팀장은 “LG화학을 포함해 전 세계 4개 사(社)에서만 생산한다”며 POE 증설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엘라스토머는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부가 합성수지로 자동차용 범퍼 소재, 신발의 충격 흡수층, 기능성 필름, 전선 케이블에 사용되는 원료다.

올해 하반기 증설이 완료되면 대산공장의 엘라스토머 생산량은 현재 약 9만 톤에서 29만 톤으로 3배 이상 증가하게 돼 글로벌 톱 3 안에 들게 된다. 현재 1위는 생산량 기준 다우케미칼, 2위는 엑슨모빌이다.

김 TF팀장은 “현재 POE 증설이 68%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증설은 파일, 토목, 건축, 철골 등으로 계획대로 증설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안전환경’으로 튼튼한 성장 기반 마련=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평소에도 “안전환경은 모든 사업활동에 최우선이 돼야 할 타협할 수 없는 원칙”임을 밝혀왔다. LG화학 대산공장에 위치한 안전체험센터는 이같은 박 부회장의 신념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박상춘 대산공장 안전환경담당은 “대산공장은 지난해 약 10억 원을 투자해 안전체험 교육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체험관 90평, 영상체험관 20평 총 110평 규모로 꾸며진 안전체험센터는 건설안전, 전기안전 등 총 5개 분야 24종의 체험설비를 갖추고 있다.

▲LG화학 임직원들이 안전체험센터에서 석유화학 공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사고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사진제공=LG화학)
▲LG화학 임직원들이 안전체험센터에서 석유화학 공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사고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사진제공=LG화학)

흥미로운 점은 모든 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안전체험센터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안전모 체험(해머)을 경험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1m 위에서 쇠망치가 뚝 떨어지면서 굉음을 냈다. 박 안전환경담당의 설명을 들은 후 기자는 쇠망치가 떨어지는 곳에 안전모를 쓴 머리를 가져다 댔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자이로드롭이 빨리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듯 마음을 졸이던 기자는 이내 내리찍는 쇠망치의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기자가 느낀 충격은 누군가가 안전모를 누르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안전모의 필요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외에도 다양한 체험들이 많이 준비돼 있다. 안전모 외에도 안전띠, 에너지원 차단 체험, 밀폐공간 작업 체험, 정전기 체험, 분진폭발 체험, 과전류 체험, 끼임 체험, 개구부 떨어짐 체험 등이 있었다. 안전체험센터의 하이라이트라고 꼽히는 개구부 떨어짐 체험은 안전모 체험처럼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극강의 공포를 선사했다.

박 부문담당은 “실제 근로자들이 사건 현장에서 낙상 사고의 위협에 노출됐을 때 심각한 공포를 느낀다”며 “이같은 안전설비들이 근로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체험시설을 나간 후 좌측으로 돌면 VR체험관이 있다. 박 부문담당은 “대산공장이 막 지어진 90년대 초기에 현재 정년퇴직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 세대들은 직접 공장을 지으려 안전사고에 대해 배우고 대비할 수 있었으나 현재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신입사원들은 안전 사고를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VR체험관이다. 신입 입사자들은 VR 기기를 통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보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비상 대응을 해야 하는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박 부문담당은 “사고예방, 사후발생시 신속하게 비상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 직원이 안전에 대한 지식과 의식을 함유시키기 위해 고민한 것이 교육실”이라고 설명했다.

◇끊임없는 투자에 나서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환경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주변 모두가 포기한다 하더라도 LG화학은 성장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포부를 내비쳤다.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와 북미 에탄분해시설(ECC)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 등 악조건 속에서도 LG화학의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LG화학은 올해 시설(CAPEX)과 연구개발(R&D)에 사상 최대 금액을 투자한다. 시설투자에는 전년 대비 52% 증가한 3조8000억 원을, R&D에는 전년 대비 22.2% 증가한 1조1000억 원을 집행한다. LG화학 측은 이를 통해 △기초소재부문의 고부가사업 및 관련 원료 확보를 위한 신ㆍ증설 △자동차전지 분야 대형 프로젝트 양산 대응 및 핵심 역량 확보를 위한 기반 확대 △소형 및 ESS 전지 경쟁 기반 강화 △기능성 필름 및 수처리 역삼투압(RO)필터 등 성장사업 육성 △고용량 양극재 제품 경쟁력 확보 등 핵심사업 및 신성장동력 분야의 역량 강화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박 부회장은 “배터리 및 바이오 등 집중 육성 분야의 인재를 전년 대비 50% 증가한 1500명을 채용해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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