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북핵 동결과 비핵화 사이

입력 2018-02-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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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예전에 한 방송사에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북한이 달라졌어요”라고 외쳐야 할 판이다. 우리가 김영철에게 비핵화를 말해도 그냥 듣고만 있고, 자기들이 북미 대화를 먼저 들고 나오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과거 같으면 어림없는 소리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북한에 핵 문제를 거론하면, 북한은 항상 핵 문제는 미국과 얘기할 문제라며, 우리와의 핵 관련 대화를 거부했다.

지금은 우리가 비핵화 문제를 말해도 북한은 가만히 듣고 있다. 이런 북한의 태도 변화는 그동안 우리 대북정책의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 이는 북한이 그만큼 숨을 쉴 수 없어서 보이는 태도 변화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그만큼 북한의 숨통을 조였고, 그 결과 북한이 밖으로 기어 나와 살려 달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데, 그 외침이 바로 ‘북미 대화’와 우리의 비핵화 거론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북한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굴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해, 북한으로 하여금 항복 선언을 받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을 피하는 길이다. 만일 이런 공조에 조금이라도 틈이 생긴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 둘 점이 있다. 만일 미국이 북한의 마사일 개발 동결을 전제로 핵 동결을 받아들인다면, 문제는 또다시 복잡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핵 동결과 미사일 동결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북한 핵 동결의 경우 자칫 핵 보유국의 지위를 인정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의 핵은 이미 상당 수준에 올랐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데, 이런 상태에서의 동결이라는 것은 핵 보유를 인정한 상태에서의 ‘핵 군축’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미사일 개발 동결은 문제가 다르다.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의 경우 아직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므로 미사일 개발 동결은 최소한 미국에는 의미가 클 수 있다. 미국은 일단 자국의 생존권 확보와, 이와 관련된 위협에서 해방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동결을 전제로 회담을 하자고 하면 일단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주한미군의 주둔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와 일본을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우리와 일본의 경우, 이미 완성된 중단거리 미사일과 북한 핵의 위협으로부터 계속 시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은 핵으로 우리와 일본을 끊임없이 위협하며,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한마디로 핵 보유는 인정하되 ICBM 개발을 멈추는 선에서 미국과 북한이 타협을 시도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우리와 일본이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주선하되,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이것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마지막 선택은 일본이나 우리가 핵을 보유하겠다고 나서는 방법뿐이다. 핵 도미노를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선다 하더라도, 철저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회담이어야 하지, 핵과 미사일 동결 수준에서 봉합되는 것은 우리가 나서서 철저히 반대해야 한다. 반드시 비핵화 회담이어야 한다. 핵 동결 선에서 만족하는 회담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는 말이다. 이 점을 정부는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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