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는 기업 '방패'ㆍ'로비스트' (?)

입력 2008-03-10 11:28 수정 2008-03-2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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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투명성 확보 당초 취지는 어디로

이달 상장사들의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이번에도 법조계와 재정경제부·국세청·금융감독위원회 등에 몸담았던 관료들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사외이사제도는 외환위기 당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즉 대주주를 견제하고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경영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독립성이 크게 요구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비난이 식을줄 모르고 있다. 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함이 아니라 법정 공방에 대한 '방패막이'나 '로비스트' 역할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면면을 살펴보기로 한다.

◆ 주요그룹 배치 실태

삼성, 현대, 두산, SK그룹은 지배구조와 분식회계, 비자금문제로 잡음이 들끓었거나 끊이지 않고 있는 기업집단들이다.

삼성은 법조인뿐 아니라 이재용 상무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X파일 문제 등으로 국세청 관계자들이 대거 배치돼 있다.

황재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최병윤, 서상주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이제홍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박인주 전 인천세무서장, 박석환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박병일 전 마포세무서장 등 국세청 관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거나 포진한 상태다.

총수 일가의 분식회계와 횡령 등으로 '형제의 난'을 겪었던 두산그룹은 이건웅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종상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신명균 전 사법연수원장, 신희택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박태종 전 대구지검장 등 법조인들의 참여한 바 있다.

현대가는 김영수 전 대통령 민정수석, 이재광 광주지방국세청장,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홍성웅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SK그룹은 교수들의 배치가 많아 눈길을 끈다. 신황호 전 서울사이버대 총장, 현진해 고려대 의과대학 의무부 총장, 박상수 전 뉴욕주립대,양승택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석좌교수 등이다.

현재 사외이사들은 지배주주 또는 경영진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경우가 많다.

효성그룹은 사외이사 6명중 3명이 경기고 출신이다. 조석래 회장은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또한 조석래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회장이 이끄는 한국타이어그룹은 사외이사 4명이 모두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같은 해에 졸업한 동창생들이다. 3명은 재경부 출신. 조양래 회장 역시 그의 형처럼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국타이어의 자회사인 아트라스비엑스의 경우도 2명의 사외이사 모두가 효성그룹 출신이다.

◆ 부업 맞아(?), 대단한 처우

사외이사들은 비상근직이다. 그럼에도 대기업 사외이사는 '부업'이라고 하기에는 처우가 상당한 수준이다.

2006년 기준 사외이사의 수입은 특히 SK텔레콤 8100만원, LG전자·KTF 각 6000만원, 삼성전자 5800만원 KT 5700만원의 순이다. 벤처기업의 경우 엔씨소프트 1억2900만원, 다음커뮤니케이션 3900만원. CJ인터넷·에이스디지텍 각 2400만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로 개인최고 연봉을 받은 사람은 엔씨 소프트의 사외이사였던 윤송이 전 SK텔레콤 상무다. 당시 그녀의 연봉이 1억2922만원이다. 윤 전 사외이사는 2006년 10번의 이사회에 참석했으므로 1회 참석당 1292만을 받아간 셈이다. 또 엔씨소프트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4000주(당시 행사가격 5만1900원)을 챙겼다.

또한 복수상장사 사외이사의 겸직을 하고 있는 경우나 심지어는 동일업종인 경쟁사의 사외이사를 겸하거나 이동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즉 기업 정보 보안 등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홍원표 중앙대 교수는 남광토건과 삼부토건, 전계목 삼두 DNS회장은 동부제강과 세아제강, 김형준 서울대 교수는 동부일렉트로닉스, 하이닉스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경쟁업체로 옮겨가는 사외이사도 많다.

유관희 고려대 교수는 대우증권에서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으로, 최명수 예금보험공사 기금관리부장은 신한지주에서 우리금융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사외이사들은 대거 총수들과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점이 많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이해관계를 따진 사외이사들을 대거 영입함으로써 충실한 대변인이자 로비리스트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 '거수기'나 또한 사외이사들이 반대의견을 낸다 하더라도 '구색맞추기 식 전시경영'의 홍보효과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의 대학교수는“회사 측에서 임명된 사외이사가 회사의 안건에 반대할 수 없는 모순에 따라 순기능에 대해선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현재 사외이사들은 이해관계로 얽혀 독립적이지 못한 활동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사외이사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임명직인 사외이사의 선임방법을 엄격히 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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