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그런다고 바뀌나요?”

입력 2018-01-2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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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다고 바뀌나요?”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에 나오는 대사다. 이 장면을 보면서 영화 ‘변호인’의 “바위로 계란치기의 역설, 바위는 죽은 것이지만 계란은 병아리가 돼 살아서 바위를 넘는다”의 대사가 생각났다. 역사의 진보는 변화를 믿는 자들의 작은 발걸음, 끊임없는 도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개인의 성장, 조직 리더십 발휘에도 적용된다. 뭘 하든 해보기도 전에 “그런다고 바뀌냐”며 팔장을 낀 채 냉소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온갖 아는 척은 다하면서 ‘행동’은 ‘하는 척’조차 안 한다. “교육을 받는다고, 노력한다고 사람이 달라지나요?” “리더십, 몰라서 못 합니까?” 하며 재를 뿌린다. 자신의 발전-변화 가능성을 믿지 않는 리더일수록 팔로어 또한 믿지 않는다. 이들 ‘뛰어봤자 팔짝’의 냉소파는 늘 ‘피워보자 활짝’에 어깃장을 놓는다.

이 같은 대립각은 오늘날만의 고민은 아니다. 공자 역시 제자 자로와의 첫 만남에서 이와 유사한 토론을 벌인다. ‘공자가어’에 나오는 이야기다. 자로가 “저 남산의 대나무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곧바로 자라고, 그 대나무로 만든 화살은 두꺼운 물소 가죽도 뚫을 수 있습니다. 구태여 더 학문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공자는 “그 화살에 쇠촉을 붙이면 더욱 예리해져 못 뚫는 물건이 없게 될 것이다. 타고난 재능 위에 학문을 쌓는 것도 이와 같다”라고 답한다. 촉을 달든, 갈든 부단한 정진을 하면 누구나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자가 자기 소개를 “학문을 좋아해 끼니도 잊으며, 근심도 잊고, 나이 먹는 것도 알지 못한다’고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맹자는 지레 한계부터 짓는 사람을 ‘자포자기’라 칭하며 경계한다. “인간의 성정은 근본적으로 서로 비슷하다. 씨앗은 같으나 토양의 차이일 뿐이다”라며 “인(仁)과 의(義)를 비방하면서 방자하게 구는 자는 스스로 포기하는 자(자포:自暴)이고, 인정하긴 하지만 실행할 수 없다고 미리 포기하는 사람을 자기를 버린다(자기;自棄)라고 일컫는다”라고 말한다. 자포자기하지 않으면 누구나 성장판은 열려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심리학자 캐롤 드웩 교수는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 유무를 갖고 성장형 사고와 고착형 사고로 구분한다. 성장형 사고가 근육처럼 단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면 고착형 사고는 키처럼 한계가 있다고 본다. 성장형 리더는 발전의 기회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참신한 해결방법을 모색한다. 반면에 고착형은 고정돼 있다고 보아, 환경-지능 부족을 탓하며 포기한다.

성장형 사고 리더는 “누군가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똑똑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고 생각한다. 고착형 사고 리더는 “사람은 발전하지 못한다. 토론해 봤자 귀 기울여 들을 사람도 별로 없고, 나만 한 의견을 내는 사람도 없다”라고 한계 짓는다. 이들 리더와 일하는 직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 일상적으로 비밀을 만들고, 쉬운 길을 가려고 절차를 무시하며,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 부정을 저지르는 경우도 훨씬 많았다. 한마디로 성장형 사고가 조직혁신, 행복, 리더십 모두를 향상시킨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라고 질문하던 여대생 연희는 ‘세상은 내가 참여해야 바뀐다’는 것을 자각하고서 변화한다. 그런 깨달음이 모여 세상은 변했다.

혹시 당신은 직원에겐 뚜껑만 열리고, 성장판은 막아놓고 있진 않은가. “노력해봐야 바뀌는가”라며 ‘뛰어봤자 팔짝’이라고 자포자기, 타포타기의 어깃장을 놓고 있진 않는가.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바뀌나요?’로 생각을 바꿔보라. ‘피워보자 활짝’에 맞장구를 쳐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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