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캠페인 확산...기업들 투자 유치에 새로운 복병

입력 2017-11-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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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 문제, 기업 평판에 영향...투자로 직결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으로 촉발된 성폭력 고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기업들의 자금 유치에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했다고 투자전문매체 배런스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 고용기회균등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여성 4명 중 1명이 직장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여론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50%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배런스는 성희롱 등으로 고소당하는 남성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 인물 개인 뿐 아니라 소속 기업 및 투자자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성희롱을 묵인하거나 성희롱을 조장하는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기업, 또는 직원이 성희롱에 대한 우려와 실제 피해를 보고하는 적절한 수단을 제공하지 않는 기업은 다양한 형태로 보복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제작사 와인스틴컴퍼니는 와인스틴의 성추문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에 내몰렸다. 폭스뉴스는 인기 방송 진행자인 빌 오라일리의 성추문으로 광고가 급감했다.

배런스는 직장에서 일어난 스캔들의 사회적 비용, 실적과 주가 피해를 고려하면 투자자의 역할도 높아진다며 투자자들은 직장, 특히 임원과 고위 경영진에 여성이 적다는 것 등에 주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종 및 직급별 여성 직원 비율. 출처:모건스탠리
▲업종 및 직급별 여성 직원 비율. 출처:모건스탠리

종목 선택 시 ESG(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에 초점을 맞추는 자산운용사 이튼 밴스 산하 캘버트 리서치 앤 매니지먼트의 스투 댈하임 이사는 “투자자는 많은 기업에 위험이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사회는 인적 자원의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투자자는 기업과 이사회에 대해 한층 더 노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캘버트는 실제로 남녀 차별에 관련한 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의도적으로 피한다. 그 중에는 과거 약 10년 간 성 차별과 각종 성희롱 소송으로 화해금을 지불해온 할인 유통업체 달러제너럴(DG)도 포함됐다. 모건스탠리의 매터호른그룹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이브 엘리스 역시 “성 차별과 관련한 집단 소송 또는 개인 소송에 직면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일반적으로 피한다”고 밝혔다.

배런스의 의뢰로 6만7500에 달하는 신고서를 조사한 금융 관련 조사 플랫폼 센티에오에 따르면 ‘성’, ‘괴롭힘’, ‘차별’이라는 단어를 신고서에서 검색한 결과 연차보고서에서 2009년 이후 연급된 건 불과 166개였다. 그러나 분기보고서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성은 1만2342번 언급됐고, 매년 한결같이 언급됐다. 센티에오의 요세프 이사그는 이에 대해 “기업이 다양성 면에서 인사 및 위원회를 통해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차별 및 성희롱 문제가 이사회에까지 전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는 인재 관련 회사 보드리스트와 퀄트릭스가 600명의 이사(대부분 여성)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로 뒷받침된다. 조사에 따르면 77%의 이사회가 직장에서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나 성차별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고, 88%가 최근 보도에 기인한 행동 계획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83%가 성희롱과 성차별 관련 기업의 위험을 재평가하고 있지 않다. 직장에서의 음주와 파티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러한 활동을 재촉하는 기업문화의 위험과 수익률을 논의한 이사회는 8%에 그쳤다.

성희롱과 성차별의 피해자 중에는 남성도 있지만 어쨌든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다. 배런스는 직장에서 여성 수가 적다는 게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MSCI 세계지수 구성 기업을 보면 2016년 3월까지 5년 간 유럽과 북미의 여성 노동자 평균 비율은 불과 36%였다. 고위 경영진은 겨우 14%다. ESG 지향적인 자산운용사 아르주나 캐피탈은 2014년 하이테크 기업에 대해, 남성 직원과 여성 직원의 임금 격차를 공개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같은 해에 인터넷 경매기업 이베이에 대한 남녀 임금 격차와 그것을 축소하기 위한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제출했으나 2015년 주주 총회에서 찬성한 주주는 불과 8.5%였다. 이듬해 다시 제출한 제안은 51%의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아르주나는 바람직한 사례로 세일즈포스닷컴을 들었고, 애플 등 일부 IT 기업에 대해서는 경영진이 각 성별 임금 공개에 동의했기 때문에 주주 제안을 철회했다고 한다. 아르주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소비재 기업에 대한 보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적인 커피전문 체인업체 스타벅스와 스포츠 용품업체인 나이키, 회원제 유통업체 코스트코홀세일 등이 대상이다.

배런스는 성 차별 관련 문제에 대한 대응이 우수한 기업은 투자 성과로도 연결된다며 이는 투자자에게도 보답이 돌아간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여성 직원이 많고, 임금이 남녀 평등하고, 다양성 지향 정책을 갖고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 향상에 노력하고 있는 기업의 주가는 수익률이 높고, 변동성은 낮았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캐서린 클라인 교수는 “경영이 양호하고, 직원들의 사기 및 만족도가 높은 기업이 더 성과가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는 많다”고 말한다. 다만 클라인 교수는 기업 내 직원의 경험에 관한 많은 정보 수집이 곤란하다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고, 투자자들이 글래스도어 같은 직장평가 사이트를 통해 직원의 임금과 문호개방 방침에 관한 정보를 얻으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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