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의 책임 강화, ‘법인세 인상’만 답이 아니다

입력 2017-10-3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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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국제경제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오랜 숙원이었던 높은 법인세를 대폭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자 미국보다 낮은 법인세로 기업들을 유혹했던 캐나다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쥐스탱 트뤼도 정부는 현재 중소기업의 법인세율 10.5%를 내년 1월까지 10%, 2019년에는 9%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중소기업에 속하지 못한 기업들이다. 이들은 세율 인하 혜택을 보는 기업이 너무 적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여론조사기관 나노스에 따르면 세제 개혁 논쟁으로 트뤼도 정부의 지지율은 4월 43%에서 이번 달 중순 35%로 하락했다.

한국에서도 캐나다에서처럼 기업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법하다.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국회의원들도 의원 발의로 법인세율 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를 얻는 이유는 한국 대기업이 보이는 사회적 무책임과 관련 있다. 하청업체를 쥐어짜고, ‘땅콩 회항’ 같은 비도덕적인 행위를 일삼거나 배임·횡령 행태가 난무하는 대기업들이 한국에서는 흔하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무시하고 과도한 힘을 행사하는 일이 빈번하면서 그 책임을 세금에 묻는 게 ‘법인세 인상’이다. 일종의 벌금 성격이 가미된 것이다.

그러나 세금은 벌금이 아니다. 현재 대기업들이 지나친 특권을 누린다면 그것을 바로잡아야 하지, 세금으로 벌 주어선 안 된다. 세수가 더 필요하다면 세금을 이미 내는 사람들에게서 더 걷는 게 아니라 1원도 내지 않는 사람의 지갑에서 걷어야 한다.

현재 근로소득이 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는 40%가 넘는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이는 단지 법 조항일 뿐이다. 세수 확대라는 목적에 앞서 명분에 설득력이 있는 쪽은 국민 개세주의를 실천하는 방향이다. 세금은 분풀이 대상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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