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 취임 3개월...어설픈 권위주의로 지지자들도 등 돌려

입력 2017-08-1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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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도 가시밭 길...친기업적 노동개혁안에 노동계 반발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으로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제25대 대통령에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이 14일(현지시간)로 취임 3개월째를 맞았다. 정치적 기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선과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이런 허니문도 잠시. 그의 단 꿈은 취임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노동개혁과 국방예산 및 지방재정 삭감, 영부인 공식 지위 추진 등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 탓에 그를 지지했던 여론까지 등을 돌린 까닭이다. 최근 지지율은 30%대로 추락, 초라하게 물러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취임 후 3개월 때 지지율 만도 못하다. 대외적으로는 존재감을 높이고 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제왕적 대통령’, ‘어리숙한 권위주의’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Ifop에 따르면 이달 초 시점에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36%로 6월의 64%에서 반토막이 났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도 지지율이 하락하기는 마찬가지다. 엘라베의 조사에서는 ‘매우’ ‘어느 정도’ 지지한다는 응답률이 전월 대비 5%포인트 줄어든 40%였다. 반면 ‘전혀’ ‘별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55%로 전월보다 9%포인트 늘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같은 기간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은 니콜라 사르코지가 2007년에 66%, 올랑드가 2012년에 56%였다. 둘 다 말년은 초라했는데,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출범한 마크롱 정권은 이들보다 못한 셈이다. 지난 9일 프랑스 라디오 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에서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개혁에는 비판이 따른다. 우리는 역할을 다 할 뿐이다.” 라며 마크롱의 정권 운영에 대해 강하게 두둔하는 발언을 반복했다.

마크롱의 지지율 하락 주원인은 세출 삭감이다. 마크롱 정권은 지난달, 2017년 재정적자를 유럽연합(EU)이 권고한 재정적자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를 지키기 위해 세출을 약 45억 유로(약 6조1000억 원) 삭감한다고 발표하고, 각 부처에 삭감 비목을 요구했다. 2008년 이후 지켜지지 않은 3% 규칙 준수가 유로존에서의 프랑스 신임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선 공약으로 내건 내용이었지만, 정부나 의회와의 조정이 불충분해 경찰 등 다양한 행정조직에 혼란이 빚어졌다.

또한 프랑스 가구의 약 20%가 받는 매월 수십에서 수백 유로의 주거비 보조는 10월부터 보조금을 월 5유로 줄이는 조치가 저소득층과 학생 사이에서 불만을 야기했다. 프랑스에서는 사회적 약자에게 부담을 요구하는 시책은 특히 불만이 크다.

그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불만도 고조됐다. 그는 긴축 재정을 이유로 국방예산 8억5000만 유로를 군과 상의도 없이 삭감, 이에 대해 군의 반발이 크자 지난달 군 관계자들을 앞에 두고 “내가 사령관이다. 나의 정책에 코멘트를 할 필요는 없다.”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피에르 드빌리에 합참의장은 이에 대해 항의하는 의미에서 사임, 대통령과 군이 대립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임기 첫 국정연설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았다. 지난달 3일 마크롱은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에 상·하원을 소집해 국정 연설을 했는데, 이를 두고 ‘제왕 행세를 한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전임 대통령들은 주로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개헌 등 특별한 경우에만 합동연설을 이용했는데,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을 위해 상·하원을 소집한 건 마크롱이 처음이었다.

팝스타 리아나와 아일랜드 록밴드 U2의 보컬 보노를 엘리제궁에서 만난 것도 논란을 일으켰다. 개발원조 예산 삭감 계획이 비난을 받으며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지자 빈국 지원 활동을 하는 연예인을 불러 이미지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연간 45만 유로의 별도 예산을 책정,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 여사에게 공식 지위를 부여하려다 여론의 반감이 커지자 없던 일로 하는 등 강한 역풍을 맞았다.

애초 마크롱은 우파도 좌파도 아닌 중도를 내세워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의 지지를 모았다. 취임 초기에는 초당파적으로 내각을 조성하는 등 기성 정치인들과 다른 신선함을 연출하며 인기를 모았으나, 어설픈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 갈수록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앞으로도 그의 국정 운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달 말 노동법 개정안을 공개하게 되는데,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기 쉽게하는 것 등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노조의 반발은 불가피하며, 유력 노조는 9월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9월 하순에는 의원 절반을 새로 뽑는 원로원(상원) 선거가 있다. 프랑스 국민의회(하원)가 원로원에 우월하기 때문에 국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선거 결과는 마크롱 정권에 대한 첫 심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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