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공정위 사건…시정명령 이상 제재 10% 내외 불과

입력 2017-07-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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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정권 초기 때 원청사업자로부터 돈을 받지 못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적이 있어요. 2년 정도 지난 시점에 원청사업자는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됐어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가 당시 직원의 설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린 골치 아픈 하청업체로 낙인됐고 일감이 뚝 끊겼죠. 소송전을 펼쳤지만 직원들이 떠났고 회사는 문을 닫아야 했어요. 재밌는 사실은 당시 공정위 직원이 민간기업 비상장사인 계열사 임원으로 자리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됐죠. 공교롭게도 해당 계열사 중 한 곳은 내가 신고했던 원청사업자의 파트너사였어요.

#. 어느 날 회의를 갔다온 한 선배의 얼굴이 경직돼 있더라고요.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업무지시를 내렸는데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죠. 십수 년도 더된 얘기예요. 당시 위원장으로 온 양반이 전횡(專橫)을 부리던 시절이 있었죠. 개인적인 민원을 받은 위원장이 직원들에게 조사하라고 강압했죠. ‘예스 맨(Yes Man)’이 아닌 ‘노 맨(NO Man)’에게는 인사권의 보복이 내려졌어요. 수개월 동안 보직을 받지 못하는 직원도 있었죠. <30여 년간 공정거래위원회 관료를 지낸 퇴직 공무원>

#. 석모 공정위 사무관은 인모 행정관(공정위 청와대 파견)이 ‘윗선 지시’라며 공정위가 먼저 발표하지 말고 삼성에 알리라 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인 행정관도 자신이 삼성과의 협의를 기재해 최상목 전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에게 보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경제수석 당시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문제 해소를 위한 500만 주 처분 결정을 듣고 안도했다는 법정 증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24차 삼성 공판 내용 일부>

‘박근혜 탄핵 시기’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은 공정당국이 안에서는 신뢰를 잃어버린 기관으로 추락하게 된 해였다. ‘을의 눈물’을 제대로 씻어 주진 못하면서 대기업 봐주기만 일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공정위 전 간부의 수뢰부터 삼성 민원기관으로 전락한 공정위가 ‘김상조호(號)’로 부상하면서 조직 쇄신을 공정 과제로 삼고 있다. 공정거래 전문가들은 정권 때마다 휘둘리는 존재가치 찾기와 삼성특혜 의혹으로 불거진 외압 논란 등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투명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 한 해 불공정 혐의 사건 4000건 이상…‘乙’의 눈물 못 달래

현재 불공정행위 혐의로 접수된 공정위 사건은 평균 4000여 건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시정명령 이상의 제재를 받은 경우는 10% 내외로 저조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3년간 사건접수 현황을 보면, 공정위 접수 건은 총 1만1846건에 달한다. 신고와 직권 사건을 모두 포함한 2014년에는 4010건이 접수됐다. 2015년부터 지난해의 경우는 각각 4034건, 3802건 등의 규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건 제재를 위해 심의하는 전원회의 안건은 2014년 691건, 2015년 993건, 2016년 759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중 지난해의 경우 고발건수는 1.4%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을의 눈물’로 대두되는 소관법 중 가맹사업법 위반은 지난해 과징금 제재 건수가 1건이었다. 가맹사업법 위반 고발 결정은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불공정거래 신고 사건의 검토 중단율은 매년 증가세다.

2015년 공정위 통계연보 중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조정실적 및 절차중단 현황’을 보면, 2008년 14%인 중단율은 2015년 40%를 넘어섰다.

이러는 사이 가맹사업 갑을 분쟁은 더욱 심각해지는 추세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공개한 ‘2017년 상반기 분쟁조정 실적’을 보면, 가맹분야 접수 건수는 전년보다 26% 증가한 356건에 달하고 있다. 분쟁조정으로 처리된 건수도 전년보다 52% 급증한 356건 규모다.

장춘재 공정거래조정원 부원장은 “경제사회적 약자보호가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가맹점주 등 영세 소상공인들이 갑·을 간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충분한 사업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가맹사업을 시작하는 영세 가맹본부가 증가하는 등 가맹점주와의 분쟁 발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인력 한계, 힘에 부치는 공정위…“양·질적 강화 절실”

한 해 평균 4000여 건에 달하는 사건을 접수받은 공정위로서도 급증하는 업무 부담을 한계로 들고 있다. 신고 사건이 주를 이루는 서울사무소 직원의 경우는 50여 명 남짓이 수많은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현재 인력의 4배가량을 충원해야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도 정권 때마다 기본적인 충원 인력을 호소하고 있지만 윗선(?)에서 관철되지 않는 숙원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인력 문제는 묻지 말라는 제스처다.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서 구체 답변 말씀을 못 드린다”며 “하지만 공정위가 해야 할 책무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인력의 양·질적인 강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처리 투명성 확보와 관련해서는 민간자문심사위원회(민심위)의 안건 상정 시스템을 개선키로 했다. 사건을 직접 선택할 수 없는 민심위에는 심사를 보다 활발하게 반영할 수 있는 프로세스 개선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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