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신과 이합집산의 계절

입력 2007-11-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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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전 총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난 7일 서울의 어느 교회에서 실제로 있었던 얘기다. 담임목사가 저녁 수요예배를 들이면서 설교 도중 이런 얘기를 했다. “•••설교 중에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지만, 요즘은 세상이 온통 믿을 수 없는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믿었던 변호사가 몸담고 있던 회사에 돌을 던지고... 이모 전 총재는 자신의 말을 식언하고 대선 출마 선언을 하니 말입니다.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습니다. 참으로 혼란스럽습니다....”

요즘 장안에서는 이회창 전 총재와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얘기가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그들이 소속해 있던 조직에 대해 비수를 들이댄 꼴이기 때문이다. 그들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그런데 세상인심이란 게 꼭 명분대로만 가는 건 아닌 모양이다. 세인들은 이들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듯 하다. 그게 지금 이 시간의 우리 사회 민심이다. 세상이 아무리 험하다 해도 그처럼 불신을 밥먹듯 하는 게 과연 옳은 행동이냐고 묻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어느 군소 대선 캠프 핵심 인물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얘기인즉 지금은 자기네 후보의 지지율이 미미하지만, 곧 이회창 등 야권의 실력 있는 후보가 자기네 후보와 연합하고, 때가 되면 이 후보가 자진 사퇴하면서 자기네 후보를 밀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네 후보가 대선에서 70%의 득표율로 압승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황당했다. 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런 70% 대선 시나리오는 그들이 숭배하는 신이 종교적 기적을 내려서 가능케 해줄 것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그 캠프의 셈법대로 종교적 기적이 일어나서 그들이 승리할지는 모르나, 적어도 필자가 듣기로는 대선병에 걸린 정신병자의 얘기나 다를 바 없었다.

여권의 대표주자인 모 정당 후보에게도 지금의 상황은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최근까지 야권 후보와의 사실상 2자 대결 국면에서 지지율이 그나마 20%를 돌파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지난 주에는 야권에 또 다른 영향력 있는 후보가 출마선언해 3자 구도가 마련됐다. 야권이 분열한 셈이다. 이처럼 야권이 분열하면 어부지리로 여권 후보 지지율이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3자 구도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권 후보 지지율이 그 전의 20% 안팎에서 오히려 15%대로 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분열로 여권 후보 지지율이 올라가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지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여권 대선 후보가 15% 안팎의 낮은 지지율로 사실상 꼴찌 지지율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아직 한달 여가 남았으니 상황은 유동적이다. 그러나 그간의 민심을 추적해보면 여권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여권후보가 이처럼 헤매고 있는 건 아무래도 현 집권층의 실정에 대해 국민들이 그 책임을 묻고 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그가 아무리 무슨 말을 해도 집권세력에서 그가 행한 언행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지지세를 올리려고 이번 주 들어 여당후보 단일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단일화한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산술적으로 여권후보가 단일화된다고 해도 그들의 지지율 총 합계가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런 지지율은 최근 무소속 출마한 야권의 이회창 후보 개인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수치다. 여권 대선후보로는 망신스런 지지율이 아닐 수 없다.

여권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중요한 요인이 또 하나 있다. 여권이 정책 대결로 대선국면을 주도하지 않고 상대후보 흠집내기에 몰두하는 이른바 ‘네가티브’ 선거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정책으로 선거에 승리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건수로 야당후보를 흠집내서 이겨보려는 전략에 여권이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민심이 별로 동요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여권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 거의 모든 대책이란 게 ‘이명박 때리기’다.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정책 대안과 제시는 한참 뒤로 밀려난 느낌이 확연하다. 이래서는 대선에 임하는 수권 여당으로서 처신해야 하는 자세가 아닐뿐더러 대선을 맞는 떳떳한 정당의 행동도 아니다. 그렇게 때리는 데도 상대방 지지율이 별로 내려가지 않는 건 여권의 네가티브 전략이 유권자들 눈에는 별로 좋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도 요즘 심각한 위기의식이 제기되고 있는 듯하다. 첫째,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무소속 후보로 나서기로 공식 선언했다. 둘째, 이번 주 중에 BBK 검찰 수사가 시작된다. 셋째, 이런 와중에 박근혜 전 대표가 야권 주류측과 불협화음을 계속하고 있다. 이 모든 돌발변수의 기저에는 이명박 후보 자신이 깊이 관여돼 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이명박 후보가 못미더워서 나오게 됐다고 출마변을 내놓았다. BBK는 진실 여부에 관계없이 이명박 후보 본인이 만들어 놓은 상황이다. 박근혜 전대표와의 불화도 이후보가 경선 후 박측을 마음으로 끌어안지 못해서 비롯된 일이다.

이후보는 그가 소망하는 대로 대선에서 이기려면 이 세 가지 중대 현안을 본인 스스로 풀어나가야 한다. 현안 해결에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은 1) 본인 스스로 진실해야 하고 2) 계산으로 상황을 개선하려 하지 말고 마음을 열고 인의(仁義)로 상대를 품어야 한다. 이래야만 BBK 사건을 해결하고, 박근혜 전대표의 협력을 얻어낼 수 있다. 그리고 선거 막바지에 이회창 전 총재와 야권 단일화도 일궈낼 수 있다.

정치 철이라 그런지 요즘 정치권이나 사회가 불신과 이합집산의 시절을 맞고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원수 간이던 세력들이 친구가 된다. 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또 언제 적이 될지는 지나봐야 안다. 우리 주변에서도 서로를 믿지 못해 상대를 일단 의심하는 풍조가 늘고 있다. 오죽하면 목사님이 예배 도중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겠는가. 사람들이 너무 이해 타산을 하고, 적과 동지라는 이분법적 생각으로 사람을 대한다. 같은 나라, 같은 사회, 같은 동질성을 가진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험하고 적대적 감정으로 이웃을 대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내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 누가 지도가자 되든 사회를 통합해 정감이 충만하고 정의가 실현되는 밝은 사회를 만들어주기를 한껏 기대해본다.

이타임즈 최재완 편집인 [choijw47@e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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