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미르·K스포츠재단, 준조세가 문제다

입력 2016-11-24 10:48 수정 2016-11-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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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순실 사태로 국정이 마비 상태다. 일반 국민에게 최순실 사태가 알려지게 된 것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의 모금 과정과 인사 의혹 때문이었다.

두 재단은 준조세에 의하여 추진되었다. 문화 중흥을 명분으로 설립됐던 미르재단은 2015년 16개 그룹으로부터 486억 원을 모금하였고, 스포츠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됐던 K스포츠재단은 올해 1월까지 288억 원을 모금하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와 같은 재단 설립을 문화 중흥과 스포츠 진흥을 위해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대기업들은 정부의 강요에 의해 돈을 냈다고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각종 사업의 인허가와 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가 돈을 내라는데 버틸 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는 사실상 세금이나 마찬가지인 점에서 준조세다.

준조세는 건강부담금, 환경부담금 등과 같이, 정부가 법적 근거를 갖고 징수하는 것과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자금 모금처럼 법적 근거 없이 외견상은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 형식이지만 사실상 정부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필자가 문제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후자의 준조세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행정편의상 준조세 형태로 많은 사업을 추진해 왔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 중점 추진 중인 창조혁신센터도 준조세에 의하여 추진했다고 볼 수 있다. 재벌 기업이 지역·테마별로 창조혁신센터를 맡아 운영하는데, 필요한 경비는 대부분 해당 기업이 부담한다. 준조세는 명목도 매우 다양하다. 과거 새마을 운동을 위한 성금 모금, 올림픽 및 각종 체육행사 지원금, 지자체의 각종 축제, 행사 지원금,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 재해구호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준조세는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

첫째,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저해한다. 기업의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하는데 준조세는 이에 역행한다. 법령에 근거한 규제나 모금운동은 타당성에 대한 다양한 토의가 있다. 그러나 준조세는 외견상 자발적인 추진 형식이므로 그와 같은 토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경우도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추진되었다.

준조세 사업들은 정부 입장에서는 엄격한 법적 절차 없이 쉽게 추진할 수 있으므로 남발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사업을 정부 예산으로 추진하려면 기재부 예산실에 예산 요구를 하여 국회의 예산심의를 받아야 하고, 감사원 감사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준조세에 의하면 이와 같은 복잡한 절차가 모두 생략된다. 규제 개혁을 아무리 강력하게 추진해도 이와 같이 보이지 않는 준조세가 많은 한 기업의 부담은 줄지 않을 것이다.

둘째, 준조세에 의한 사업들은 낭비하거나 유용할 가능성이 크다. 외견상 민간의 자발적 사업이므로 정부의 예산 사업과 같은 통제가 거의 없다. 이번 두 재단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두 재단을 설립한 이유도 느슨한 통제 시스템을 활용해 돈을 빼돌리려는 의도였다고 보인다.

셋째, 정경유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금의 모금 과정과 사용 과정에 투명성이 없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재벌 회장과 독대를 하였다. 무슨 이야기가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당연히 기업의 애로사항이 거론되었을 것이다. 기업이 준조세의 대가를 바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과거 전두환 대통령 시절, 일해재단 모금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비효율과 정경유착의 가능성이 큰 준조세를 없애야 한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은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집행하고, 사후 감사를 받아야 한다.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활동은 권장하되, 정부의 강요에 의한 기부행위는 금지토록 제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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