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높으신 어르신들 “무엇이 중헌디?”

입력 2016-11-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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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산업2부장

최근 최순실 사태로 거리 곳곳에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민중 궐기가 일어나고 있다. 초등학교 다니는 딸까지 대통령 퇴진을 얘기하니 기성세대로서 부끄러우면서도 절망감마저 든다.

정치권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대통령 퇴진과 김병준 총리지명 철회 및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여야대치 정국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분명히 여야 모두 외치는 국정 공백 상황인데도 이에 대한 비난 목소리만 컸지 구체적 대안 마련은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말 장외투쟁을 하겠다고 하니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이런 정치권에 영화 ‘곡성’에서 아역배우가 내뱉은 대사를 빌려, “무엇이 중헌디?”라고 묻고 싶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모여 법을 만들고 나라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하는 곳이다. 또 국회의원은 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일, 정부가 하는 일을 감시하고 국민의 요구를 정부에 전달하는 일을 한다. 이미 많은 국민이 대통령 퇴진 촉구에 나섰고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5%인 점을 고려하면 국회가 굳이 박 대통령 퇴진을 외치지 않아도 국민의 뜻은 정부에 전달됐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주도할 수 없는 국정 공백 상태가 현실화됐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한다면 정쟁을 멈추고 우선 국정운영 정상화를 위한 대안 마련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민심이 폭발한 이유를 잘 살펴봐야 한다. 국민이 분노한 이유는 단순히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것이라는 뜻의 신조어)인 최순실 씨와 그의 측근들이 정권의 비호 아래 국정을 농락했기 때문일까. 청와대 비선 실세 관여,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 정경유착 등 막장 드라마에나 나오는 얘기가 종합세트로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이화여대 특혜 입학은 없는 살림 쪼개가며 자식만이라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사교육에 등골 휘었던 학부모에겐 커다란 배신과 허탈감을 던져줬다. 설마 했던 사회 지도층 자녀의 특혜 입학은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서 희망을 꺾어 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 위주 정책과 경기침체로 소득 불평등이 심화해 이미 가계는 1300조 원의 빚에 시달리며 중산층이 붕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경유착으로 대기업이 특정 개인의 사리사욕을 챙겨주고자 몇백 억을 선뜻 내어준 모습도 서민들에게 절망을 안겼다.

국민은 땀 흘리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정당한 사회를 원한다. 이런 사회를 건설하려면 먼저 국정 공백 상황에서도 서민 생활과 기업경영이 회복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시급히 하는 것이 정치권의 의무다.

사실 야당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지명 전 여당의 거국내각을 제안했을 때 거부했다. 박근혜 퇴진을 전제로 국회에 거국내각 총리지명권을 넘기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쟁에 휩싸인 정치권에서 과연 여당과 야당이 합의하는 총리후보자가 이른 시일 내에 나올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자신이 추천하는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고 국민의당은 콘클라베식(가톨릭의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여당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몇몇 후보로 올랐던 유력인사들이 총리직 수행을 거부한 상황에서 절차상 협의가 없었다고 김 국무총리 내정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김 국무총리 내정자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을 지금이라도 몇 명 추천해 경합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감정으로는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고 싶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비선 실세 문제를 뿌리 뽑으려면 개헌이 먼저 우선돼야 한다. 내년 대통령선거 때까지 개헌을 주도하고 현 국정 공백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책임총리를 초당적 협력으로 뽑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다.

다시는 정유라처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다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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