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충성, 짜낼 것인가, 우러나게 할 것인가

입력 2016-10-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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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권력의 공통점은?

사랑과 권력의 공통점은? 첫째, 나눠 가질 수 없다는 것. 둘째, 자꾸 확인받고 싶다는 것. 셋째, 공동운명임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Show me your loyalty(love)!’ 충성에 대한 요구와 갈증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리더의 본능이다. 동서고금 리더들이 충신을 간 볼 때 물어보는 일관된 질문의 요지는 하나였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누구나 하는 것이니, 위기 시에도 같이할 것인지 묻는 것이었다. “내가 위기에 처하더라도(네가 불편, 불리한 지경에 처하더라도) 등 돌리지 않고 나와 함께할 것인가?”

중국 제나라의 진성자란 인물도 신하인 치이자피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치이자피의 대답이 걸작이다. “임금이 죽어도 신하는 죽지 않고, 임금이 도망가도 신하는 도망가지 않을 것입니다.” 섭섭해하는 진성자에게 치이자피는 반전의 부연 설명을 한다.

임금이 죽거나 도망가기 전에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는 말이다. 죽거나 도망가는 위험에 처하더라도 동생동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예방 아니겠는가. 자신은 위기가 닥치기 전 미리 직언을 해 막고자 할 것이고, 그 직언을 받아들이면 같이 죽을 일도, 도망갈 일도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뒤집어 보면 직언을 해도 듣지 않으면 운명을 같이하지 않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장작단을 지고 불길에 같이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불길에 뛰어들지 않도록 붙잡는 것이 진정한 충성이다.

충성은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하나는 “불가(不可·아니되옵니다)”를 외치며 피를 토해 간언하는 사육신 스타일이다. 또 하나는 “불가불가(不可不可·아니될 리가 없사옵니다)”라고 콧소리를 내며 늘 심기경호를 하느라 애쓰는 내시 유형이다. 리더가 충성에 집착할수록 ‘불가파’보다 ‘불가불가파’가 발호하고, 우스꽝스러운 과당 심복경쟁이 벌어진다. 이벤트를 잘한다고 해서 진정한 사랑이 아니란 말은 충성에도 적용된다. 가시적 맹세와 과시적 이벤트의 충성일수록 허장성세이기 쉽다.

이 때문에 옛사람들은 진품 충성과 짝퉁 충성을 구분하고자 했다. 명령을 따르되 임금을 이롭게 하는 것은 순(順)이지만, 명령을 무조건 딸랑이로 좇아 나라를 해롭게 하는 것은 유(諛), 즉 아첨이라고 봐 구별했다. 물론 거스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명령을 거슬러 임금을 이롭게 하는 것은 충(忠)이지만, 걸핏하면 엇박자로 명령을 거슬러 임금을 해롭게 하는 것을 난(亂)이라고 보아 경계했다. ‘사사건건 딴지부터 걸고 넘어지는 불가파도 병폐지만, 딸랑이로 따르는 무조건 충성파는 더 위험하다. 반대파는 무시하거나 내치면 그만이지만, 무조건 충성서약파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조직을 망치기 때문이다.

윗사람을 잘 모셔 일을 돕다는 뜻의 보필(輔弼)의 자원을 살피면 충성의 진정한 의미가 한결 명확해진다. 보(輔)는 무거운 짐을 실을 때 수레바퀴를 튼튼히 하려고 바퀴에 묶어 보완하는 덧방나무란 뜻이다. 도울 필(弼)은 뒤틀린 활이나 쇠뇌를 바로잡는 도구다. 뒤틀린 것을 바로잡는다는 것에서 ‘돕다’란 의미가 나왔다. 즉 잘하는 것을 보강해 더 잘하게 하고, 잘못된 것은 아프고 불편하더라도 바로잡도록 하는 것이다. 제안의 진언과 금지의 간언을 통해 리더를 돕는 것이 진정한 보필이다. 한비자가 오죽하면 “직언을 하지 않는 자에게 페널티를 주라”고 말했겠는가. 진정한 충(忠)은 글자 그대로 마음(心)에 기준(中)을 갖는 일이지, 중심, 조직의 기준이 흔들린 채 상사의 기분에만 맞추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군림의 리더 놀이를 하지 말고 책임의 리더 노릇을 하라

공자는 ‘논어’에서 군주가 나라를 망치게 할 말은 “나는 군주 된 즐거움이 딴 것은 없고 내가 말을 하면 아무도 어기지 않는 것이 즐겁다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한마디로 ‘책임의 리더 노릇’은 하지 않고, ‘군림의 리더 놀이’만 하려고 할 때 나라가 망하게 된다는 죽비소리다. 내가 말 한마디를 하면 모두들 벌벌 기며 찍소리도 못 하길 바라는 리더 놀이 유형일수록 배신 트라우마가 강하고, 가시적 충성서약을 요구한다. 충성의 역설은 가까이하려 할수록 멀어지고, 잡으려 할수록 도망간다는 점이다.

정치평론가 제이콥 와이즈버그는 “부하들의 충성에 집착하는 대통령의 업무수행 능력은 나쁘다. 그런 대통령들은 고립될 뿐 아니라 피해망상에 젖어 조폭과 같은 패거리의 관점에서 정치를 바라보고 결국 권력을 남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내 편이 아니면 입도 열기 싫고, 눈길도 주기 싫고, 늘 등 뒤의 배신에 긴장하는 것은 리더의 도덕적, 심리적 불안의 반증이다. 충성은 눌러서 억지로 짜내는 것이 아니라 절로 우러나게 하는 것이다. 군림의 리더 놀이가 아닌 책임의 리더 노릇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다음 몇 가지를 명심하자.

첫째, 무리한 충성보다 합리적 충성을 요구하라.

군림형 상사는 무리를 하는 것을 충성서약이라 생각한다. 반면에 책임형 상사는 기준과 원칙을 지키는 합리를 진정한 충성으로 여긴다. 충성은 무리를 하고 물의를 일으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다. 중국 전국시대의 협객 예양은 자신이 모시던 군주 지백에게 충성하고자 스스로 얼굴에 문신을 새기고 코를 잘라 외모를 흉하게 만들고는 조양자에게 원한을 갚으려고 했다. 과연 이것이 충성인가? 한비자는 “군주의 명예를 위해 몸을 상하게 하고, 군주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다는 명성은 있지만 지백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백해무익했다고 비판한다. 예양의 교훈은 오늘날도 유효하다. 몸을 상하며 하는 무리한 충성에 높은 점수를 주지 말라.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생각하는 진정한 충성이다.

둘째, 기분보다 기준을 맞추게 하라.

책임형 리더가 충성 여부를 알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단 하나다. 조직의 기초가 되는 제도와 법을 충실히 지키는가. 상사에게 하는 충성과 조직에 하는 충성이 따로 놀며 충돌을 일으키지는 않는가. 무엇이 우선 순위인지를 분명히 하라. 충성심이 강하다는 것을 조폭의 무조건적 복종과 착각하는 순간, 책임은 군림으로 변질된다. 현명한 리더는 충성을 구걸하지도, 강요하지도 않는다. 모 기업의 K 대표는 “내가 혹시 기준을 어긴 것이 있다면 언제라도 나에게 지적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부하들의 책임이다. 그것을 잘해주는 것이 진정한 충성”이라고 말하고, 실제로 연말에 이에 따라 인사를 한다. 제도와 원칙의 준수 앞에서는 개인적 적대감은 뒤로 미루라.

셋째, 좋은 친구보다 위대한 리더가 되어라. 좋은 친구는 위대한 리더가 되기 힘들다. 적대감 관리 못지않게 힘든 게 친밀감이다. 오죽하면 의리나 우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겠는가. “자리에 오르더니 안면몰수하네. 그 사람 변했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리더들은 상심한다. 이는 책임 리더가 겪어야 할 숙명이자 업보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은 황제가 된 후, 맨발로 함께 농사 짓고 얼굴에 진흙을 묻힌 채 장난을 치던 친구들이 그리웠다. 그리하여 친구들에게 벼슬을 주기도 했다. 한 번은 친구들을 어전 모임에 초대했는데, 대신들 앞에서 자신을 함부로 대하자, 가차없이 처단했다. 체면 손상을 떠나 법도를 어겼기 때문이었다. 공자 역시 동네의 오랜 친구 원양이 가르침을 어기자 지팡이로 무릎을 치며 엄혹하게 야단을 쳤다. 가치와 원칙이 우정과 인연에 앞선다. ‘비정한 냉혹’으로 좋은 친구가 되길 포기할 때, 책임형 리더가 될 수 있다.

당신은 군림형 리더 놀이를 하는가, 책임형 리더 노릇을 하는가? 이에 대한 판별 질문은 간단하다. 조직 충성과 상사 충성이 따로 노는가? 충성은 일을 하는 데 촉진 요소인가? 아님 오히려 일의 지체 요소인가? 충성은 냉소의 대상인가, 열정의 요소인가? 개인적 적대감뿐 아니라 친밀감 모두 관리를 잘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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