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옛날을 그리워하며 미래를 여는 ‘예그린’

입력 2016-09-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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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뮤지컬산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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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홍보 머리글 같다. 그런데 한국 최초의 창작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의 기록들이다. 한국 뮤지컬 역사는 이렇게 대중 속에서 대중과 함께 시작됐다. 1961년 당시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이 관현악단 40명과 합창단 35명으로 국내 최초의 종합음악예술단체 ‘예그린악단’을 만든 것이 단초다. 예술의 꽃을 피워 국민 삶의 질을 풍요하게 하자는 취지로 옛날을 그리워하면서 미래를 열어 가자는 뜻이 담긴 ‘예그린’이라는 이름도 직접 지었다. 그러다가 1966년 ‘예그린악단’을 재건하면서 박용구 음악평론가이자 공연연출가에게 마음대로 꾸려보라는 백지를 던졌고, 한국적 뮤지컬을 꿈꾸던 박용구 선생은 창작뮤지컬 ‘살찌기 옵서예’를 만들었다.

제작비 300만 원에 출연자 300명이라는, 당시 신기록을 세운 ‘살짜기 옵서예’는 초연부터 대성공이었다. 나흘 공연에 1만6000여 명 관람의 흥행 기록을 세웠고, 당시 인기가수 패티김이 부른 뮤지컬 넘버 ‘살짜기 옵서예’는 오래도록 국민가요로 사랑받았다.

‘예그린악단’은 출퇴근 버스에 5000원이라는, 당시로선 거액의 단원 월급이 보장되는 한국 최초의 기업형 사단법인 종합예술단체였다. 하지만 한국 뮤지컬 발전의 화려한 불씨가 될 수도 있었던 ‘예그린악단’은 김종필이라는 정치인의 행보와 함께 1973년 국립극장 개관으로 국립가무단이 생기면서 사라져버렸다. 이후 한국 창작뮤지컬 역사는 개인 창작자들의 꿈과 이상과 신념으로 점철된 고행의 과정이었다.

그 물꼬는 1980년대에 드라마센터(현 서울예술대학교)가 만든 동랑 청소년 뮤지컬 극단의 ‘별들 시리즈’가 텄다. 이는 한국 창작뮤지컬의 가장 독창적인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교수였던 윤대성 극작가의 대본에 김우옥 연출가의 연출로 만들어진 학생실습공연 ‘방황하는 별들’(1985)이 의외의 대중적 흥행을 거두자 ‘꿈꾸는 별들’, ‘이름 없는 별들’, ‘불타는 별들’이 줄줄이 공연되어 한국 최초의 오빠부대를 만들며 독특한 흥행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 시리즈는 ‘최민수’, ‘허준호’, ‘주원성’을 비롯해 한국 최초의 뮤지컬 스타와 뮤지컬 마니아를 배출하며 청소년들의 정서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미래의 뮤지컬 관객을 개발했다.

연극인이 기반이 된 연극적 행보는 창작뮤지컬의 춘추전국시대였던 1990년대로 이어졌다. 연극인 출신의 송승환 프로듀서, 김용현 프로듀서, 윤호진 연출가, 이종훈 연출가 등이 다양한 창작뮤지컬을 만들었다. 그중에 김민기 음악가는 독일 뮤지컬을 번안한 ‘지하철 1호선’으로 차별화된 길을 걸었고, 윤호진 연출가는 1995년에 ‘명성황후’로 오페레타 형태의 음악이 중심이 된 한국 최장수 뮤지컬을 탄생시켰다. 또 ‘사랑은 비를 타고’는 작가와 작곡가, 연출가까지 협업 구조로 만들어진 최초의 뮤지컬로 중요성을 띠기도 한다.

하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연극 하위 파생 장르로 명맥을 잇는 한국 창작뮤지컬은 2010년대를 넘어서며 장유정-장소영(형제는 용감했다·그날들) 콤비, 왕용범-이성준(프랑켄슈타인) 콤비의 흥행으로 극작과 작곡의 철저한 협업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그러나 뮤지컬 전문 창작자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성과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시행되는 창작뮤지컬 지원 제도를 통해 신예 뮤지컬 작가와 작곡가들이 빨리 성장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주길 간절히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예그린악단’을 다시 주목한다. ‘예그린악단’은 이미 50년 전에 뮤지컬의 본질에 흡사하게 한국에 뮤지컬을 심었다. 옛날을 그리워하면서 미래를 열어 가자는 ‘예그린’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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