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주택 수익성 너무 믿지 마세요

입력 2016-07-18 10:38 수정 2016-07-1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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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흐를수록 투자 수익률 떨어져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상가와 주택을 함께 지을 수 있는 점포 겸용 주택지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다. 위치가 좋은 필지는 청약 경쟁률이 수천대 1 수준이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상가주택용지는 다 그렇다.

지난 3월에 분양한 원주기업도시 점포겸용택지 경쟁률은 최고 9395대 1을 기록했고 지난달 중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공개 입찰에 부친 영종도 하늘도시 상가주택용지의 한 필지에도 9204명이 몰렸다. 이날 하늘도시 177개 필지 입찰에 6만4350명이 접수했으니 상가주택지 인기도를 짐작케 한다.

이유가 뭘까.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당첨만 되면 1억~2억원의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입찰금 1000만원만 있으면 이런 횡재를 얻을 수 있는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점포주택지도 아파트 분양권처럼 전매가 가능해서 그렇다. 일단 분양받으면 대부분 웃돈을 받고 전매한다. 전매는 1회만 허용되지만 2~3차례 넘어가는 경우도 벌어진다.

예전에는 분양받은 사람이 건축을 하는 조건으로 땅을 팔아 실수요자만 청약에 참가했다. 정부가 규제를 푸는 바람에 상가주택 시장은 투기판이 돼 버렸다.

경쟁률이 치열하면 당첨권에 붙는 웃돈이 상승하게 돼 있다. 이는 전매 과정에서 거품을 잔뜩 불어 넣어 최종 수요자가 덤터기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상가주택용지를 취급하는 중개업소들은 투자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적지 않은 프리미엄을 얹어줘도 수익이 짭짤하다고 투자자를 유혹한다.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서다.

그러니 중개업소가 제시하는 수익률이 제대로 맞을리가 없다. 실상과 차이가 많다는 얘기다.

초기에는 그렇게 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수익률은 떨어진다. 주변에 상가주택이 속속 완공되면서 상가가 넘쳐나서 그렇다. 공급 과잉현상이 벌어지면 장사가 잘 안돼 임차인 구하기도 쉽지 않다. 임대료도 당연히 떨어진다.

최근 한 부동산컨설팅업체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상가주택 임대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FR인베스트먼트사가 조사한 판교 신도시 내 운중·판교·백현동 일대 상가주택의 투자 수익률은 2.9%에 불과하다. 이는 상가와 주택에서 나오는 연간 임대료를 매매가격으로 나눈 수치로 오피스텔이나 빌라보다 못하는 수준이다.

이곳의 상가주택은 한때 황금알 낳은 거위로 비유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최초 땅을 분양받은 사람이 상가주택을 지어 임대를 놓았다면 그런대로 재미가 쏠쏠하겠지만 중간에 웃돈을 주고 들어온 투자자는 큰 이득이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상가 임대료 비중이 전체의 71% 수준이어서 리스크도 적지 않다. 수익구조가 상가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말이다.

판교 신도시에는 앞으로 상가가 계속 공급될 계획이어서 경쟁력이 약한 상가주택 내 점포 수익률은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

판교뿐만이 아니다. 동탄1 신도시 점포주택 상권의 연간 임대 수익률도 3.1%이고 용인 죽전 보정동 일대 또한 3.4% 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마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싶다. 상가주택이 너무 많이 공급되고 있는데다 대형 상가까지 대거 들어서는 추세여서 골목상권은 갈수록 위축될 여지가 많다.

시장 분위기가 이런데도 웃돈을 주고라도 상가주택지를 매입하려는 이유가 뭘까. 환상 때문이다. 상가주택 하나 갖고 있으면 ‘노후 걱정 끝’으로 믿는 분위기다.

정말 그럴까.

투자 수익률이 5%라고 생각해보자. 이런 수익률이 계속 보장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실상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유동 인구가 증가하는 특별한 지역을 제외한 상권은 끊임없이 변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 수 있는 이익은 뻔하다. 저성장 구조에서는 임대료를 올릴 수도 없다. 오히려 세입자를 붙잡아 두려면 월세를 깍아 줘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세입자는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다른 곳으로 떠난다. 한동안 ‘핫 프레이스(hot place)'로 꼽혔던 홍대상권에서도 비싼 임대료를 못 이겨 보따리를 싸는 임차인이 많다고 한다.

수익률은 떨어져도 건물의 유지 보수비는 계속 들어간다. 수명이 오래될수록 그 비용은 커진다. 구식건물에는 임대를 들려고 하지 않아 관리를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도 자꾸 오른다. 이런 와중에 상권이 쇠퇴하면 건물 가치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한다.

상가주택은 ‘노후 걱정 끝’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주는 ‘애물단지’가 될지 모른다.

시장 흐름으로 볼 때 골목 상권은 점차 위축될 조짐이다. 이는 상가주택지 투자가치가 너무 과대평가 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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