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들은 왜 '2년5개월' 마다 회사를 옮길까?

입력 2007-07-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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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평균 11개 펀드 운용, 40세 이하가 75.7%에 달해

펀드매니저들이 한 직장에 재직하는 기간이 지난해말 기준으로 2년 5개월로 나타났다.

펀드매니저들의 이직이 잦고, 또 생명력이 짧다는 건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코스피 2000시대에 이런 통계치를 접하니 왠지 낯설어진다.

지난 2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현재 자산운용협회에 등록된 펀드매니저의 수는 1109명인데, 실제로 펀드운용을 하는 인력은 793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총 8782개의 펀드를 운용하며 285조원(순자산기준)의 펀드재산을 운용한다.

1인당 운용하는 펀드는 11개며 규모는 3천594억원이었다.

연령대는 31∼35세가 35.1%, 36∼40세가 33.2%로 40세 이하의 펀드매니저가 전체의 75.7%를 차지했다. 최연소 펀드매니저는 1983년생이었다.

또한 펀드의 영역이 주식에서부터 채권, 부동산, 인프라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반면, 펀드매니저들의 전문 분야는 전체의 47%가 '주식'이었다. 그 외 채권 30.4%, 부동산 12.5%, 인프라 4.0%, 운용총괄은 6.1% 등이었다.

게다가 펀드운용 경력이 15년 이상인 펀드매니저는 한 명도 없었다. 6∼10년의 경력자가 전체의 36.6%로 가장 많았으며, 11∼14년 경력자는 6.2%에 불과했다. 특히 1년 이하의 경력을 가진 펀드매니저는 전체의 28.6%에 달했다.

▲경력 15년이상 펀드매니저 한명도 없어...1년 이하 경력자 28.6% 달해

그래서일까. 지금까지 펀드의 '판매'에만 신경을 쓰고, '운용'에 대해 손을 놓고 있던 금감원이 펀드매니저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문제삼아 칼을 뽑았다.

금감원은 먼저 펀드매니저의 윤리성을 강화하기 위해 펀드매니저의 미공개 운용정보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대출채권, 사업권, 인프라 자산 등 펀드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정보 등은 모두 미공개 운용정보에 포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미공개 운용정보는 펀드내 특정자산을 매도·매수하는 사실과 펀드 내 자산의 구성정보만 포함됐었다.

또한, 추상적으로 규정된 펀드매니저 윤리강령도 이해상충시 행동, 성과표시기준, 고객과의 의사소통시 기준 등 구체적인 행위기준을 두기로 했다.

처벌기준도 강화해 현재 감봉 4개월 이상으로 정해진 펀드매니저 등록말소 사유를 감봉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외에 펀드매니저의 경력, 관련 연수 이수실적 등을 기재한 펀드매니저 등록부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방안과 성과보수가 있는 펀드나 투자일임계약 규모를 투자설명서와 자산운용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했다.

또한 펀드매니저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증권과 파생상품에 편중돼 있던 자격시험 내용에 특별자산·실물자산·재간접펀드 등을 보강하고 윤리·법규 과목의 비중도 확대하도록 했다. 특히 해외투자에 전문적 역량을 갖춘 펀드매니저를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 '풍부한 유동성' 만큼 '풍부한 인력' 확보 우선

하지만, 이번 금감원의 발표가 펀드매니저의 현실을 외면한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를들어 올 상반기에 있었던 펀드매니저 자격시험에는 2000여명이 응시해 지난해보다 2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같은 응시자들의 급증은 최근 주식시장의 활황과 펀드시장의 팽창으로 전문 인력들이 몰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펀드 수탁고는 200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펀드매니저는 35%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펀드매니저들은 펀드시장의 팽창으로 관리해야할 펀드의 수는 많아 졌지만, 인력이 부족한 현실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또한, 펀드매니저들을 단기성과로 평가한다는 점도 장기투자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즉, 펀드매니저들의 제반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거다.

이에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 펀드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펀드매니저를 단기성과로 평가한다는 점"이라며, "따라서 펀드매니저는 적은 인원에 많은 수의 펀드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운용스타일이나 철학 등을 고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선진국의 경우는 장기투자를 하면서 10년이상 근무하는 사람들도 많고 펀드매니저를 1, 2년으로 짧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인력 부족에 대해서도 박 펀드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에서 출시돼 있는 펀드수로만 볼때는 전세계 3위지만, 1인당 운용하는 규모는 최하위에 속한다"며 "펀드매니저의 전문성을 꾀하려면 먼저 펀드매니저들이 감당해야할 펀드의 수나 운용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조완제 펀드애널리스트 역시 "현재 많은 운용사들이 팀운용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펀드 운용에 있어 매니저의 역할은 절대적"이라며, "장기투자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펀드운용기간 만큼 매니저도 함께 갈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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