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G5를 걱정해봅시다

입력 2016-04-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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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G5는 시작부터 관심도 논란도 많았다. LG 모바일 사업부의 분위기가 여러모로 침체돼있던 만큼 관심 자체는 반가운 일이다. 이미 수많은 리뷰가 쏟아져 나왔다. 스냅드래곤 820의 강력한 성능이나 모듈형 디자인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도 충분히 아시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제품의 ‘걱정거리’를 중심으로 얘기해보겠다. 과연 너를 사도 괜찮을까.

G5를 처음 손에 쥐자마자 제일 먼저 해본 건 당연히 하단을 더듬어 기본 모듈인 배터리를 교체하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뻑뻑하다. 좌측 하단에 아주 작은 버튼이 있는데 이걸 제법 힘을 줘서 눌러야만 걸쇠가 열려서 제품을 분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꽤 단단하게 고정된 구조라 실수로 모듈이 분리되는 일은 절대 없겠다. 그리고 모듈 분리 과정을 봤을 때 LG전자 측이 하루에도 십 수 번 교체하는 환경을 의도하고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기껏해야 하루에 한 두 번,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찍을 때 잠시 교체해 사용하는 정도다. 기본형으로도 충분하다. 모듈은 양념이지 필수는 아니다.

다만 배터리 교체를 모듈형 디자인으로 풀어낸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제법 구미가 당기는 요소다. 여기서 함정은 기본 패키지에 추가 배터리가 없다는 것인데… 조금 더 인심을 쓰지 못한 LG전자의 배포가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배터리는 하단 모듈에 아주 단단하게 고정돼 있다. 이걸 내가 부러트리는게 아닌가 싶을 만큼 힘을 줘야만 분리된다. 견고하게 만들었다고 하니 믿어보자. 연약한 내겐 조금 버거운 과정이었다.

그렇다면 이 모듈형 디자인은 G5를 사게 만들 매력으로서 어필할 수 있을까? 현재 시점에선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시도였다. B&O와 협업해 만든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만 해도 그렇다. 오디오 마니아들의 심금을 울리 수 있는 대목이다. 스마트폰 환경에서 더 좋은 소리를 듣고 싶었던 사람들에겐 소소한 사치가 되리라. B&O의 로고가 새겨진 제품을 사는 것 치곤 가격 메리트도 상당하고 말이다. 다만 이 같은 재미있는 시도가 향후 견고한 생태계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선다. 이 확장 모듈이 지속적으로 출시될지도 미지수고, G6 같은 차기작과 호환이 될지 여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건 LG가 그간 G시리즈를 출시해오며 한 가지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가져가지 못한 것에 대한 결과이기도 하다. G5와 프렌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신뢰가 필요해 보인다.

이제 G5를 괴롭힌 스캔들 중 하나인 하단 유격에 대해 얘기해보자. 스마트폰처럼 예민한 기기를 모듈식 구조로 만든다는 건 많은 위험이 따른다. 배터리를 분리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선 그 때마다 내장을 모두 까뒤집어 보여주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이물질이 들어갈 수도 있고, 연결 부위의 내구성이나 마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G5의 유격은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러나 내가 사용해본 제품의 경우를 봤을 땐 크게 문제될 만큼의 유격을 느낄 수 없었다. 모듈 고정장치가 왼쪽 측면에만 위치해있기 때문에, 후면 연결부의 오른쪽에는 미세한 단차가 느껴지긴 한다. 그러나 아주 유난스럽게 살펴보지 않고서야 눈치채기 어려운 수준이다. 적어도 내가 사용해본 제품을 기준으로 했을 땐 마감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제품 마다 마감의 차이가 있다면 그땐 문제가 되겠지.

디자인 얘기도 해보자. 사실 LG G5의 디자인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나쁠 것도 없지만, 좋을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심플하고, 나쁘게 말하면 심심하다. 덕분에 크게 호불호가 갈릴 일은 없겠다. 첫인상엔 별 느낌 없었는데 일주일쯤 써보니 깔끔한 맛에 질리지 않고 오래 쓸 순 있을 것 같다. 볼매랄까.

디자인에서도 걱정거리가 하나 스쳐지나갔다. 풀 메탈이 아닌 플라스틱을 사용했다는 의혹이었다. 특수 알루미늄 합금 위에 프라이머라는 도료를 바른 뒤 컬러 입자를 부착하는 ‘마이크로다이징 기법’을 썼기 때문에 생긴 의혹이었다. 진짜 풀 메탈 바디를 사용했음에도 그 위에 두꺼운 화장을 입혀서 쌩얼이 플라스틱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것이다. LG전자로서는 억울한 노릇일 것이다. 이렇게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 도료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은 메탈 특유의 시크하고 차가운 느낌이 줄어들어서 아쉽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나는 지나치게 차가운 느낌이 아니라서 좋았다. 특히 프라이머를 사용해 메탈 스마트폰의 영원한 숙제인 ‘안테나 선’을 가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덕분에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바디를 완성할 수 있었으니까.

다만 컬러 표현은 다소 아쉽다. LG전자가 디자인과 컬러 사용에 능한 브랜드라고 생각했는데, G5에 사용한 컬러는 LG답지 않다. 사진 속의 핑크를 살펴보자. 너무 수줍어서 답답할 정도다. 햇빛에서 보면 실버로 보일 정도로 미묘한 핑크다. 컬러야 취향을 타는 요소니 내 개인적인 의견만으로 평가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아이폰6s의 로즈골드와 나란히 두고 봤을 때 기가 죽는 컬러인 건 확실해보인다.

[왼쪽이 G5, 오른쪽이 G4]

다음은 디스플레이다. LG의 디스플레이는 늘 옳다. 컬러 표현도 좋고, 과장된 면이 없어서 눈이 편안하다. 아쉽게도 디스플레이 역시 일부 논란에 휩싸였는데, 밝기에 대한 문제였다. G4와 G5를 나란히 두고 수동 최대 밝기로 설정했을 때 G5의 화면 밝기가 더 떨어진다는 얘기였다. 급하게 사무실 불을 끄고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 테스트해보았다. 왼쪽이 G5, 오른쪽이 G4다. 사진으론 미묘한 차이지만 육안으로는 좀더 분명하게 밝기 차이가 느껴진다. 실제로 G4가 더 밝았다. 화면 톤도 조금 달랐는데 신제품인 G5 디스플레이의 색온도가 좀 더 높은 편이다.

밝기 저하에 대한 LG전자 측의 설명은 소비 전력을 줄이고 눈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이란 얘기였다. 이 부분에서는 조금 의심이 생긴다. 발열의 문제 때문에 강제로 밝기를 제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일단 디스플레이 밝기 자체는 일반적인 사용자 환경에서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G5는 데이라이트 모드가 있어 야외에서는 오히려 더 밝고 시인성이 뛰어나다. G4보다 조금 어둡다곤 하지만 화면 감상에 불편을 주는 수준도 아니었다. 다만, 왜 전작보다 어두워졌는지에 대한 의심이 남는다는 것이다.

성능에 대한 얘기는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가겠다. 글쎄,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진 모르겠지만 스냅드래곤 820을 탑재한 스마트폰에서 못할 일은 없다. 빠르고 강력하며, 부드럽다.

마지막은 카메라다. LG G5의 매력포인트라 할 수 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좋은 부분도 정말 많다. 카메라를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LG가 이렇게 좋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만드는 건 언제나 고무적인 일이다. G5 카메라를 쓰며 제일 감동했던 건 역시 듀얼 카메라. 말 그대로 카메라가 두 개다. 하나는 78도 일반 화각의 1600만 화소 카메라, 하나는 135도 광각의 800만 화소 카메라. 그리고 이 둘을 자유자재로 쉽게 왔다갔다 오가며 촬영할 수 있다. 갤럭시S7이 후면 광각 카메라의 왜곡 현상으로 진땀을 빼고 있을 때, G5는 과감하게 카메라를 두 개나 줘서 일반 촬영과 초광각 촬영을 모두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꽤 좋은 타이밍이다.

어설픈 광각도 아니고 135도의 널찍한 화각은 풍경 사진을 찍을 때 드라마틱한 효과를 준다. 생각보다 훨씬 넓은 풍경을 담을 수 있어서 발품을 팔지 않고도 다양한 앵글의 촬영이 가능하다.

여행지에서 자연 경관을 촬영할 때 유용하다. 일반 스마트폰으론 밋밋한 사진이 찍히기 마련인데, G5의 광각 모드로 촬영하면 굉장히 그럴싸하게 나오더라. 덕분에 잘 써먹었다. 다만, 일반 카메라에 비해 광각 카메라는 화질이 조금 떨어지니 감안해야 한다.

[위는 원본, 아래는 일부를 확대한 것]

사진은 그냥 막 찍어도 잘 나온다. G4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전문가 모드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저조도 촬영도 수준급이지만 갤럭시S7 만큼 밝게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G5의 카메라를 좀 더 높게 평가하고 싶다.

[위는 원본, 아래는 일부를 확대한 것]

일단 색의 과장이 없으며, 빛이 충분한 환경에서는 피사체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선예도도 더 우수하더라. 그리고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 특정 컬러를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일 없이, 자연스럽고 깨끗하게 담아준다. 사진을 몇 장 첨부하니 슬쩍 구경해보시길.

여러모로 봤을 때 G5는 여러 걱정거리를 안고 있음에도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아직까지는 제품의 품위(?)에 치명상을 입힐 만한 스캔들은 없다는 뜻이니 안심해도 좋다. 일부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지만, 나는 G5가 제시한 신선함과 유쾌함에 더 주목하고 싶다. 다만 바라는 것은 이 유쾌한 친구들과 장난감을 장기적으로 가져가야한다는 것이다. LG와 우리 사이에 깊은 신뢰를 쌓아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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