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너스 금리 시대] 경제엔 득일까 독일까...유럽 보니

입력 2016-01-29 14:50 수정 2016-01-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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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부터 개인 고객이 은행에 예금하면 돈이 줄어듭니다.”

스위스 중견은행인 얼터너티브뱅크스위스(ABS)가 작년 10월 이같이 발표해 세계 금융권에 충격을 던졌다. 스위스에서 개인의 예금금리는 마이너스(-)0.125%. 예금을 오래 하면 할수록 소중한 예금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ABS가 이처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건 2014년 6월 유럽중앙은행(ECB)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 때문이다. 유로화 대비 자국 통화 강세를 억제하려고 스위스와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연합 주변국들이 덩달이 금리를 마이너스권으로 떨어뜨렸다. 이 여파로 민간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돈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현상이 개인에까지 확산한 것이다.

29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역시 마이너스 금리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 일본은행은 이날 정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책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0.1%에서 -0.1%로 낮아졌다. 일본은행은 저유가와 중국 경제 둔화로 세계 경제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강해지면서 일본 경기와 물가 하락 우려가 커져 추가 금융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의 실효성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애널리스트 훈련 교과서에도 실려 있지 않았는데 그것이 현실화하면서 그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ECB는 작년 12월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예금금리를 -0.2%에서 -0.3%로 0.1%포인트 인하했다. 유로존 주변국인 덴마크와 스웨덴 스위스 등 3개국도 ECB의 금리인하 여파로 기준금리를 마이너스권으로 낮췄다. 경제학에서 금리의 하한선은 제로(0)이지만 유럽 경기 침체가 너무 길어져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유럽 각국과 ECB는 금리 카드로 자국 경제 회복을 지탱하고 있다.

일단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국 제품이 해외 구매자에게 저렴하다는 인식을 주면서 수출 기업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론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는 대출 촉진이라는 형태로 소비자와 기업에 혜택을 준다. 예금보다는 현금을 쓰고 싶게끔 만들어 소비를 활성화시켜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효과가 있다.

주목할 건 아직까지 유럽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를 통계로 나타낸 건 없다는 것이다. 유로존은 은행 대출이 약간 늘어나 완만하지만 꾸준한 경기 회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회복되지 않아 작년 11월 물가상승률은 0.1%에 그쳤다. 스웨덴도 2013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제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은 과도한 프랑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프랑 발행을 늘리고 프랑 매도·유로 매수를 오랫동안 실행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외화자산 증가 우려를 키워 결국 작년 1월에 무제한 시장 개입을 중단했다. 앞서 스위스국립은행은 자국 수출 기업에 타격이 되는 프랑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2014년 12월에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발표했다.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그 통화를 보유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나 프랑은 유로에 대해 급등, 이후 마이너스 금리 도입 전보다 약 11%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스위스와 대조적으로 덴마크 중앙은행인 덴마크국립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통화 안정화에 성공했다. ECB의 금리 인하 영향으로 덴마크 크로네에는 투기 매수가 몰렸는데, 마이너스 금리는 이런 투기 세력을 근절하는데 한몫 한 것이다. 덴마크 경제 성장은 비교적 안정되면서 2015년 성장률은 1.6%로 예상됐다.

하지만 안심할 수 만은 없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마이너스 금리는 주택 가격 상승을 초래, 주요 도시에서 주택 버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공동 주택의 평균 가격을 보면 덴마크에서는 2015 년 상반기에 8% 상승했고, 스웨덴에서도 1년 전에 비해 16%나 뛰었다. 그외에 덴마크에서는 수천명의 주택 보유자의 모기지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즉, 모기지 대출은 은행에 매달 원금과 이자의 합계가 아닌, 원금에서 이자를 제한 금액을 상환하는 것이다. 덴마크은행업계에 따르면 덴카크 은행권이 마이너스 금리의 영향으로 작년에 입은 손실은 10억 크로네가 넘는다.

덴마크 유스케은행의 자본 시장 부문 전무 이사 에릭 게도베르그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건 은행이다”라며 상황이 악화하면 은행에 예금한 중소기업 및 개인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든 이것을 시장에 전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완벽하게 다룰 수만 있다면 마이너스 금리는 강력한 경기 부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마일스 킴블 경제학 교수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대폭 마이너스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심각한 리세션(경기 침체) 기간처럼 자금 수요가 적을 때는, 중앙은행이 시중 은행에 보상을 해줘서라도 대출을 필요한만큼 쉽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의 폐해는 적지 않다. 자산을 줄이고 싶지 않은 개인이나 기업은 현금을 되도록 보유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장롱예금을 늘려 시중에서 자금이 말라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 역시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빌려주기 어려워져 마이너스 금리가 반대로 긴축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민간은행들이 양적·질적 금융 완화로 대량의 자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했는데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면 은행권의 경영은 유럽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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