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20살 청년 한류, 소프트파워의 가치

입력 2016-01-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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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용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

한류가 20세 청년으로 성장했다. 1997년 텔레비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 상영되면서 시작된 한류는 지난 이십년 동안 영화와 온라인게임은 물론, K-pop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한류는 무엇보다도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고양하는 데 큰 역할을 다하고 있다. 따라서 20살 청년 한류가 한국 대중문화 산업 발전은 물론, 국가의 브랜드를 고양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관련단체, 문화산업계, 그리고 시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가 한 국가의 경제와 외교 현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01년 미국이 18년 동안 떠나 있던 유네스코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미국은 1984년 유네스코가 미국의 문화가 제3세계 국가를 지배하고 있는 것에 반발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유네스코가 지나치게 정치화됐다”고 항의하며 탈퇴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사태를 겪으면서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로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당시 유네스코 회원국들이 ‘문화 다양성 협약’을 제정하는 것에 맞추어 복귀했다. 문화가 국가 외교의 새로운 힘이라는 국제사회의 논리는 하버드 대학의 조지프 나이(Joseph Nye) 교수가 1990년대부터 이미 “글로벌 사회에서 국제 외교는 물리적인 힘보다는 문화와 정치적 가치 등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한 ‘소프트파워’ 이론을 발전시키면서 관심을 끌었다.

한류가 21세기 초 소프트파워의 한 축으로 등장한 것은 무엇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기존의 문화 강국이 아닌, 소위 주변국가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만화, 콘솔게임 등이 글로벌 문화시장에서 급성장세를 보였을 때도 문화산업과 경제력이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일본은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일본은 이미 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문화 파워도 당연히 높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텔레노벨라(Telenovela)라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성공시킨 멕시코나 브라질의 경우는 제3세계 국가의 대중문화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여타 문화산업 부재로 인해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그러나 한류 열풍은 주변국가로 간주되는 한국의 대중문화인 데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등 특정한 대중문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비디오 게임, K-pop,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 전체가 글로벌 시장에 전파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당연히 소프트파워로서의 가치 역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K-pop 등을 즐기고 있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한류는 지난 몇 십년간 한국 정부나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이 이루어 낸 것보다 높은 정도로 국가 이미지 고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이 한국 기업인 것을 모르는 전 세계 젊은이들도 K-pop을 따라 부르며 국내 유명 아이돌 가수들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 등은 물론 터키 등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한류의 소프트파워화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것이 당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프트파워로서 한류는 최근 들어 일부에서 한류를 지나치게 상품화하거나, 한류를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이를 등에 업고 이용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소프트파워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대중문화의 순수성을 훼손해 한류가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를 고양시킬 수 있는 역할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류의 지나친 확산을 경계하는 주변국가들의 견제 속에서 한류의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어서 그 심각성이 크다. 20살 청년 한류가 앞으로도 보다 많은 국가의 팬들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소프트파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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