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주인 의식은 없다

입력 2016-01-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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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호 OGQ 의장

모서리를 짚는다. 왼쪽 다리는 미세한 전기 자극으로 신호를 보낸다. 열악해진 몸 상태가 되면 몰아치듯 재채기가 시작되고 온몸은 크게 진동한다. 이를 버텨줘야 할 허리는 측만 증세로 기둥의 역할을 상실한 지 오래다. 두 팔로 어딘가는 짚고 버텨야 한다. 내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진단과 방어를 해낸다. ‘또 시작이구나’ 싶으면 제쳐 두고 눕는다. 내 것인 몸을 보호하는 기제는 작은 신호까지 잡아내어 동작한다.

계단을 내려갈 때, 그녀도 팔걸이를 짚는다. 실리는 하중은 무릎을 짓누른다. 미간의 세로줄. 불균형의 걸음. 부어 두툼한 종아리. 뚜렷하게 느린 움직임. 돈 3000원이 아까워 병원에 가지 않은 그녀는 내 어머니이다. 나는 그녀가 무릎이 아프다고 고백하기 전까지 그 두툼한 신호들을 놓쳤다. 서로의 몸이 바뀌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을, 당장 내 것이 아닌 몸의 통증을 알아채지 못했다.

기업을 지속하며 마주치는 사람들은 주인의식에 대한 소재를 자주 올린다. 세상은 주인과 주인이 아닌 자로 나뉘는데, 그 중간에 ‘주인의식’이라는 ‘썸’을 비스듬히 놓아둔다. 이미 주인인 자의 지배논리와 주인 됨을 포기한 자의 충성공약에 유용하다. 덧붙이는 근거로 노동의 선한 동기가 돈이 아닌 자유의지, 일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에 있음을 강조한다. 성과 보상이 왜 기업의 지분이어야 하는가라며 반문한다. 그러나 왜 지분 없는 사명과 자아실현은 노동을 제공한 자만의 몫인가에 입을 다문다.

스타트업들이 기존 대기업을 이기는 이유는 빠른 의사결정, 실행과 피벗, 실패를 반복하며 배우는 창업자의 의지, 슈퍼셀과 같은 피자 두 판의 조직체계 등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본질은 ‘주인’이라고 강력히 믿는 구성원에게 있다. 이들은 지분과 스톡옵션을 통해 회사와 나의 경제적 성장을 비례케 한다. 더불어 ‘의사결정권한’을 통해 주인이 되었음을 일상에서 확인한다. 창업자이고, 참여한 회사나 일의 주인이 ‘나’라고 여기는 사람 중에 지분, 결정권이 없는 경우도 있다. 사명감이 자신을 둘러싸는 도파민 분비가 과잉되면 몇 년은 팀을 유지하기도 하나, 지분 및 결정권의 부재는 팀워크를 곧 깨뜨린다. 지속적 충격과 고통에도 끝까지 이겨 낼 수 있으려면 내가 주인이어야 한다.

구글, 페이스북은 물론 사스, 사우스웨스트항공, 재포스 등은 성공 사례로 분류된다. 요인을 분석한 많은 사례에서 초기 이 회사에 합류한 상당수가 실제 스톡과 스톡옵션을 통해 ‘주인’이 된 상태였음을 설명하는 일은 드물다. 샌프란시스코의 자산가들이 어떻게 생겨났고, 얼마를 벌었으며 이들이 또다시 주인 되는 재창업의 선순환을 함께 얘기해야 한다. 누군가는 명백한 주인이 되어 그 ‘실’을 먹는 자가 있음에도 ‘의식’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입하거나, 어떤 의사결정도 구성원이 할 수 없는 ‘퇴행성 판단장애’ 상태를 요구하는 것은 공통 성공요인에서 대단히 멀다.

아쉽게도 일부는 ‘주인의식’만을 가진 피고용 상태에 만족한다. ‘지분과 결정’은 이미 내 것일 수 없는 것으로 단정한다. 또는 애초 주인이 되느니 대충의 편안함을 즐긴다. 내 것이 아니니 정성을 쏟지 않아도 되는 안락함에 익숙해진다. 조직은 물론 나와도 투쟁하지 않는다. 한편 주인이 될 의지가 없는 사람을 애써 주인으로 만들면 이들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주인이 되기까지는 최선을 다하던 사람들이 막상 주인이 되는 순간 맥과 열정을 놓는다. ‘돈’을 ‘주인’으로 착각한 이유이다. ‘주인’의 길을 잃은 동료를 다시 제 길로 이끌어 주되, 그가 ‘피고용인’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과감히 놓아야 한다. 스타트업이 로켓일 수 있는 이유는 구성원이 자기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파일럿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발렌베리는 구성원들과의 공존과 차등의결권이 핵심이다. 노사의 상호 배려 뒷면에는 성장 소득의 분배와 1주 1000표의 경영권 방어를 허락해주는 이해가 담겨 있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구성원을 실제 주인으로 만들어 주면 된다. 끊임없이 배우고, 자신의 이상을 한 단계 더 높이 세워 달려가는 구성원을 주인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 그것이 바로 리더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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