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오래 살고자 하는 인류의 욕망을 실현해줄까”

입력 2016-01-1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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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 세포생물학 교수 류형돈 저 <불멸의 꿈>

‘돈’ 관점에서 보면 무한정 오래 사는 것은 리스크에 다름 아니다. 금융사들은 그래서 ‘100세 시대’를 재테크 마케팅에 활용한다. 대개 ‘불안 마케팅’이다. 우리가 대강 이 정도 살겠거니 했던 기대 수명이 늘어났고 직장에선 빨리 밀려나고 알량한 퇴직금 갖고 자영업 해봤자 실패가 수두룩하니 우리에게 돈을 맡겨보라는 식이다.

미디어는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각종 실험 결과를 전하곤 한다. 그런데 여러 결과를 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를 하루에 몇 잔을 마시면 당뇨병이나 치매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모든 개인에 유효한 건 아니다. 관찰 추적이나 실험을 했던 표본은 다르기 때문이다. 혹여 커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또다른 연구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역시 개인차가 있다. 신약 소식에 관련 기업 주가가 크게 뛰기도 하지만 그 약이 개발됐다는 건지, 임상을 거쳐 판매되었다는 건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분자생물학계 중진 과학자인 류형돈 뉴욕대 의과대학 세포생물학 교수가 쓴 책 <불멸의 꿈; 노화에 맞서는 과학자들의 도전(이음)>은 남다른 관심을 끈다. 노화를 예방한다거나 생명연장에 대한 꿈을 꾼다는 것보다 강렬하다, 불멸(不滅)이라는 단어는.

류형돈 교수는 노화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고 지금도 왕성히 연구하고 있는 중진 과학자다. 류 교수는 그동안 연구하고 그것을 학계에서 발표하는 일에 주력해 왔다.

대중과의 접점을 찾아 온 과학자라고 해도 모두가 알기 쉬우면서도 정확하게,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경우가 드물다. 쉽게 하려다 보면 정확성이 부족할 수 있고, 정확하려다 보면 전문용어나 개념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류 교수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자 했다.

감자 이야기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상기할 수 있다. 화가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란 그림을 통해 감자로 연명한 사람들이 밀가루로 만들어진 빵을 먹고 산 부자들보다 오래 살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나마 이렇게 빈곤층의 생명을 유지시켜 준 감자 기근이 일어나자 아일랜드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향한 역사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려준다. 아다시피 케네디 가문 역시 아일랜드에서 건너와 미국 주류 사회에 편입된 경우. 그리고 감자는 햄버거에 곁들여 무조건 먹는 음식으로 미국인들에게 자리매김하게까지 된 현재까지 책에 쓰여있으니 과학책이지만(?) 잘 읽힌다.

일반인들이 대체로 궁금해하는 얘기들에 대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가 아니라 “그렇다” 혹은 “아니다”라고 대체로 명확한 답을 주는 저술 방식도 흥미롭다.

이를테면 “소식하면 장수한다.”는 건 맞고, 단백질을 적게 섭취한 초파리는 분명히 오래 살았다. “비타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은 무조건 좋은가”에 대한 답은 “꼭 그렇지는 않다”이다. 활성산소가 우리 몸을 해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나왔고, 이에 따라 항산화제는 노화를 늦추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는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는 것이 현재의 정설이라고 류 교수는 분명히 전한다. 항산화제는 미국에선 ‘약’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이며 공장에서 생산된 몇 가지 항산화제를 먹는 것은 좋지 않고 그보다 여러 종류의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황우석 사태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줄기세포’도 상세히 거론된다. 류 교수는 황우석이 전국민을 열광시킬 당시 “과학자로서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무척 실망했고, 과학자는 신뢰를 바탕으로 논문을 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옳지 않다는 글을 개인적으로 아는 MBC 앵커의 홈페이지에 기고했다.”"고 토로한다. 그러자 황우석 지지파와 반대파가 벌떼처럼 댓글을 달았고, 앵커가 이를 바탕으로 한 기사를 자신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보도해 해코지는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은행에만 오랫동안 근무하신, 그러니까 전문적인 과학지식은 없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전화로 질문한 내용을 책에 그대로 담기도 했다.

아버지는 “싱싱한 줄기세포를 이식해 늙고 망가진 조직을 고칠 수 있느냐?”라고 물었고 류 교수는 “현재 미국 과학자들과 의사들 사이에서 ‘효과가 있다’고 공인된 줄기세포 시술법은 아직 혈액 줄기세포 이식 정도라, 시술을 하는 의사도 있고 효과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데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는 아직 없다.”고 답을 했다.

연구학회 장면을 그대로 담은 것도 흥미롭다. 일반인들은 가지 않는 학회 내에서의 주장과 반박들은 매우 현실적이다. 한 교수가 “레스베라트롤이 수명 연장에 효과가 없다는 논문을 저 교수가 냈다.”며 비난하자 비난받은 교수는 “그건 내 연구 결과가 아니라 동료의 논문”이라고 반박한다. 그러자 처음 비난했던 교수는 “당신이 그 논문의 공동 저자이고 그렇다면 내용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라고 받아친다. 논박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은 학회를 주재하던 측에서 “시간상 여기서 학회를 마치겠다.”고 서둘러 마무리짓는 장면이 그대로 중계된다. 과학자들도 아직까지 이 논문, 저 논문의 상이한 연구 결과에 확신을 갖지 못하거나 반박하는 과정이라는 걸 생생히 보여준다.

단행본을 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저자와 오랫동안 커뮤니케이션하며 일반인으로서 자신이 궁금한 것을 계속 묻고 원고에 가필을 한 편집자 이승연씨도 이번 책이 처음이다. 그래서 저자와 편집자의 의욕이 여러모로 묻어난다. 왜 스포츠 스타들이 혈장 주사를 맞는지, 비타민C의 이름은 어떻게 유래됐는지 등은 읽을거리로 박스 처리되어 눈에 띄고, 무엇보다 책의 글씨 폰트가 커서 어렵기만 할 것 같은 과학책에 대한 접근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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