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사람들] 혼마골프 사카타 장인들이 본 한국…“장인은 기술보다 기본과 초심”

입력 2015-12-2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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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혼마골프 한국지점 A/S센터에서 상주하는 일본 골프클럽 장인들. 왼쪽부터 사토 모토야(50), 사토 마모루(52), 마키 쇼타(21) 씨다. (오상민 기자 golf5@)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혼마골프 한국지점 A/S센터에서 상주하는 일본 골프클럽 장인들. 왼쪽부터 사토 모토야(50), 사토 마모루(52), 마키 쇼타(21) 씨다. (오상민 기자 golf5@)

작업복을 입은 세 남자가 공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세 남자는 철저하게 약속된 움직임에 충실했다. 꽤 오랜 시간 한마디 대화도 없이 자신들의 업무에만 열중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혼마골프 한국지점 A/S센터 풍경이다. 이른 아침부터 골프클럽 수리에 한창인 세 남자는 한국인이 아니다. 일본 야마가타현 사카타시 혼마골프 공장에서 온 장인들이다. 사토 마모루(52), 사토 모토야(50), 마키 쇼타(21)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한 달 간 한국에 머물렀다 일본 사카타시로 돌아간다. 그리고 두 달 뒤 다시 한국에 와 같은 일을 반복한다. 여러 명의 장인들이 순번제로 한국지점 A/S센터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업무는 골프채 수리 전반으로 그립 교환과 헤드ㆍ샤프트 교체 등이다.

▲사토 모토야(50) 씨는 한국에 12번이나 방문했지만 아직도 적응이 쉽지 않다. 덥고 추운 날씨에 언어가 통하지 않아 힘들다고. (오상민 기자 golf5@)
▲사토 모토야(50) 씨는 한국에 12번이나 방문했지만 아직도 적응이 쉽지 않다. 덥고 추운 날씨에 언어가 통하지 않아 힘들다고. (오상민 기자 golf5@)

한국에 12번째 방문했다는 모토야 씨는 한국 생활이 아직도 익숙지 않아 보였다. “(일본 사카타와 비교해)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며 “(한국 사람들과)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할 때가 많다. 매운 음식도 잘 못 먹는 편이라…”라며 한국 생활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대부분의 일본인이 한국생활에서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이다.

반면 마모루 씨는 한국인의 친절함에 감동을 받은 듯했다. “이번이 17번째 (한국) 방문이라 이제 일상이 됐다”며 “특히 사람들이 친절해서 좋다. 불편한 게 있다면 엔저(円低) 때문에 생활이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쇼타 씨는 장인이 되기 위한 걸음마 과정이다. 두 베테랑 사이에게 장인 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대만 지점에서 2개월간 업무를 진행했다. 사실 그의 바람은 유럽 발령이었단다. 20대 초반 젊은 나이인 만큼 유럽에 대한 로망이 컸던 모양이다. 하지만 한국 생활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조금 추운 느낌이 있지만 불편한 건 없다. 한국에 대해 많이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장인이라고는 하지만 특수 업무를 맡은 건 아니다. 골프클럽 수리 일이 대부분이어서 업무의 특수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한국인 기술자가 맡아도 될 법하지만 수십 년 경력의 일본 장인들이 한국 시장, 그것도 A/S센터 업무에 투입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혼마골프의 품질보증 때문이란다.

▲한국인의 친절함에 반했다는 사토 마모루(52) 씨. 그는 기회가 된다면 일본 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싶단다.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오상민 기자 golf5@)
▲한국인의 친절함에 반했다는 사토 마모루(52) 씨. 그는 기회가 된다면 일본 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싶단다.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오상민 기자 golf5@)

이들은 제품의 품질보증을 생명처럼 여기고 있었다. 모토야 씨는 “가끔 헤드가 분리된 채 A/S를 받으러온 사람들을 본다”며 “(혼마골프 A/S센터가 아닌) 다른 로드숍에서 수리를 받은 제품으로 책임감 없는 수리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결국 제품이 혼마골프라는 이름을 달고 나가는 이상 마지막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어 마모루 씨는 “한국에는 우수한 기술자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국까지 와서 A/S를 하는 이유는 제품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일본 사카타 공장에서 골프클럽 장인이 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최소 2개월간의 혹독한 연수를 거쳐야 하고, 공장 내 모든 파트를 경험해야 하며, 모든 파트에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음을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장인에게 요구하는 건 기술력만은 아니다. 모토야 씨는 “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기본과 초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마음가짐이 대단히 중요하다. 매일 작업을 할 때마다 ‘손님이 앞에 있다’, ‘손님이 보고 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한다”고 밝혔다.

결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오랜 시간 땀과 인내력이 요구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일본에는 골프클럽 장인이 되겠다고 자원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줄었다. 현재 사카타 공장 내 20대 장인은 단 한 명도 없다.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는 마키 쇼타(21) 씨. 한국에 오기 전 대만에서 2개월간 근무했다. 지금은 두 베테랑 장인 사이에서 장인 교육을 받고 있다. (오상민 기자 golf5@)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는 마키 쇼타(21) 씨. 한국에 오기 전 대만에서 2개월간 근무했다. 지금은 두 베테랑 장인 사이에서 장인 교육을 받고 있다. (오상민 기자 golf5@)

이에 대해 모토야 씨는 “아무래도 20대는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 20대가 장인이 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젊은이들의 열정도 부족한 것 같다”며 젊은 세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모루 씨는 “본사에서도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젊은 장인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20대 초반인 쇼타 씨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하루 빨리 선배들의 뒤를 잇고 싶다”며 “선배들로부터 ‘혼마골프라는 간판을 잊지 마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모루 씨는 개인적인 바람을 털어놨다. “기회가 된다면 일본에 있는 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싶다”며 “내가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느끼게 하는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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