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소셜미디어, 사용자를 먼저 읽어라

입력 2015-10-1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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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용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

소셜미디어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소셜미디어가 최근 들어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특히 닷컴버블에 빗대어 소셜미디어 버블이 일어날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일고 있을 정도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기존 서비스를 아예 중단하거나 서비스 형태를 바꾸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려는 힘겨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199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던 싸이월드가 올 10월에 문을 닫고 싸이홈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싸이월드는 개인정보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소셜네트워크 사이트로, 미니홈피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고 또 자신들 고유의 특성을 아바타를 통해 꾸며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싸이월드는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소셜미디어의 등장에 따른 무한경쟁 속에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내에서는 이에 앞서 네이버가 운영하던 마이크로 블로거 형태의 미투데이(me2day)가 지난해 6월에 문을 닫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소셜미디어의 부침은 눈에 띌 정도로 일상화되고 있다.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해 2008년까지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선두주자 역할을 해 왔던 마이스페이스(MySpace)가 2008년에 페이스북에 선두 자리를 내주면서 급속도로 몰락한 바 있다. 2005년 미국에서 시작됐던 베보(Bebo) 역시 2013년에 파산선고를 한 뒤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트위터도 최근 성장세가 크게 꺾이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시장에서는 1등 기업도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많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사용자들이 인식하기도 전에 사라지고 있기도 하다. 소셜미디어 시장이 이처럼 격변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는 데는 여러 요인이 공통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다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서비스들은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상실하면서 사용자들의 뇌리에서 멀어졌다. 싸이월드는 2000년대 초반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분신으로 묘사되는 아바타 시장의 성장과 함께 발전했다. 그러나 아바타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데도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읽어내지 못했다. 스마트폰 상에서 텍스트를 통해 의사 표현을 하는 미투데이와 트위터 역시 동영상과 사진 등 비주얼 이미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둘째, 마이스페이스와 베보 등은 자신들의 웹사이트를 넘나드는 포르노그래피 등 소셜미디어 상에서의 일탈 행위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게 되면서 쇠퇴한 측면도 있다. 많은 10대 사용자들은 물론 20대 사용자들도 지나친 SNS 일탈 행위를 참지 못하고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연구학자인 다나 보이드(Danah Boyd)는 이와 관련, “마이스페이스가 스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게 되자 미국 등에서 백인 중산층 자녀들이 보다 안전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로 옮겨간 것이 이들 서비스 몰락의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셋째,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기업들은 대부분 대형 미디어 기업으로 인수된 뒤, 해당 서비스 초창기의 특성을 잃어버렸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마이스페이스는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으로, 베보는 AOL로 인수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싸이월드는 SK에, 그리고 미투데이는 네이버에 흡수됐다. 결국 해당 소셜미디어 서비스들은 이들을 인수한 대기업들의 지나친 상업화 논리에 종속되면서 자신들 고유의 혁신적 사고와 날렵한 변화 대응력을 상실, 시장에서 멀어져 갔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뉴미디어 기업은 단지 기업적, 기술적 융합에 의존하지 않는다. 미디어 학자인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가 지적했듯 미디어 융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적, 기업적 결합이 아닌 뉴미디어 사용자들의 행태 변화에 따른 변화 추구다. 따라서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소셜미디어 버블을 사전에 방지하고 소비자들과 함께 성장하게 위해서는 어떻게 혁신적인 사고를 유지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 지나친 상업화를 배제하고,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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