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적시타] 거부하고 싶은 '3000원 혈세택시'

입력 2015-10-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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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규 산업1부 차장

서울시의 택시 정책이 점입가경이다. 악명 높기로 유명한 강남역 인근 승차 거부를 해결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밤 승객을 한 번 태운 택시에 3000원씩 주기로 한 것이다. 시범 운영을 거쳐 종로와 홍대 부근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시의 발표를 접한 시민들은 일단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승차 거부를 일삼는 택시를 단속해야 할 자치단체가 국민의 혈세로 이들을 지원해 승차난을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단편적이라는 지적이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여흥을 깨는 귀가 전쟁에 된통 당해 본 사람들의 반응은 더 과격하다. 네티즌 brad***는 “그럼 안 지키는 법이 있을 때마다 돈주면서 법 지키라고 할 거냐? 세금으로 이따위 짓이나 하겠다는 게 누구 생각인지…”라고 비꼬았다.

승차난 해소를 위해 그동안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이 계획돼 있던 택시 합승은 소리 소문도 없이 무산됐다. 안전을 위해 동성끼리만 합승을 허용키로 했지만, 시민들과 택시 기사들 모두에게 실효성이 없다며 외면당했다.

시민들이 서울시가 야심차게 발표한 ‘혈세 택시’에 분노하는 이유는 정부와 지자체의 무성의한 태도 때문이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승차 거부로 적발된 택시는 4만5750건이었다. 이 중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4933건에 불과했다. 10%가 살짝 넘은 수준이다. 나머지 1만1405건은 경고조치에 그쳤고,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도 6575건밖에 되지 않았다. 지도교육 선에서 마무리한 사례는 무려 1만9738건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반면 중징계로 분류할 수 있는 자격정지는 고작 24건에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다.

지자체의 늑장 대처는 당국이 과연 승객난 해소를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도 의심케 한다. 한 예로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해 12월부터 8달 동안 사당역 일대에서 승차 거부와 합승, 부당 요금 청구 등 택시 불법행위 440여건을 단속해 관할 자치단체에 통보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200여건은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자치단체가 사실상 수수방관하면서 불법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강남역에서 승차 거부를 당한 한 시민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택시기사에게 차 번호를 찍어 신고하겠다고 하자 “맘대로 하라”면서 배짱을 부렸다는 것이다. 자치단체의 미온적 대응이 불법을 부추기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 같아 그는 울화통이 터졌다고 했다.

여론은 냉담하지만 3000원짜리 인센티브 택시는 이번 달 말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강남역 인근 택시에 들어갈 혈세는 매년 1억8700만원 정도. 택시조합은 서울시의 정책을 쌍수 들어 환영했지만, 이런 데 쓸 세금을 생각하면 시민들은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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