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않는 유류세…국제유가 하락에도 기름값 요지부동

입력 2015-09-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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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 A(40)씨는 추석 명절 귀성 및 귀경에 대비해 모처럼만에 주유소를 찾았다.

뉴스를 통해 국제유가가 급락한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이미 접한 A씨는 그러나 집근처 주유소에 고시된 휘발유 가격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유가 하락 폭에 비해 휘발유 가격의 인하 폭이 턱없이 작기 때문이다.

주유소 기름값에 각종 세금이 덕지덕지 붙은데다 대부분이 정액분이어서 유가 하락이 실제 소비자 체감으로 이어지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휘발유 소비가 늘어나면서 정부 곳간만 채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3일 한국석유공사 및 정유업계에 따르면 9월 셋째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 평균은 리터(ℓ)당 1천512.3원으로 여전히 1천500원대를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 평균은 2월 1천439.1원을 마지막으로 3월(1507.7원) 1500원대에 진입한 뒤 이후 반년여 간 1500원대에 머물러 있다.

반면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 5월 7일 배럴당 6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현재 45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6월 이후 유가는 30% 이상 하락했지만 주유소 기름값은 5% 내외 떨어지는데 그친 셈이다.

이처럼 국내 소비자들이 유가 하락세를 체감하기 어려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는 요지부동인 세금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휘발유 1ℓ 값에는 원유관세, 수입부과금,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 6가지 세금이 900원 넘게 붙어 있다.

특히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교통세(529원)가 정액분이어서 제품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부과되는 세금은 거의 변동이 없다.

이에 따라 요즘과 같은 저유가 시대에는 휘발유 가격의 60% 이상을 세금이 차지하고 있다.

실제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제유가가 120달러가 넘던 2012년 4월 47.2%였지만 100달러였던 지난해 8월에는 51.4%로 상승했고 60달러로 급락한 12월에는 55.8%까지 올랐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월에는 무려 61%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 변동에 따른 휘발유 가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현재 40달러대인 유가가 다시 반토막이 나 20달러로 떨어져도 휘발유 가격은 900원이 넘는 세금 때문에 ℓ당 1200원이 넘을 수 밖에 없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로 급락해도 국내 소비자들은 주유소에서 ℓ당 1천원이 넘는 기름값을 내야 한다.

국제유가 급등 또는 급락 때마다 이처럼 기형적이고 경직된 국내 유류세를 손봐야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손안대고 코 푸는' 유류세를 포기하기 어렵다.

오히려 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 소비가 늘어날수록 사실상의 '증세' 효과를 거두게 되는 만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기름값이 2천원을 훌쩍 넘던 2000년대 후반에도 유류세 인하 대신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미봉책'을 택한 바 있다.

A씨는 "유가가 오를 때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고 유가가 내릴 때도 혜택을 주지 못하는 현행 유류세는 반드시 변경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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