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욕심도 통 크게 나눠야 진정 비즈니스맨

입력 2015-09-1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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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브랜드 인큐베이팅 그룹 ㈜커뮤즈파트너스 대표이사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선(善)했을까? 악(惡)했을까? 본래 선했던 사람이 온갖 풍파에 시달리며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독(毒)해지는 것이 사실일까? 우스갯소리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결과론적인 말이 요즘 들어 그리 우습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선과 악의 태생을 논하기에 앞서 ‘욕심’이라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 욕구에 대해 얘기해보자. “당신은 욕심쟁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욕심의 범주는 어디까지 용납될 수 있을까? 남에게 잣대를 들이밀 때는 단호하다가도 나에게 잣대가 돌아오면 지극히 합리화되는 것이 인간이기에 어디까지가 인간으로서 납득 가능한 욕심이며, 어느 수위를 벗어날 때 비로소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욕심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객관적으로 선을 긋기가 쉽지 않다.

부정부패를 일삼고도 고작 몇 십만 원밖에 가진 것이 없다던 전직 대통령의 행태는 누가 보더라도 욕심의 선을 끝도 없이 초월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발견한 1000원짜리 지폐를 자기 주머니에 슬그머니 넣는 한 소년을 보자.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일이기에 그 소년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까지 들리는 듯 애처롭기만 하다. 이처럼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1000원짜리 지폐를 숨길 때 들렸던 소년의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이 전제돼야 지극히 인간적인 욕심의 범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몇 십만 원이 전 재산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세 치 혀로는 더 이상 인간적인 욕심을 논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욕심(慾心)’의 정의를 고등학교 화학 수업시간에 배웠던 분자구조의 ‘안정화(stable) 이론’에 대입해 생각해보자. 분자 하나가 있으면 불안정하지만 좌우로 새로운 분자가 쌍을 이뤄 대칭을 이루면 안정적인 것처럼, 하나를 이루면 또 다른 하나를 원하고, 2개가 생기면 또 다른 2개를 찾게 되는 일종의 무한반복이 바로 욕심의 자기합리화인 것 같다. 반복이 무엇을 위한 반복이고, 충족이 무엇을 위한 충족인지를 모른 채 그 이유를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둘을 하나씩 나눌 생각은 하지 않고 또 다른 2개를 가져야만 비로소 안정화된다고 자기 스스로 세뇌한다. 그렇게 늘려 나간 이후에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시 줄여 갈 수 있다고 단언하지만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말 그대로 어렵던(?) 시절에 대한 본전 생각에 분배와 나눔을 실천하기는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다. 비로소 ‘욕심’, 그 놈이 찾아온 게다.

욕심은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지만 객관적인 선을 넘기면 위험하다. 공평하게 반을 나누고도 남보다 하나를 더 많이 가지지 못해 분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욕심쟁이다. 비즈니스에서도 선을 넘는 욕심의 예는 수두룩하다. 계약서가 버젓이 존재하지만 일이 잘못됐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일이 승승장구로 잘 펼쳐질 때도 분배가 공평하지 않다며, 처음부터 기준과 계약이 잘못 시작됐다며 합의된 기본 틀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자신의 파이가 작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기존의 틀을 부정하면서까지 자기 이익에 합리성을 부여하는 상황은 비즈니스를 떠나 인간으로서도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계약이란 둘 사이의 합의가 전제된 신뢰의 결정판이다. 혹여 잘못된 계약임을 알았더라도 이는 자신의 불찰을 반성하고, 상대방에게 재고(再考)의 여지를 논의할 차원이지 신뢰의 틀을 넘어서 기본 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욕심’의 범주가 아니라 ‘억울’한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하지 않았던가. 사회 초년생 때의 한 번의 뼈저린 아픔이 돌고 돌아 비즈니스에서는 큰 버팀목이 되는 것처럼 상대방과의 계약 번복을 통해 욕심 많은 사람으로 오해받기보다는 자신의 작은 불찰이라 받아들이며 반성하는 자세가 새로운 비즈니스에는 더 큰 열매를 가져온다. 욕심도 억울함도 나눔이 밑바탕이 돼야 돌고 돌아 자신도 모르는 새 신뢰라는 큰 응원군을 만들어온다. 당신은 욕심 많은 비즈니스맨인가? 이제는 욕심도 통 크게 나눌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비즈니스맨으로 대접받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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