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9월 8일 滿目凄凉(만목처량) 보이는 것마다 모두 처량하구나

입력 2015-09-0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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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오늘은 백로(白露). 이 무렵 밤사이 초목에 이슬이 맺힌다. 추수할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쉴 수 있어 시집간 여인이 친정을 찾는 근친(覲親) 또는 귀근(歸覲)을 가는 시기이다. 覲은 ‘뵙다’라는 글자다. 최남선의 ‘백두산근참기(白頭山覲參記)’는 백두산을 찾아뵌 기록이다.

백로에 으레 붙는 말이 갈대를 뜻하는 겸가(蒹葭)다. 시경 진풍(秦風) 겸가에 이런 시가 있다. “갈대가 푸르르니 흰 이슬이 서리가 되었네. 이른바 그 사람이 물 저편에 있도다. 거슬러 올라가지만 길이 험하고도 멀구나.”[蒹葭蒼蒼 白露爲霜 所謂伊人 在水一方 遡阻從之 道阻且長]” 보고 싶은 이를 끝내 만나지 못하는 것을 슬퍼한 노래다.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의 ‘아우가 지은 시를 차운해’[次舍弟韻]에도 슬픔이 담겨 있다. 병자호란이 끝난 뒤 끌려간 청나라에서 백로를 맞아 쓴 시다. “보이는 것 모두 처량한 백로 때라/이국땅 가을 풍경 슬픔을 못 이기겠네/사람살이 하루 보내기도 어려운데/잘못하여 백년 기약을 하였구나.”[滿目凄凉白露時 異鄕秋景不勝悲 人生一日猶難遣 枉作平生百歲期].

택당(澤堂) 이식(李植)의 ‘일직 마을의 권씨 별장에서 경물을 읊다’[一直村權氏莊詠物] 2수 중 비둘기를 노래한 시에도 백로가 나온다. “비둘기는 예로부터 이름이 똑같지 않건만/떼 지어 날며 처마 끝에 우짖을 줄 아는구나/청전의 종자를 한번 길러보구려/산골의 밤에 이따금 경로성이 들리리니”[鵓鴿從來不一名 群飛只解閙簷楹 請君試養靑田質 山夜時聞警露聲]

일직은 안동의 작은 마을이다. 청전의 종자는 중국 영가군(永嘉郡)의 청전(靑田)에 산다는 유명한 학을 이야기한 건데, 안동의 옛 지명이 영가여서 이를 인용한 것이다. 맨 끝의 경로성(警露聲)은 백로가 내리면 학들이 몸을 다칠까 서로 경계하면서 살 곳을 옮기며 우는 소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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