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쇼크 막전막후] ②닛케이, FT의 ‘디지털 DNA’ 안착시킬까

입력 2015-07-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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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수 년간 러브콜을 거부해온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의 품에 안겼다. 세계의 모든 신문사가 탐낼 만한 디지털 노하우를 지닌 FT를 품에 안은 닛케이로선 감당하기 버거운 상대를 양자로 들인 셈이다. 그만큼 과제가 많다는 이야기다.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닛케이 역시 해외 사업 확대와 영어권 독자 확보를 위해 수년에 걸쳐 여러 차례 FT 인수를 타진해왔다. 그러나 피어슨은 매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닛케이의 제안을 매번 거절해왔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블룸버그통신이 26일 보도했다. 그러다 상황이 바뀐 건 불과 수 주 전, 피어슨이 FT를 매물로 내놓으면서다.

피어슨 경영진은 수 년에 걸쳐 간헐적으로 검토한 결과, 온라인을 메인으로 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데에 걸린 시간과 비용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면서 FT를 매각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언론사보다 수익성이 좋은 교육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미디어 자산 대부분을 팔기로 결정했다.

수익성을 우선으로 하다보니 당연히 FT에 대해 가장 높은 인수가를 제안한 기업이 우선 협상 대상자 후보에 올랐다. 닛케이는 최종 경쟁 상대였던 악셀 스프링거보다 1억 파운드 가량 높은 8억4400만 파운드를 제시하면서 FT를 낙찰 받게 됐다.

FT는 ‘투자자의 바이블’을 모토로 1888년 1월 9일에 탄생했다. 타매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지면 색깔도 살구빛으로 제작했다. 당시 FT는 4년 먼저 발행된 파이낸셜뉴스와 경쟁했다. 그러다가 구독자 수에서 파이낸셜뉴스를 따라잡으며 1945년 이 회사를 인수해버렸다. 197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첫 해외판 발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제 경제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높은 브랜드 파워와 함께 전세계 22개 도시에서 발행되고 있으며, 국제판으로는 유럽판 미국판 아시아판 3개 지면이 발행되고 있다.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한 구독자 수는 74만 명 정도. 유료 가입자의 70%가 온라인 구독자다. 5년 전 24%에서 무려 3배 가량 성장한 것이다. 2012년에는 인터넷판의 구독자 수가 종이신문 구독자 수를 넘어섰다. 종이신문 발행 부수는 지난 10년새 절반으로 줄어, 최근 21만부에 불과하다. 반면 인터넷판은 급속하게 성장해 현재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50만4000부다.

언론계가 디지털로 이행되는 과도기에서도 FT가 흑자 경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남다른 선견지명 덕분이었다. ‘디지털 퍼스트’·‘모바일 온리’를 표방하는 FT의 혁신의 선봉에는 라이오넬 바버 FT 편집국장이 있었다. 30년 전 FT에 입사해 2005년 편집국장에 취임한 바버는 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맞아 신문업계가 광고 수입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던 2007년경 혁신에 팔을 걷었다. FT는 ‘광고 수입의 많고 적음에 좌우되지 않는 경영’을 실천해보였다. 2007년 FT는 업계에서 최초로 기사의 유료화를 도입했다. 미터제를 도입해 일정한 기사 건수까지는 무료로 제공하고 그 이상 읽고자 하는 독자는 유료 독자로 전환시키는 방법이다. 이는 발행부수와 광고 수입 감소로 고전하는 언론계에 새로운 길잡이 역할을 했다. 주요 매체들은 너도나도 FT의 미터제를 도입했다.

또한 바버 편집국장은 빅데이터를 도입해 독자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전자판 애플리케이션을 자체 개발하는 등 ‘자기 부담주의’ 신문임을 부각시켰다. 또한 ‘뉴스룸 2009’라는 슬로건 아래 뉴스룸의 온-오프라인 통합 운영을 시도했다. 기존의 인쇄방식의 업무에 디지털 방식을 추가한 것이었다. 그는 2013년 창간 125주년에는 “이제 종이신문이 뉴스를 전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강화했다. 종이 신문의 인력은 줄이는 대신 디지털 인력은 계속 충원하는 식이었다.

FT를 인수한 닛케이의 과제도 바로 이것이다. FT의 디지털 DNA를 제대로 이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닛케이는 일본의 타매체에 비하면 디지털화에선 앞서 있다. 닛케이는 2010년에 PC와 스마트폰으로 지면을 읽을 수있는 ‘닛케이 전자판’을 창간하고 유료 회원 수를 늘려왔다. 닛케이 인터넷판은 7월 시점의 유료 회원 수가 43만명으로 아사히 전자판의 유료 회원 24만명을 압도하고 있다. 닛케이 인터넷판은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기업의 인사 정보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비즈니스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전체 신문업계가 종이신문 독자 감소와 디지털 대응에 뒤져 있는 만큼 닛케이도 한층 더 진화된 대응이 불가피하다. 일본의 신문은 종이신문 구독자 비율이 90% 이상이다. 그나마 이것도 줄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일본신문협회에 따르면 일본 국내의 신문 발행 부수는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약 550만부 감소했다.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무료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넓어지면서 디지털화에 대한 대응이 신문사의 과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닛케이가 아직 FT 인수 이후의 구체적인 그림은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닛케이의 발표로 미루어볼 때, 우선 FT의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고 해외 독자 확대와 정보기술(IT) 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도입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춘 뉴스와 광고를 제공해 대두되는 신흥매체에 대항할 능력을 갖춘다는 것이다. 또한 내수 위주인 현재 독자의 범위를 규모의 확대와 함께 국경을 뛰어넘어 글로벌 독자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통신은 FT를 인수하기 위해 닛케이나 악셀 슈프링거 같은 유수의 매체가 경합을 벌인 건 온라인 매체가 업계 판도를 바꿔놓는 와중에도 종이매체를 포함한 유력 미디어의 자산이 여전히 높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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