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FT 합병] ‘막전막후’...닛케이, 35년치 영업익 한번에 쏟아부는 이유

입력 2015-07-24 13:17 수정 2015-07-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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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계의 자존심인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일본 최대 경제 일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넘어간다는 소식에 전세계 미디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FT 매각설은 끊임없이 나돌았지만 일본의 경제지에 낙찰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FT에는 미국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과 세계 최대의 통신사인 블룸버그를 운영하는 마이클 블룸버그 등 쟁쟁한 인사들이 눈독을 들였다. 그랬기 때문에 이번 닛케이의 FT 인수·합병(M&A) 소식이 업계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닛케이의 FT 인수 사실이 공식 발표되기 직전까지 FT의 인수를 둘러싼 막판 공방은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오전, 한 언론은 지난 58년간 FT를 소유해온 피어슨이 FT 매각을 놓고 최종 협상 단계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다른 매체는 블룸버그가 FT를 인수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몇 시간 후에 뜬금없이 닛케이가 FT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FT에 따르면 닛케이는 최종 협상에서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신문으로 평가받는 독일의 악셀스프링거와 맞붙었다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스프링거는 1년 전부터 FT 인수를 타진해오다가 불과 2개월 전에 뛰어든 닛케이에 먹잇감을 놓친 셈이 됐다.

피어슨의 존 펄롱 최고경영자(CEO)는 닛케이에 FT를 매각한 이유에 대해 “우리는 모바일과 소셜미디어가 중심이 되는 미디어의 과도기에 있다. FT의 저널리즘과 상업적 성공에 최선의 길은 세계적인 디지털 뉴스 기업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어슨은 50%를 출자한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와 런던 FT 빌딩은 매각하지 않았다.

FT는 지난해 3억3400만 파운드의 매출과 2400만 파운드의 영업이익을 만들어냈다. 격변하는 미디어 업계에서 이같은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닛케이가 FT 인수에 35년치 영업이익을 쏟아부은 것도 유망한 앞날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창업자는 2013년 워싱턴포스트를 2억5000만 달러(약 2919억원)에 인수했고, 머독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소유한 다우존스를 2007년 약 50억 달러(약 6조원)에 인수했다. 닛케이는 FT를 8억4400만 파운드(약 2조원)에 인수한다.

최종 협상에서 닛케이와 스프링거의 희비가 엇갈린 건 닛케이의 국제화와 디지털화에 대한 의욕이 FT의 방향과 일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닛케이는 세계 미디어 업계의 공통 과제인 글로벌화와 디지털화에 대응하고자 FT 인수에 뛰어들었다.

닛케이는 올 3월26일자로 취임한 기타 쓰네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지휘 하에 공격적인 디지털 전략을 추진해왔다. 닛케이는 클라우드에 기반한 노트 애플리케이션인 에버노트와 일본 국내 벤처에 꾸준히 출자하며 디지털 부문을 강화해왔다. 이외에 닛케이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영자 뉴스도 서비스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1960년대 닛케이는 엔조지 지로 CEO의 지휘 하에 신문 제작 시스템을 전자화하고, 닛케이산업신문을 발간했다. 영국 맥그로힐과 합작사(현재 닛케이 BP)를 설립하고 테레비도쿄를 인수, 일본경제연구센터 설립 등 도약의 기반을 다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시장거래시스템에까지 진출, 미국 통신사인 블룸버그를 벤치마크 하려다가 큰 손실을 본 적도 있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거쳐 기타 CEO대에 이르러 서서히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한편 FT 직원들은 일본 경제지 닛케이에 자사가 인수됐다는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전해진 소식인 데다 일본 경제지에 회사가 팔리면서 당장 근무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FT 편집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가장 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존 리딩 FT 회장은 “편집권의 독립 권한 문제는 협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며 편집권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를 진정시켰다.

127년의 역사를 가진 FT의 발행 부수(종이와 전자판)는 73만7000부. 유료 가입자의 70%가 인터넷판 구독자다. 5년 전에는 24%였다. 2012년 인터넷판 구독자 수가 종이판 구독자 수를 웃돌았다. 종이신문 발행 부수는 지난 10년간 절반 수준인 21만부로 줄었다. 반면 인터넷 판은 급속하게 성장해 현재는 50만4000부다. 웹 사이트 트래픽의 절반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유입된다.

FT의 디지털화를 추진해 온 라이오넬 바버 편집국장은 FT에서 30년간 근무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저널리즘 중에서도 가장 축복받은 일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만 둘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번 닛케이에 자사가 인수된 데 대해 바버 편집국장은 “FT는 세계적인 자산이다. 새로운 주인과 함께 일하게 됨으로써 이를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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