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트로이카]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IPO·우량주 액면분할 유도…자본시장 발전 사활 건 ‘캡틴’

입력 2015-05-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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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5곳 유가증권·코스닥 입성… 공모금액 8조1340억 ‘상승반전’… 투자자 찾아 고충 듣고 제도 개선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과장을 조금 보태면 ‘목숨을 건 사람’처럼 보인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야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의 자본시장을 1990년대의 ‘수비축구’에 비유했다. 대부분 팀이 이기기 위해 수비에 치중한 나머지 골이 나오지 않는 경기가 허다했다. 계속되는 골 가뭄이 이어졌고 팬들은 축구경기에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취임했던 지난 2013년 하반기의 상황도 비슷했다는 평가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 주체들이 안정자산을 선호하면서 ‘골을 넣기보다 점수를 지키는’ 데 힘을 쏟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을 외면하게 됐고, 그 결과 ‘골 가뭄’이 더욱 깊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국면이었다.

취임 후 약 600일에 걸친 최 이사장의 행보는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한 노력으로 요약된다. 최 이사장은 마구잡이 대책을 남발하기보다 차근차근 시장의 활력을 제고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신규 상장(IPO)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거나 초고가·저유동 종목의 액면분할을 유도하는 등의 노력은 점차 성과가 표면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경수發 IPO붐… 자본시장 파이 키운다 = 우량기업의 신규 상장은 최 이사장이 취임 초기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부분이다. 옛 재무부 관료 출신인 최 이사장이 정부의 국정목표(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와 부합하도록 하는 ‘관료적 감각’이 묻어나기도 한다. 우량기술주의 상장을 통해 투자자를 늘리면 자본시장의 할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동시에 해당 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최 이사장의 구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상장한 제일모직을 예로 들면 공모가액 1조5000억원 가량이 어딘가에서 잠을 자는 대신 증시로 흘러들었다”며 “2014년의 경우 증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지만 이 같은 신규상장이 자본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지난해 신규상장 건수는 총 75건으로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코스닥시장의 신규상장 건수는 68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의 경우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0개, 코스닥시장에서 100개, 코넥스시장에서 50개 기업을 시장에 새로 입성시킨다는 목표다.

감소 추세였던 공모 금액도 크게 늘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경우 △2011년 2조9210억원, 2012년 7240억원, 2013년 6610억원 등으로 줄어들었던 것이 지난 다시 3조4770억원을 회복했다. 코스닥 시장 또한 지난해 4조6570억원의 공모금액을 기록, 2011~2013년(4조2560억원→1조100억원→1조3090억원)의 감소추세에서 벗어났다.

◇갑(甲) 거래소는 없다… 찾아가는 마케팅 = 신규상장은 목표를 세우는 것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최 이사장은 거래소가 주식시장 ‘갑’의 지위를 탈피하고 마케팅 개념을 상장유치 업무에 도입하도록 주문했다. 거래소의 역할을 종전의 ‘서류를 받고 심사하는’ 것에서 상장희망 기업을 발굴하는 단계부터 상장교육과 상장컨설팅 등 전 과정으로 넓힌 것이다.

최 이사장은 내부 직원들에게 “사무실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지 말라”는 ‘특명’도 내렸다. 투자자들을 직접 찾아가 고충이나 애로 사항을 수집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취합해 보고하도록 한 것. 증권업계에서는 “거래소의 ‘콧대’가 높았던 옛날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는 말도 나온다. 거래소가 지난해 개최한 상장설명회는 63회에 달한다.

거래소 직원들에 따르면 최 이사장의 업무스타일은 ‘냉탕’과 ‘온탕’이 공존하는 리더십이다. 업무적 측면에서는 카리스마와 추진력이 돋보이는 성격이면서도 개별적인 자리에서는 자애롭고 인간적인 소통을 한다는 것. 게다가 지시를 내린 사항에 대해 꼼꼼하게 사후보고를 받기 때문에 직원들이 어물쩍 넘어가는 ‘업무기술’을 부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장 스스로도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발로 뛰는’ 중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최경수 이사장은 최근 1년간 총 8차례의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당시 비상장사였던 중소 게임회사 더블유게임즈를 방문, 코스닥 상장을 적극 요청했다. 거래소 이사장이 비상장사를 방문해 상장유치 활동에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울러 상장 활성화를 위해 ‘진입 문턱은 낮추고 퇴출 요건은 완화하는’ 방향의 제도개편 작업도 함께 이뤄졌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우량기업의 계속성 심사를 면제해 예비심사 기간을 45일에서 20일로 줄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질적 심사항목을 55개에서 25개로 대폭 줄였다. 기술상장기업에 대한 기업규모·재무요건 등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그림의 떡 ‘황제주’ 액면분할 유도… 증시 유동성↑ = 사람들이 먹지 않는 파이는 의미가 없다. 제 아무리 신규상장을 해서 주식시장의 파이가 커져도 유동성이 늘지 않으면 시장 할성화로 연결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초고가주와 저유동성 종목에 대해 액면분할을 유도하는 작업은 최 이사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또 다른 큰 줄기의 정책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업들을 대상으로 액면분할 간담회를 개최했다.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주식의 높은 액면가격=기업가치’라고 생각하는 관습 때문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지면 주주관리가 곤란하다는 것도 액면분할을 기피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거래소의 지속적인 권고에 기업들의 분위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은 시장의 반응을 전환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액면분할 결정 이후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지난해 말 200만원에서 4월 한때 400만원까지 치솟았던 것. 거래대금도 함께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에 ‘요지부동’이었던 몇몇 기업이 거래소에 구체적인 액면분할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액면분할은 그 자체로 주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유동성을 늘어나게 되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OBV분석(0n Balance Volume)을 사용하는데 이는 거래량이 주가에 선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삼는다. 주가가 본격적인 방향 설정에 앞서 정체할 때 거래량이 늘면 주가도 오른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이 기대하는 액면분할의 또 다른 효과는 가계소득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배당률이 높은 고가 우량주의 1주당 가격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이 접근성을 높인다면, 배당을 통한 자본시장의 ‘과실’이 실질적인 가계소득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마련될 수 있다고 거래소는 보고 있다.

◇ ETN·ETF 신상품 상장… 투자수요 해외유출 차단 = ETN(상장지수채권), ETF(상장지수펀드) 신상품 개발·상장도 중요한 갈래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후강퉁을 시행한 데 이어 선강퉁 시행을 예고하면서 국내 투자수요 이탈이 우려되는 환경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이에 거래소는 중국 등 외국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ETF(상장지수펀드)나 ETN(상장지수증권) 등 신상품 상장을 늘려 투자유출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최 이사장이 목표로 하는 ETF, ETN 신상품 수는 각각 30개, 50개다. 지난 4개월 동안 ETF는 7개, ETN은 8개가 새로 상장했다. 초기만 해도 낯설게 느껴졌던 ETF는 현재 171개 종목이 상장돼 2001년 시장 개설 이후 안정적으로 자리가 잡혔다. ETN은 지난해 11월 처음 시장이 개설된 후 성장 중이다. 거래소는 상품 라인업 확대와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전체 자본시장 거래의 절반을 차지하는 파생상품 시장도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최 이사장은 증시 가격제한폭 확대가 시행된 이후인 올해 하반기부터 파생상품과 관련된 신상품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 같은 최 이사장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시장친화적’이라며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자칫 투자시장의 감시자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최 이사장이 지난 임기 동안 침체된 자본시장에 무언가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시장의 인정을 받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유동성으로 증시가 살아난 것을 최 이사장 덕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물이 들어오기’ 전부터 노 저을 준비를 차근차근 한 부분만큼은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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