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주택 시장의 세 가지 데자뷰

입력 2015-03-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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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최근 주택시장 분위기를 보자니 어디선가 본 듯한 세 가지 장면이 떠오른다.

장면1 : 수도권 2차 부동산 폭등이 일어난 2006년부터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둔 2007년 말까지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분양물량을 쏟아냈다. 2008년 봄 ‘뉴타운광풍’이 불었다. 그때 아무도 ‘부동산 불패’를 의심하지 않았을 때 나는 부동산 폭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실제로 2008년 하반기 집값이 급락했고, 2006~2007년 분양됐던 아파트들의 물량 폭탄이 쏟아지면서 부동산시장을 더욱 내리눌렀다.

장면2 : 2008년 말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단기 급락했다가 2009년 초부터 이명박정부의 대대적 부양책으로 집값이 다시 급반등했다. 이때 많은 이들이 인천 청라 등지의 분양 물량과 강남 재건축에 뛰어들었다. 그해 나는 다시 ‘위험한 경제학’을 출간해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말라”고 경고했다. 수도권 주택 가격은 2009년 10월이 고점이었고, 그때부터 2012년 말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우스푸어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정부와 언론에서 “집값 바닥”이라고 소리친다. 2006년 이후 1, 2월 거래량이 사상 최대라고 떠든다. 여기에는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물량도 상당량 포함돼 있어 착시를 일으키는 측면이 적지 않지만, 거래량이 크게 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 하반기나 2000년대 초반 등과 비하면 여전히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지금 확실한 사상 최대가 두 가지 벌어지는데 언론들은 그 의미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 우선, 사상 최대의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일어나고 있다. 이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수도권 부동산 폭등기 때인 2006년 하반기 때와 비교해도 지난해 하반기의 주택 거래건당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9배에 이른다. 2007년 이후 평균에 비하면 세 배 이상이다. 그런데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 기준으로 2006년에 14% 이상 뛰었던 집값이 지난해엔 겨우 2.5% 뛰었다. 이 난리를 치고도 말이다.

또 하나의 사상 최대는 2000년대 이후 사상 최대 분양 물량이 올해 쏟아진다는 거다. 집을 살 수요가 많아서일까. 글쎄다. 한 언론 보도에 인용된 건설업계 관계자 말로는 “이런 장세가 짧게는 6개월, 길어도 1년 이상 가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경쟁적으로 서둘러 물량을 쏟아내는 것”이란다. 건설업체 관계자가 이렇게 말하면, 잠재 수요자들은 어떤 판단을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건설업체들은 선분양제 하에서 분위기를 띄우며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다. 언론들도 “지금이 집값 바닥이니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여과없이 내보낸다. 금방이라도 집값이 뜀박질할 듯한 분위기에 조바심이 난 청약자들이 줄을 선다. 하지만 분양이 끝나면 분위기는 금방 식는다. 2, 3년 뒤 수분양자들이 입주할 때부터 경험하는 건 집값 하락일 뿐이다.

이제 세 번째 장면을 보자. 1991년 일본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했고 이후 3~4년 동안 일본 정부는 대규모 토건 부양책을 펼쳤다. 그래도 안 되자 1994~1996년부터는 제로금리와 각종 세제혜택, 가계부채를 동원해 일본 가계들로 하여금 집을 사게 부추겼다. 많은 일본 국민들이 집값이 고점에 비해 상당히 빠진 것 같고, 이자 부담도 낮으니 분양대열에 뛰어들었다. 지금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일본에서는 1997년 부동산 2차 버블 붕괴가 일어났다. 1994~1996년에 분양대열에 뛰어들었던 많은 일본 국민이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한국이 일본의 양상을 비슷하게 따라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최근에는 그 증가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 연내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금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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